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우 / 종주대원

 

일시 : 2019년 11월 9일(토)~10일(일)
구간 : 한계령휴게소 ~ 중청대피소 ~ 대청봉 ~ 소청대피소(1박) ~ 희운각대피소 ~ 무너미고개 ~ 신선대 ~ 1275봉 ~ 나한봉 ~ 마등령삼거리 ~ 오세암 ~ 백담사 
거리 : 24.86km(접속구간 마등령~백담사 9.2km)
시간 : 28시간(휴식시간 14시간 4분 포함)
인원 : 15명


작년 11월 설악산 공룡능선을 넘고 마등령에서 쉬면서 대원들은 “세상이 기원 전후로 나뉘고 있으나, 이제는 공룡능선을 탄 이전과 이후로 나눠야 한다”는 후일담을 나누며 피곤함도 잊고 벅차고 흐뭇한 기분을 안은 채 하산길을 재촉하였던 것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사방을 둘러봐도 장엄한 비경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공룡능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100경중에서도 죽기 전에 꼭 가봐야만 하는 제1경이 바로 공룡능선이라는 사실! 아직도 가슴 뛰도록 남아있는 그 황홀한 발걸음을 되새겨본다.

2019년 11월 9일 오전 6시50분. 안내산악회에 합류하여 대원 15명이 대간길에 나섰다. 9월 7-8일에 중청과 소청대피소 20석을 어렵사리 예약한 대간팀은, 태풍 링링으로 인하여 설악산이 입산금지되어 부득이 안내산악회를 이용하여 출발하였다.

▲ 산행 출발하면서 오색령(한계령) 표지석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오전 10시 10분쯤 한계령에 도착했다. 오늘의 코스는 중청-대청을 거쳐 소청대피소에서의 1박이다.

한계령은 강원도 인제군과 양양군 사이의 고개로 대부분 양양에 속해 있어 들머리 사진에는 오색령 표지석이 보인다. 법정 지명은 한계령이다.

한계령에서 중청대피소까지는 7.7km, 산행시간 5시간에 점심, 휴식시간을 합쳐 6시간 정도 예상코스다. 

▲ 한계령 삼거리에서 첫 휴식.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12시 10분, 설악산 서북능선길인 한계령 삼거리에서 도착, 점심을 먹기로 한다. 밥맛이 꿀맛 같다.

갈 길이 멀어 길을 재촉하는 대장의 일성을 들으며 끝청봉을 향하여 나간다. 대간길 능선에 너덜길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왼쪽으로 구름과 함께 휘도는 외설악의 전경과 용아장성이 보일 때마다 탄성을 내지른다. 

힘든 너덜길이 지속되어 지쳐갈 때마다 황홀한 설악의 풍경을 보며 발걸음을 내딛는다. 3시 15분 끝청봉에 도착한다.

끝청봉은 높이가 1,610m로 한계령 삼거리에서 뒤로 귀때기청봉(1,578m)에 이어 중청봉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봉우리다. 문득 귀때기청봉에 관한 일화가 생각난다. 

대청봉에서 시작되어 서쪽 끝의 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주능에 있는 봉우리 중 자기가 제일 높다고 으스대다가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삼형제에게 귀싸대기를 맞아 귀때기청봉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가 있다. 

▲ 끝청봉에서 김성국, 김경숙 대원 부부.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4시경 중청에 도착하여 배낭을 대피소에 놔둔 채 대청봉으로 향한다. 대청봉에 올라 용아장성, 공룡능선, 화채봉 등 눈앞에 펼쳐진 설악산의 절경과 시시때때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과 함께 설악의 전체 모습을 담느라 분주하다. 

▲ 대청봉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대청봉은 설악산의 주봉으로 1,708m. 예로부터 봉우리가 푸르게 보인다는 데서 ‘청봉’(또는 봉정)이라 불리기도 했다. 남한에서 백록담(1,950m), 지리산 천왕봉(1,915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설악의 유래는 8월에 내린 눈이 이듬해 하지(6.22)에 녹는다고 하여 불린 이름으로 눈이 있으면서 신성하고 숭고한 산이라는 의미로 설산, 설봉산, 설화산으로 불렀다. 

