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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쿨섹좌를 아십니까?

기사승인 2020.06.11  09: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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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전영우의 미디어와 사회 (31)

전영우 / 전 인천대 교수

 

필자의 말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미디어를 읽는다는 것은 거울에 비친 우리 자화상을 본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사회를 성찰하고 뒤돌아보는 글이 되고자 합니다. 이 글은 매주 목요일에 게재됩니다.


"펀쿨섹좌"가 무엇인지 어리둥절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일본의 정치인이자 환경부 장관인 고이즈미 신지로에게 한국 네티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왜 이런 아리송한 별명을 얻게 되었는지 궁금할 텐데, 그가 2019년 일본 환경부장관에 취임한 후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와 같은 큰 문제를 다루는 것은 ‘펀’하고(재미있고), ‘쿨’하고, ‘섹’시해야 한다”라고 알듯 모를듯한 말을 했고 이 발언이 화제가 되어 얻게 된 별명이다. 이 발언을 한 다음 날, 그게 무슨 의미인지 묻는 기자에게 “그걸 설명하는 게 섹시하지 않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 발언 이후 고이즈미 장관은 한국 네티즌 사이에 "펀쿨섹좌"로 불리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 이외에도 고이즈미 장관은 엉뚱한 발언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코로나19가 심각한 국면에서 각료회의에 빠졌다가 비판을 받자 “반성을 하고 있는데 좀처럼 반성이 전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발언하거나, "바뀌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경기가 좋아지면 반드시 불경기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와 같이 너무도 당연한 말을 심각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하기도 했다.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재난 이후부터 30년 후의 저는 몇 살일까 하고 원전사고 이후부터 계속 생각해왔습니다. 30년 후에도 제가 건강하다면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제가 지켜볼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알쏭달쏭한 발언을 하는 등, 다양한 어록으로 네티즌들에게 펀쿨섹좌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은, 개그 소재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말이다. 일본 정치인이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렇게 엉뚱하게 인기를 끄는 것은 특이한 일인데 그만큼 그의 발언이 많은 웃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고이즈미 신지로는 일본 총리를 지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이다.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28살에 중의원이 되었고 벌써 4선의 정치인이다. 2019년에 환경부 장관이 된 후에는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준수한 외모의 젊은 정치인, 더구나 총리를 지낸 유명 정치인 아버지에, 부인은 유명한 아나운서이고 형은 꽤 유명한 배우이기도 하니,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력이다. 하지만 개그 소재가 된 일련의 발언들로 인해 이제 더 이상 총리 후보군에서는 제외되었고, 한국과 일본의 네티즌 사이에서 엉뚱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발언을 보면 지금은 구속되어 있는 한국 전직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을 연상시킨다. 무슨 뜻인지 알쏭달쏭하고 엉뚱한 화법으로 질문을 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치를 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검증되지 않은 관행적 세습은 문제가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물론 고이즈미의 경우에는 한국 전직 대통령처럼 심각한 국가적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고 네티즌의 개그 소재로 웃음을 주고 있으니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펀쿨섹좌 고이즈미의 인기는 변화한 한일관계의 새로운 위상을 상징하고 있다고 보인다. 펀쿨섹좌를 다룬 시사IN 기사에는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의 분석을 인용했는데, 한국 젊은 네티즌들의 일본에 대한 태도는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분석했다. 젊은 세대에서는 일본에 대한 도전의식이나 열등감이 없고, 우리가 우위라는 인식이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한국인의 일본관이 달라지는 중요한 변화로 보고 주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펀쿨섹좌’를 다루는 방식은, 일본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일본 정치에 만연한 세습 문화, 정권교체가 거의 없는 활력 없는 민주주의, 아래로부터의 힘으로 지배층을 끌어내린 경험이 없는 일본 근대사와 같은 일본 정치의 특징을 ‘뒤처짐’으로 받아들이는 자신감이 ‘펀쿨섹좌’ 개그의 바탕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무역전쟁과, 코로나 사태를 통해 보인 일본의 모습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가 일본보다 우위라는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실제적인 실력이 바탕이 되고 있기에 펀쿨섹좌를 개그 소재로 즐기는 여유와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거창한 분석을 떠나서, 한국 네티즌들이 펀쿨섹좌의 어록을 모아서 만든 유튜브 영상을 보면 어쨌거나 한바탕 웃게 된다. 이웃에게 이런 웃음 소재를 제공해 준 일본 환경부 장관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여러분, 전 여러분께 12시에서 7시간이 지나면 7시가 되고 19시도 된다는 걸 심각하게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환경부 장관이라니, 그가 ‘섹시’한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펀'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필자 약력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미국 위스컨신대학교 언론학석사
미국 서던미시시피대학교 언론학박사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전)
인천광역시 국제교류재단 대표 (전)
한국광고학회 이사 (전)
스페인 말라가대학교 한국사무소장 (현)
저서: "광고, 상품, 쇼핑의 노예들" "글로벌 시장과 국제광고" "현대광고학" "수제맥주 바이블"

 

 

전영우 youngwoo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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