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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과 진보, 좌파, 친북, 종북

기사승인 2020.07.17  16: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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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고승우의 ‘국가보안법 연구’ (23)

고승우 / 언론사회학 박사

 

23. 국보법과 진보, 좌파, 친북, 종북

진보, 좌파, 친북, 종북 -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런 단어들이 거의 엇비슷한 뜻을 지닌 듯이 마구잡이로 사용한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다. 이들 단어를 상대에게 사용하는 쪽은 이들 단어가 국가보안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잘못하면 국보법으로 걸릴 수도 있는 위험인물이라는 뜻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 단어는 ‘너는 범법자이거나 그것처럼 나쁘다’라는 지적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이 사회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들 단어는 정치권을 포함해 사회 도처에서 갈등이나 경쟁 관계일 경우 최후 선언적인 공격 수단, 무기로 사용된다. 이들 단어는 상대와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면서 상종할 수 없는 존재로 낙인을 찍으려 할 경우 사용되는 초강력 무기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화나 논의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며 던지는 최후통첩과도 같다. 

국보법에 저촉되는 것은 이 사회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해서 국보법 사건에 연루되면 패가망신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려졌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보법은 한 때 폐기 필요성이 제기되다가 자취를 감추었고 촛불혁명 뒤에도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국보법의 직접적인 적용대상과 거리가 멀지 않은 것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강한 진보, 좌파, 친북, 종북으로 낙인찍힌다는 것은 유무형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된다는 정신적 압박감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정치권의 대소 선거에서 ‘진보와 보수 대결’이라는 프레임이 본격 작동한 것은 2012년 18대 대선이었다. 민주당은 김대중 정권 당시만 해도 진보 정당이라고 지칭하기를 꺼렸는데 이는 조봉암 사법살인 때 민주당이 침묵했던 부채 의식도 일부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이래 민주당 일각에서 진보정당이라고 자리매김하던 진보정당이 2012년 새누리당과 수구언론이 ‘보수와 진보의 한판 승부’라고 규정하면서 민주당의 색깔로 정착한 측면이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2007년 17대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면에서 엇비슷한 보수 정당이라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았지만 선거판은 그런 식으로 흘러갔다. 

새누리당이 18대 대선에서도 그 이전의 크고 작은 선거에서 흔히 그랬듯이 ‘북한 변수’를 강하게 내세웠다. 당시 북한과 관련한 모든 것은 이 사회를 위협하는 것으로 규정되고 북한 변수는 야당을 공격하는 무기로 새누리당 후보에 의해 이용되었다. 언론은 그것을 대서특필했다. 새누리당은 서해북방한계선(NLL),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 폭로 주장 등 남북문제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았거나, 실제 허위일지도 모르는 것을 앞세워 민주당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조성된 국내의 불안감과 정서에 편승하는 작전을 간교할 정도로 구사했다. 이는 국보법이 지배하는 현실을 십분 악용한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18대 대선에서 적을 무찌르기 위해 모든 수단이 정당화된다는 전략을 앞세웠다. 야당의 공약을 자기 것으로 차용해 내세우기도 했다. 거짓말이라 해도 지지 세력의 결집에 필요하고 중도층을 끌어드리는데 필요하다면 끊임없이 되풀이했다. 유권자에게는 정직을 가장한 정책을 제시하면서 야당 후보에 대해서는 전쟁터에서와 같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이는 국보법에 의해 중독된 대중과 그 프레임에 갇힌 야당을 공략하는데 최상의 무기였다는 확신의 결과였다. 박근혜는 당선되자마자 복지나 경제 민주화 등의 공약을 헌신짝 버리듯 했다. 

새누리당은 국보법의 기본 취지와 같이 적은 반드시 괴멸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을 앞세워 길거리마다 다니면서 보수층의 집단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사실 관계 파악에 어두운 유권자들을 기만했다. 그것은 정직하지 않은 정치 행위였다. 불법선거에 대한 비판과 네거티브 공세를 뒤섞어버리는데 검찰, 경찰, 국정원 등이 큰 보조역할을 하면서 새누리당 후보를 도왔다. 이들 권력기관은 종북주의와 야당 후보를 일치시키면서 조직을 국보법 사수의 결사대로 존치시키는 분위기를 일찍부터 조성했다.