대청봉에서 바라보는 설악의 환상적인 전경을 바라보며 소청산장으로 향한다. 소청으로 내려가며 환상적인 일몰이 펼쳐졌다. 

곁에 있던 이상학 대원이 “설악산이 깊어 날씨가 청명한 날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은 1년 중에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의 좋은 날씨다. 눈앞에 바라보는 능선과 넘나드는 구름, 하늘을 붉게 물들며 선명하게 지는 일몰의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다.”

소청으로 가는 길에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은 우리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 소청산장 가는 길에서 본 환상적인 일몰.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신비로운 중청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소청봉, 그리고 마치 우주정거장 같은 착각이 드는 봉정암을 안고 있는 용아장성릉과 그 아래를 흐르는 아름다운 구곡담 계곡이 소청봉 아래로 펼쳐진다.

소청대피소에 도착할 때는 이미 해가 넘어가고 오후 6시를 넘어 어둑해질 무렵이다. 설악산 공룡능선을 타려는 계획단계부터 전용정 대장은 대피소에서의 1박 저녁과 다음날 아침에 대한 계획을 내놓았다. 대원 네 명씩 조를 짜서 음식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1조는 이지련, 오동진, 이계환, 김래곤 대원, 2조는 전용정, 이석화, 김태현, 이상학 대원, 3조는 김성국, 김경숙, 심주이 대원, 4조는 박명한, 이종규, 김익흥, 이민우 대원이다.

각 조가 준비한 저녁만찬은 밥과 고기, 갖가지 반찬으로 다양하다. 대피소 취사장은 좁은 공간이지만 서로 음식을 나눠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 하루 밤을 묵을 소청산장 전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취사장에서 저녁 만찬을 즐기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저녁을 먹으며 좋은 일 두 가지 얘기가 오간다. 아들 대입을 위한 박명한 대원의 봉정암 사리탑 방문 계획과 이지련 단장의 생일 축하파티다. 지도상 봉정암 600m 거리를 단숨에 다녀올 양 나섰지만 거리가 더 긴 듯 제법 오래 걸린다. 이지련 단장은 소청대피소의 엄밀한 감시망과 다음 날 산행을 위해 음복하는 수준에서 축하를 가름했다.

저녁을 마치고 9시 소등에 앞서 잠자리에 든다. 내일 새벽 3시30분에 소청대피소를 출발하여 희운각 대피소에서 아침을 먹고 공룡능선을 탈 계획이다. 대피소 침실 난방이 빵빵하다. 김성국 대원과 박명한 대원은 더운 온도에 잠 못 이루다가 침실을 벗어나 거실로 나선다. 대원들이 내일의 고된 산행을 위해서라도 잠은 자두어야 한다. 

▲ 저녁식사 후 박명한 대원이 다녀온 봉정암 사리탑.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새벽 3시부터 잠을 깬다. 떠날 채비를 갖춘다. 3시 30분에 소청 대피소를 떠나 어둠을 뚫고 소청봉을 지나 희운각 대피소를 향해 끊임없이 내려간다. 1.6km를 내려가는 산행길이 마치 무저갱 같다. 희운각 대피소가 보이고 많은 등산객들이 아침준비에 여념이 없다.

회운각은 1969년 ‘희운’ 선생이 사재를 털어 지은 산장으로 제1기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죽음의 계곡(일명 ‘반내피’)에서 동계훈련 중 산사태로 10명 전원이 사망하여 대피소가 없었음을 한탄하며 지었다고 한다.

간단히 아침을 마치고 새벽 5시 20분. 드디어 공룡능선을 향해 출발이다. 설렘을 간직한 채 어둠을 뚫고 무너미고개로 나간다. 희운각대피소에서 마등령까지는 5.1km, 4시간 30분의 거리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무너미고개를 지나 신선대를 향해 올라간다.

