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미국 외교관들이 국내 상황을 지켜보는 게 “겁나고”, “가슴이 찢어진다”고 토로했다고 <CNN>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후문 라파예트공원 내 평화 시위대를 고무탄과 최루탄으로 몰아내고 세인트 존 교회 앞에서 포즈를 취한지 24시간이 되지 않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천안문 학살’(1989) 생존자들을 만났다. 

생존자 중 한 명인 헨리 리는 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세계의 리더”인데 “지금 미국인들은 매우 힘들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시위를 단속하라며 주지사들에게 “완전한 지배”를 촉구한 바로 다음 날이다.

낸시 맥엘도니 전 불가리아 주재 대사는 “다른 어떤 상황에서든 미국 국무장관이 천안문 학살 생존자들을 만나는 건 멋진 일”이며 “그 때 우리는 시위대를 지지했다. 우크라이나의 메이단, 테헤란, 홍콩 시위대를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의 여파는 유럽 각국 수도는 물론이고 내전 중인 시리아의 폐허까지 미치고 있다. 미국의 적대국들 주장에 힘이 실렸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등은 미국이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반격한다. 

맥엘도니 전 대사는 “트럼프의 서툴고 극단적인 대응이 전 세계에 나간 미국 외교관들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과거 미국은 인권의 표준적 전달자이자 등대로 인식됐고 자제를 촉구하고 합리적 타협을 촉구해왔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기껏해야 큰 걱정의 대상이고 최악의 경우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다.”

과거 이런 일이 생겼다면 주재국 대통령, 장관을 만나 무력 사용을 중지하고 정치적 대화를 하라는 ‘훈령’을 받았을 것이나, “(지금) 우리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방어할 수 없는 일을 했을 때 방어하라고 요구받고 있다”고 멕엘도니 전 대사가 꼬집었다. 

현직 국무부 당국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도덕적 입지가 도전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미국이 관여하는 130여개국 경찰 훈련에서 “인권준수에 관한 엄격한 점검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한 당국자는 시위대가 폭력적으로 나와도 평화적으로 대응하라고 말해왔는데 “이제 우리가 정색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4일 <뉴욕타임스>는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눌려 질식사한 조지 플로이드 추모 시위가 열흘째에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시위가 전반적으로 평화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일부 도시에서는 야간 통행금지령을 해제했다고 덧붙였다. 

(추가,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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