새누리당 후보는 선대본부 간부가 불법 홍보팀을 운영하다 선관위에 적발되었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수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하거나 북방한계선과 관련해 민주당 후보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속적으로 녹음기 틀듯 언급했다. 국정원 직원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딱 잡아떼면서 상대 후보를 공격했다. 이런 작태는 경찰, 국정원 등의 직간접적인 보조 작업이 결정적인 뒷받침이 되었다.

박근혜는 선거 과정에서 자신이 말했던 거짓이나 허위 사실에 대해 대선 승리이후 이렇다 할 정정이나 사과의 말을 내놓지 않았다. 조금도 부끄러워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사실이 드러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지 않다가 결국 세월호 비극 이후 촛불에 의해 파면 당했다. 국보법의 교육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최상의 목표로 삼는 결과 지상주의가 지배하는, 수치심을 모르는 사회적 기풍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파면 당한 박근혜가 아버지 박정희의 후광을 업고 당선되었다는 것을 주지의 사실이다. 박근혜는 국보법 테두리 안에서의 강압통치를 통해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했고 남북 관계도 집권 중반 이후 전쟁 위험이 일상화되게 만들었다. 국민을 겁박한 전쟁의 리더십이었다. 전쟁의 리더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고 적을 이기기 위해 동원된 모든 방식은 정당화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당연히 전쟁의 전략전술은 적을 기만하는 것이 최상의 것이다. 정치에서 전쟁의 리더십이 기승을 부리는 한국의 정치가 엉망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평등한 관계에서 공정한 룰에 의한 정당한 경쟁이나 섬기는 리더십은 립 서비스에 그친다. 전쟁의 리더십을 최상의 리더십으로 군림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국보법이다.

박근혜는 집권 기간 동안 북한의 붕괴설을 맹신하면서 북한과의 전면 전쟁도 불사한다는 식으로 북한에 대한 유무형의 압박을 가하면서 공안통치를 강행했다. 동시에 청와대가 관제시위를 챙기는 사령탑 역할을 하도록 하는 정치공작을 일삼은 것도 보안법으로 오염된 정치 환경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은 전쟁 위기론을 앞세운 공포정치를 자행하면서 최순실의 손발이 되어 국가기관을 망가뜨린 해괴한 국기문란 행위를 자행한 것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정당화되는 전쟁 리더십, 보안법의 독기에 심각하게 오염된 탓이다. 황교안 등 박이 가까이한 인물들 또한 보안법이 횡포를 부리는 분단 상황에 기생하면서 친북 공세, 종북몰이로 부당이득을 챙기려한 막장 인생들이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18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는 국보법의 존재에 수세적으로 대비한 정강정책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일부 진보당 세력과는 처음부터 선을 그으면서 차별성을 강조했고 그 결과 새누리당 후보와는 몇 가지 점만 빼면 엇비슷한 대북 정책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 쪽에서 한술 더 뜨는 식의 공세에 밀려 패배했다. 선거 가끝난 뒤 여권과 언론 등은 ‘보수와 진보의 진검 승부에서 보수가 승리했다’고 표현했다. 

돌이켜 보면 2012년 18대 대선이 끝난 뒤 당시 민주당의 모습은 매우 한심했다. 민주당은 선거 패배 이후 패인 분석을 한다면서 후보 단일화, 정강정책 등에서의 문제를 다뤘지만 정작 이명박 정권 내내, 그리고 18대 대선 정국에서 기승을 부린 종북몰이나 친북 공세는 분석 항목에도 넣지 않았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 분석에 여러 가지 원인들이 제시되었지만 종북몰이나 친북 공세 또는 그 뿌리인 국가보안법이라는 무서운 변수에 대해서는 침묵한 것이다. 이는 어떤 면에서 보수가 쳐놓은 프레임의 그물에 걸린 모습으로 보였다. 즉 국보법이라는 무서운 괴물 앞에서 정치적으로 속수무책이라는 패배자 의식의 발로이거나 자칫 친북 정당으로 매도될 것을 두려워한 결과로 해석된 것이다. 

