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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드러낸 사회의 민낯

기사승인 2020.09.17  09: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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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전영우의 미디어와 사회 (44)

필자의 말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미디어를 읽는다는 것은 거울에 비친 우리 자화상을 본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사회를 성찰하고 뒤돌아보는 글이 되고자 합니다. 이 글은 매주 목요일에 게재됩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다 보니 그동안 간과되었던 사회의 어두운 면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특권적 지위를 누렸던 기득권층의 민낯이 드러나며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이를 통한 특정 집단에 대한 새로운 평가도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에 잘 대처하여 모범적 방역 국가로 꼽히고 있는 한국이지만 또한 공공의료가 취약하다는 점도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났고,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정부에서는 공공의료 부분을 강화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고자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였고 이 과정에서 의료계, 정확하게는 의사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코로나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파업을 강행하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의료계 내부 갈등까지 불거지는 등, 이번 코로나로 인해 의료계가 보여준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다. 많은 사람들은 신뢰의 문제까지 제기하고 있다. 생명을 구해야 할 의사들이 파업을 강행하고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일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의사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한국의 의사 숫자는 OECD 평균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인구 대비 의사 숫자가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은 곧 의료 서비스의 질과 관련이 깊고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이 발생하는 경우에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 더구나 의사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 근무를 기피하기에 지방의 의료 공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파업을 강행하고 의대생들이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니,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접한 일반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잘 표현되었듯 생명을 구하는 엄숙한 직업으로 일반인들에게 인식되어 있는 의사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가, 자신들의 수입 감소와 관련한 문제라는 의혹이 짙어지며 의사에 대한 신뢰가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의사들의 이기주의와 욕심, 그리고 특권의식이 복합적으로 표출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법조인들의 이기주의와 조직문화의 문제가 불거지고 사법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 의사들 문제까지 겹치며 한국의 엘리트 집단이 가지고 있는 총체적 문제가 코로나로 인해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문제의 본질은 한국의 교육시스템의 문제이자 사회 전반에 걸친 인식의 문제이기에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본인의 적성과 무관하게 이과생은 의대, 문과생은 법대를 진학하는 것이 거의 암묵적으로 정해진 규칙과 같다. 현대 한국에서 사회적인 출세의 개념은 돈과 권력이고, 이 두 가지 가치에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의사나 판사 검사가 되는 방법이다. 그렇게 사회적 인식이 굳어져 있다 보니, 일반인의 운명, 극단적으로는 생명을 좌우하는 직업인 위의 두 집단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적절한 자질보다는 단순히 시험 성적이 좋은 사람들로 구성되다 보니 발생한 문제이다. 즉 교육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만들어낸 필연인 셈이다.

좋은 의사의 자질은 무엇일까? 당연히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소명의식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법조인의 자질도 공명정대한 정의감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자질은 성적과 비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지금도 열심히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생명에 대한 경외감과 아픈 사람을 치유하겠다는 이타적인 책임감에 불타는 학생일까? 판사와 검사를 꿈꾸며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들은 과연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고 약자를 지켜주겠다는 고결한 목적을 가지고 법조인이 되려 하는 것일까?

물론 그런 생각을 가진 학생도 있겠으나, 대부분 미래의 안락한 삶과 사회적 지위 그리고 그런 위치에 걸맞게 따라오는 돈과 권력의 반대급부를 원하는 학생이 다수가 아닐까? 그러니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이들의 모습은 결코 새로울 것도 없고,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코로나 위기에 많은 의사들이 보여준 헌신적인 모습이, 이번 의료계의 행동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회 정의와는 무관하게 조직의 이익을 앞세우는 행위는 이미 법조계의 행태로 잘 드러난 바 있다. 코로나로 드러난 엘리트 집단의 민낯이 드러난 것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제대로 개혁을 추진하는 추동력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전영우 youngwoo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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