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성주 / KAL858기 사건 연구자

 

▲ KAL858기는 실종되기 전인 1987년 9월 기체 결함으로 동체착륙을 했다. 사진은 사고 당시의 KAL기 모습. 1987년 11월 30일 <MBC 뉴스데스크> 다시보기 화면 갈무리.

이미 알려진 대로 KAL858기는 기체 고장으로 동체착륙을 한 적이 있다. 교통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KAL기는 “앞바퀴 결함으로 2차에 걸쳐 김포공항에 비상착륙”을 했다(2016070060, 26쪽). 다시 말해 기체 앞 착륙장치(Nose Landing Gear, NLG)가 고장 나서 앞바퀴 없이 착륙을 한 것이다.

첫 번째 사고는 1977년 9월 13일, 두 번째 사고는 1987년 9월 2일에 있었다. 특히 두 번째 사고는 실종(87.11.29)되기 몇 달 전에 일어난 것으로, 그 뒤인 9월 7일부터 9월 28일까지 동체 앞부분에 대한 수리작업이 진행됐다.

교통부, 버마에 자료 건네며 정보 누락

또한 앞선 글에서도 밝혔지만 KAL858기는 미국에서 10월 13일부터 11월 10일까지 엔진과 관련된 수리를 받았다. 실종에 앞서 이루어진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교통부는 버마 사고조사위원회가 요청한 비행기 관련 자료에서 이를 언급하고 있지 않다(34-80쪽). 4주에 걸쳐 이루어졌던 개조작업 내용을 넣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버마가 국제민간항공기구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 엔진 수리 사항이 빠져 있다(2016090027, 78-98쪽). 참고로 교통부는 1977년 사고에 대해서도 버마에 알리지 않았는데 이는 버마 보고서에 추가되어 있다.

사건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최종 교신지점 문제인 것으로 안다. 이를 얼마 전 다시 살펴볼 계기가 있었는데, 아무튼 교통부 보고서에 따르면 KAL858기의 최종 위치 보고는 “버마 랑군 관제기관”을 통해 “URDIS”에서 이루어졌다(2016070060, 25쪽). 시점은 1987년 11월 29일 14:01, 공식발표에 따르면 비행기는 몇 분 뒤인 14:05에 폭파된다.

KAL기는 당시 “R-68” 항로를 지나고 있었는데, 마지막 교신내용은 비행기가 다음 위치보고 지점인 “TAVOY”를 14:22에 통과예정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교통부는 KAL기가 “우르디스 타보이 중간의 바다위에 추락한 것으로” 봤다(31쪽). 그런데 교신지점과 관련해 분명하지 않은 면이 있다.

최종 교신지점 문제

버마 보고서는 KAL858기가 URDIS 이전 지점인 TOLIS를 13:31(원문은 UTC국제표준시간을 사용, 이는 한국시간보다 9시간 늦은 04:31)에 통과했다고 하는데, 당시 교신을 하며 URDIS를 13:59에 통과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하지만 그때 통보가 없자 랑군 관제소는 14:00(국제표준시간 05:00)에 연락을 했고, KAL기는 14:01에 URDIS를 통과할 예정이라고(estimated URDIS at 0501 UTC) 답변했다(2016090027, 79쪽).

▲ 버마 조사보고서의 최종 교신지점 관련 부분.

곧, KAL기는 14:01에 URDIS를 지난 것이 아니라, 그 시점에 지나게 될 것이라고 알려 왔다. 엄격히 말하자면, 최종 교신 당시 KAL기는 URDIS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였다(다만 버마 보고서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비행기가 결국에는 URDIS를 통과했다고 봤다).

그리고 교통부의 영문 보고서는 국문 보고서와 달리 최종 위치 통보 시점을 13:31로 표기하기도 했다. 영문 보고서 첫 부분은 국문 보고서와 같이 14:01(원문은 버마시간을 사용, 이는 한국시간보다 2시간 30분 늦은 11:31)로 표기했다(2016070060, 6쪽).