2017년 19대 대선도 수구 보수세력이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묘사하면서 본격 시합에 앞선 몸 풀기를 한 바 있다. 더불어 민주당 등도 대선 판에 대해 진보와 보수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서구사회에서 300여 년 동안 갈고 닦여진 보수와 진보의 개념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한국적 보수와 진보는 국가보안법이라는 테두리 속에서의 진영 나누기로 존재하는 정치집단에 불과했고 지금도 그렇다. 한국적 진보는 서구의 진보가 누리는, 상한선 없는 사고의 영역을 제거 당한 그런 진보다. 그래서 한국적 진보가 국보법의 현실적 강제성을 인정하면 할수록 보수와의 차별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둘이 닮은  꼴이 되는 것이다. 

낙인은 불에 달구어 찍는 쇠붙이로 만든 도장이라는 의미다. 씻기 어려운 부끄럽고 욕된 평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진보, 좌파, 친북, 종북, 사회주의자로 손가락질 당하면  정치권력이 주목하는 소수자로 분류되는 고정관념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국보법에 그 뿌리가 닿아 있는 논리로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적폐 중의 적폐다.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서는 이 단어를 사용하면 분위기부터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수구보수는 잘 알고 있다. 영악한 정치인이나 선동가들은 그래서 이들 단어를 강조하는 표현 기법을 써먹는데 익숙하다. 이승만이 만들어 놓은 반역사적이며, 동시에 범죄적인 흉기를 습관적으로 흔들어대는 것이다. 그러면 국보법에 뿌리를 둔 ‘종북’이라는 단어는 언제 어떻게 생긴 것일까. 

‘종북’이라는 단어는 2001년 11월 민주노동당 기관지 등에 '친북'과 구별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어 진보 정당 간의 통합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조선노동당의 외교정책을 우위에 놓는 ‘종북세력’과는 당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식의 종북주의 노선 불참 선언이 나오면서 널리 알려졌다. ‘종북’이라는 단어는 그 후 수구보수 진영에서 진보진영을 공격할 때 자주 사용하게 된다. 동시에 좌파, 친북이라는 단어도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2006년 일심회 사건 때 민주노동당내 분열이 심각해지면서 ‘종북주의’ 논란이 격화되면서 ‘종북’이라는 단어의 사회적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다. 이어 이후 19대 총선이 끝난 뒤인 2012년 5월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의혹 사건이 터지자 대중매체는 통진당 내의 일부 인사들이 종북주의 성향이고 이들이 부정 경선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자유총연맹, 한국시민단체협의회 등 보수 시민단체들은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의원들을 "종북 주사파 의원"으로 지칭하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어 2012년 7월에는 국무총리실, 외교부, 국방부 등 정부 부처들이 "종북좌파 의원 때문"이라는 이유로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종북’이라는 단어는 수구보수가 진보를 공격하고 비난할 때 가장 많이 입에 올리게 되고 좌파, 친북 등의 용어와 함께 섞어 쓰는 현상이 광범위해졌다. 

수구 보수 세력이 선거철만 되면 ‘좌파, 우파 정권’을 내세운다. 이들이 말하는 ‘좌파, 우파 정권’이라는 표현이 어떤 식으로 우리 사회에서 조건반사적 반응을 일으키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것이다. 레드 콤플렉스의 의미는 위키백과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레드 콤플렉스는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이 극대화되어, 진보주의 자체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거나, 빨간색에 대한 반감을 가지는 극단적인 반공주의를 가리킨다. 레드 콤플렉스라고 불리는 반공 이데올로기는 반공이라는 국시와 국가보안법이라는 강력한 반공법과 더불어, 분단 이후의 대한민국 사회 모든 영역에 침투되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대한민국에서 노동 운동이 태동하던 당시, 대한민국 정부와 자본가들은 노동 운동과 공산주의 운동을 동일시하였으며, 그로 인해 국가보안법을 동원한 탄압이 횡행했다. 또한 혁신을 주장하는 진보주의 정당의 활동도 좌파에 대한 사회 전반의 거부감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시민들이 참여한 민주화운동으로 대한민국은 1987년 이후 민주화되었고, 북한 김일성의 사망과 북한의 경제의 위기로 레드 콤플렉스는 줄어들기 시작하였지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색깔론’이 기승을 부린다. ---

결국 진보, 좌파, 친북, 종북 등의 단어는 레드 콤플렉스, 즉 이른바 빨갱이로 매도하면서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는 ‘색깔론’의 구체적인 형태에 다름 아니다. 색깔론은 시대에 따라 그 표현을 달리하는데 국보법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진보, 좌파, 친북, 종북, 사회주의와 같은 단어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승만이 만든 국보법이라는 괴물이 수구 보수 진영에 주는 부당이득이 어떤 것인지 수구보수 세력은 잘 알고 있고 시대 상황에 따라 이 법과 관련한 표현을 바꾸는 간교함을 보인다. 과거에는 빨갱이 사냥이라고 하다가 오늘날에는 종북, 좌파 척결이라는 식이다. 