▲ 공룡능선 초입 신선대를 오르는 대원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른 시간에 출발했기에 신선대에서 일출을 보지 못하고 신선대를 지나 아침햇살이 떠오르는 공룡능선은 경이롭다. 공룡능선은 신선대에서 마등령삼거리 사이의 기암기석과 절벽이 연속되는 곳을 지칭하는데 암봉들이 공룡의 등뼈를 연상하게 하며 공룡이 용솟음치는 것처럼 힘차고 장쾌하게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해가 뜨자 보이기 시작하는 공룡능선의 암봉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국립공원 대표경관 100경 가운데 제1경으로 선정될 정도로 최고의 아름다운 능선이며 내설악과 외설악의 속살들을 속속들이 잘 볼 수 있는 능선으로 꼽힌다.

1275봉을 지나 나한봉을 지나는 공룡능선의 길에서 대원들은 인생샷 찍기 딱 좋은 곳, 장엄함, 멋짐, 아름다움 그 자체를 만끽한다. 공룡은 쉬이 길을 내놓지 않고 일곱 번을 오르내려야 능선을 벗어나게 해준다. 일곱 번의 오르내림의 길에서 만난 풍경은 탄성으로 남고 사진으로 담아낸다.

▲ 일곱 번을 오르내리는 공룡능선 1275봉을 오르는 이계환 대원.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힘겹게 오른 1275봉 앞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오전 10시 30분, 공룡능선 길을 벗어나 마등령에 도착한다. 마등령은 내설악과 외설악의 경계로 말등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원들은 충분한 휴식을 겸하여 공룡능선을 통과한 후기들을 쏟아내며 배낭에 남아있는 음식을 나눠먹는다.

애초에 신흥사가 있는 외설악으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오세암, 영시암을 거쳐 백담사로 가는 길로 향한다. 7.4km 3시간 30분이 예상되는 하산길이다.

영화 ‘오세암 가는길’에도 나왔듯이 마등령에서 급경사 비탈길을 내려가면 오세암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영시암으로 가는 길이 영화에 나온 길이다. 단풍길과 단풍이 떨어진 낙엽길이 상상된다. 동화처럼 이어지는 구부러진 흙길이 오랫동안 이어지며 인간 본성의 원초적 감상에 물들게 하는 길이다.

▲ 오세암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백담사에서 버스를 타고 용대리에 내려 날머리 사진을 찍으며 1박2일 설악산행을 마친다. 살아있는 동안 반드시 꼭 한 번은 와야 할 공룡능선이라 여겨지지만, 그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된다.

▲ 날머리 용대리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1박2일의 설악산 산행 후 SNS에 남긴 대원들의 감상평을 옮기며 산행기를 마친다.

“황량한 산길 공룡 등뼈에 매달려 아등바등 몸부림친 온 몸은 뻑적지근하고 나른하기 그지없다. 기암절벽과 끝없이 이어지는 깊은 골, 가없는 운해의 물결, 비장하다 못해 절대고독에 빠져 들게 하는 일몰, 자연이 빚은 아름다움은 인간 서정의 기원이었다. 대자연은 이렇듯 존재의 성찰을 온 몸으로 전하고 있건만, 인간세상은 오늘도 아비규환의 살육이 자행되고 있네요.” (이지련 단장) 

“설악산 서북능선과 공룡능선 산행은 문자 그대로 명불허전이었다. 한계령 삼거리부터 눈을 붙잡은 광경은 이틀간 산행 중에 내내 놀람과 감탄을 주었다. 걸음을 뗄 때마다 놀라운 파노라마 광경이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인생산행’을 한 기분이다.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로운 산. 고혹미를 지닌 산이었다. 이틀간의 산행을 무탈하게 치른 것에,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 신에게 감사를 드린다. 15명의 대원들 놀라운 체력으로 수고하셨다.” (이계환 대원)

“통일뉴스백두대간종주대 단장님, 대장님, 이계환 대표님과 멋진 설악산 길을 함께 걸었던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이상학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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