나머지 부분이 주목되는데, 이 시간이 몇 차례에 걸쳐 13:31(버마시간 11:01)로 되어 있다(8쪽 위, 8쪽 밑, 10쪽, 17쪽). 단순한 실수인지 모르겠으나, 13:31은 URDIS가 아닌 TOLIS 위치 통보 시점이다. 이를 “최종” 교신지점이 TOLIS에서 URDIS로 “조작”됐을 가능성과 연결시켜 보는 견해가 있다(서현우, <KAL 858기 폭파사건 종합 분석 보고서>).

KAL858기 사건을 재조사했던 국정원 발전위원회도 이 문제를 다뤘는데, 최종 교신지점이 URDIS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위원회가 버마 보고서를 잘못 인용한 듯한 부분이 발견된다. 먼저 위원회는 KAL기가 URDIS를 통과할 예정이라고 “교신한 시간은 기재돼 있지 않음”이라고 했다(국가정보원,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 III>, 482쪽). 그러나 위에서 살펴봤듯, 버마 보고서에는 랑군 관제소가 KAL기에 연락을 한 시간이(At 0500 UTC the controller at Rangoon ACC … initiated a call) 기록되어 있다(2016090027, 79쪽).

국정원 발전위원회의 실수?

물론 위원회의 단순한 실수일 수 있다(위원회는 “05:00(Z)에도 보고가 오지 않아... 호출하여 교신을 했다”고 481쪽에 적고 있다). 아니면 영어 문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위원회가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는 점이다. “KAL858기는 Urdis를 통과하고 난 뒤인 05:02(Z)에 ‘05:01(Z) Urdis항공을 지났을 것이다(estimate)’... 했을 것으로 판단됨.” 이에 따르면 비행기는 URDIS를 국제표준시간 05:01에 통과하고, 05:02에 교신을 했다.

그렇지만 이는 원문에 교신 시간이 05:00로 명시되어 있다는 점, 곧 통과 전에 교신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나는 조심스럽지만, 혹시 위원회 입장에서 KAL기가 URDIS를 지났다고 강조하기 위해 무리를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아울러 버마 자료에는 최종 교신 예정 시간이 실제로는 2분 늦었다고(late by two minutes) 되어 있는데(2016090027, 85쪽), 위원회는 “3분 늦게 교신했다(...late by three minutes)”로 원문을 바꿔 인용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교신시간은 예정 교신시간 04:59에서 3분이 지난 05:02(Z)으로 판단”했다(국가정보원,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 III>, 483쪽).

그런데 이는 위에서 말했듯, 최종 교신 시간을 05:02로 맞추기 위해 그렇게 인용한 것은 아닌지 물음을 갖게 한다. 곧, 원문대로 하면 “2분”이 늦은 “05:01”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URDIS를 05:01에 통과하고 “05:02”에 교신했다는 위원회 판단은 정당성을 잃게 된다. 물론 나의 해석이 틀릴 수도 있고, 이 문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라 하겠다.

구조 신호가 없었던 KAL858

한편, 실종 당시 KAL858기가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알려진다. 교통부 보고서는 “비상 호출신호”가 없었다며 이를 확인해준다(2016070060, 25쪽). 버마 보고서에도 비상위치 송신기(emergency locator beacon)에서 아무런 신호가 나오지 않았다고 되어 있다(2016090027, 84쪽). 이 송신기는(나중에 발견되었다는) 구명보트가 보관되어 있던 비행기 앞문 근처의 사물함 윗쪽에 있었다(2016070060, 43쪽, 75쪽).

올해 초 대구MBC가 KAL858기 추정 동체를 발견했는데, 물체가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는 상태다. 특히 왼쪽 날개에 엔진이 붙어 있는 채로 발견된 것과 관련해, 방송사는 “착륙 시도하는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는 항공전문가의 말을 전했다(<대구MBC보도특집>, 2020년 5월 8일).

나 역시 엔진이 붙어 있는 상태를 보고 놀랐고, 항공전문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추락 당시 (또는 폭발이 있었다면 그 순간) 충격이 크지 않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그렇다면 추락이 있기 전까지 (또는 그 직후) 왜 KAL기에서 비상 신호가 없었느냐는 점이다. 모쪼록 추정 동체 확인 등을 통해 이러한 의문들이 빨리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수정, 10일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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