북한은 ‘전투’의 나라다. 북한을 ‘병영국가’라고 부르는 학자도 있듯이, 북한은 매사에 ‘전투’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동원전략을 쓸 때 사용하는 ‘80일 전투’, ‘120일 전투’는 기본이다. 특히 농업과 식량을 중히 여기기에, 농사와 관련해 ‘전투’ 용어가 많이 쓰인다. 모내기에도 ‘전투’를 한다. ‘모내기 전투’다. 가을이 되면 ‘가을걷이 전투’로 넘어간다. 이어 ‘김장은 반년 식량’이기에 ‘김장 전투’가 벌어진다. 북한 [조선말 대사전]에 따르면, 전투란 두 가지 뜻을 갖고 있다. 하나는 ‘적과 직접 맞서서 하는 싸움’이고, 다른 하나는 ‘혁명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혁명적으로 벌리는 활동’이다. 물론 ‘80일 전투’나 ‘모내기 전투’는 모두 후자다.

◆ 최근 북한이 맞닥뜨렸던 코로나19도 예외일 수 없다. 북한은 4월말 코로나19가 침투하자 “2년 3개월간에 걸쳐 굳건히 지켜온 공화국의 비상방역전선에 파공이 생긴 것”이란 표현을 썼다. 전투적 냄새가 다분히 난다. 그런데 코로나19의 경우, 전 국가적이자 전 인민적 차원에서 생사의 문제이기에 단순한 ‘전투(戰鬪)’가 아니라 ‘대전(大戰)’으로 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코로나 침투가 확인되자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어 북한은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방역대전‘에 나섰다.

◆ 방역대전에 나선 매 시기 개념과 전술도 철저히 전투적이었다. ‘(전략적) 주도권’, ‘승세’, ‘역전’ 그리고 ‘승리’가 그것이다. 먼저, ‘전략적 주도권’이다. 북한은 외부세계와의 기싸움에서도 초반부터 ‘전략적 주도권’을 가장 중히 여긴다. 이는 적은 수로 일제와 싸워야 했던 항일 빨치산투쟁 때부터 그 연원이 있는 듯하다. 어느 땐 초반에 주도권을 못 잡을 경우 아예 판을 깨기도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전투에서 승리하자면 반드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교시’를 했다고 한다. 코로나 침투가 확인되자 북한 [노동신문]은 5월 14일자 사설에서 “비상방역대전에서도 전략적 주도권을 튼튼히 장악하자”며 초기부터 전략적 주도권을 호소했다.

◆ 다음으로 ‘승세’를 잡아 ‘역전’시켜야 한다. 북한은 5월 17일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고 “전반적 방역전선에서 계속 승세를 틀어쥐고 나갈 데 대한 문제를 토의”한 데 이어, 최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한지 12일째에 접어든 5월 23일에는 발열환자가 연이틀 10만명대로 감소하고 완치율도 약 83%에 이르는 등 호전 기미를 보이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온 나라가 최대로 각성 분발하여 방역대전의 승세를 확고히 견지해 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역전’이다. 코로나 사망자가 한동안 발생하지 않자 [노동신문]은 5월 31일 사설에서 최대비상방역체계 가동 20일째에 접어든 현재 방역상황이 호전세를 넘어 ‘역전’되고 있다고 평했다.

◆ 마지막으로 ‘승리’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0여일째 발생하지 않자 드디어 김정은 위원장은 8월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방역전쟁의 종식과 승리’를 선포했다. ‘코로나 완전 퇴치’를 선언한 것이다. 북한에서 코로나가 침투한지 100여일,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한지 91일만이다. 물론 외부세계는 북한의 코로나 퇴치에 반신반의의 눈길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북한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2년 3개월간 확진자 0라는 청정지역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 침투에도 100여일 만에 완전 퇴치했다. 모든 나라들이 증감은 있지만 연일 확진자를 달고 있는데도 말이다. 북한은 ‘전투’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어느 대북 전문가의 표현처럼 ‘불가사의’한 나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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