수구 보수의 좌파 타령은 19대 대선에 뒤늦게 뛰어든 홍준표 경남지사의 경우에서 잘 확인된다. 그는 2017년 3월 “좌파정권이 들어서면 국익이나 국가안보에서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며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비판했다<중앙일보 2017년 3월8일>. 홍 지사는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 32명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지금 (정국은) 좌파의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탈취”라며 “시위를 통해 헌재를 압박해 집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2017년 3월 1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미래재단 초청 특별 대담’에서 “우파 정부가 자기들에 반대하는 좌파 단체 리스트 만든 게 무슨 죄냐”고 주장, 박영수 특검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중앙일보 2017년 3월 15일>. 홍 지사는  “박근혜 정부는 우파정부다. 우파 정부에서 5년 집권을 하는데, 소위 반대되는 좌파 단체는 지원을 안 해도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검은 2017년 2월 7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을 블랙리스트 작성 몸통으로 지목해 구속 기소했었다.

홍 전 지사의 경우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안보가 어렵다. 청와대에서 만든 블랙리스트가 무슨 문제냐’라는 발언을 언론을 상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하고 있다. 홍 지사가 말하는 좌파정권의 의미나 안보 불안이 어떤 것인지는 애매하지만 그 노림수가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특히 블랙리스트가 국기를 뒤흔든 범죄행각으로 지탄받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범죄행각을 옹호하는 것은 심각한 범죄 불감증이다. 과거 모레시계 검사로 날렸다는 홍지사의 법의식이 이 정도인 것은 정말 참혹한 일이다.  

홍 전 지사는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특정 정책을 비판할 때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이 단어는 진보, 좌파, 친북, 종북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논의를 제안한 기본소득제에 대해 "본질은 사회주의 배급제"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경우다<연합뉴스 2020년 6월 8일>. 기본소득제는 21세기 산업사회가 고도로 독점화, 기계화 되면서 인간의 노동력을 로봇이 대신하면서 발생한 대량 실업 등에 대처하기 위한 발상인데도 ‘사회주의’ 방식이라고 단정 지어 버린 것이다. 이는 더 이상의 토론이나 대화의 여지가 없이 ‘그래, 그렇지. 말이 안 되는 소리야’라고 낙인찍는 사례의 하나다. 

오늘날 인간의 지적 능력이 공상과학 시대의 그것과 같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면서 그에 따른 지구촌의 경쟁도 상상을 초월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국보법이라는 틀에 갇힌 채 냉전시대의 정치논리를 강요받으면서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려 한다.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 때까지와는 전혀 다른 과학, 기술적 상황이 전개된다. 3D 프린터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사라지거나 인공지능, 집단지성에 의한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과거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사고방식과 가치 판단이 필요한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4차 산업시대는 완벽하게 열린 사고를 하지 않으면 생존경쟁에서 앞서나가기 힘들다. 국보법은 그러나 닫힌 사고만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이 법은 미래를 차단하는 악법이다. 

한국 사회가 새로운 문명 세계에 살아남아 지구촌의 평화, 행복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사상과 상상의 자유를 확보해야 한다. 국보법을 철폐해야 한다. 국보법에 갇혀 있는 가두리 고기의 신세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사상의 자유가 있어야 무한경쟁의 살벌한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선진문명국으로의 발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후진국의 위치를 면치 못한다. 이는 한반도 미래 세대에게 지구촌의 낙오자, 패배자라는 참혹한 유산을 물려주는 것과 같다. 이는 역사와 민족, 그리고 지구촌 인류에게 엄청난 누를 끼치는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가슴을 열면 남북 경제 공동체 추진을 통한 활로 모색의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창조적, 생산적인 미래에 등을 돌리는 어리석은 짓은 이제 멈춰야 한다. 중국이 정치는 사회주의, 경제는 자본주의라는 인류 사상 최초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남북한도 한반도만의 독창적인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린 상상력이 보장되어야 하고 국보법이 사라져야 한다. 

 

 

고승우 konews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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