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경찰의 가혹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로 촉발된 시위가 미국 각지에서 엿새째 계속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각) <CNN>은 “화염과 분노가 미국 전역에 퍼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화염과 분노”는 2017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미사일 시험을 계속하는 북한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 사용했던 용어다.

<CNN>에 따르면, 시위는 수십개의 도시로 번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약탈과 방화, 총격사건이 일어나 최소 4명이 숨지고 1,600여명이 체포됐다. 거의 40개 도시에 통행금지령이 내렸고, 15개주와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주 방위군이 소집됐다. 

31일 뉴욕에서는 조지 플로이드의 정의를 촉구하는 시위 도중 일부 경찰관들이 시위대의 주장에 동조해 함께 무릎을 꿇는 광경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시위 참가자 아브라함은 “저런 걸 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워싱턴 DC에서는 백악관 인근 시위대가 돌을 담은 상자를 가져왔다는 정보가 법집행 당국에 전파됐다고 이 방송이 전했다. 시위대 속에는 방망이를 든 사람도 목격됐다고 덧붙였다.

31일 오후 5시 플로이드가 사망한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 폴로 들어가는 모든 고속도로가 봉쇄될 것이라고 미네소타주가 예고했다. 필라델피아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을 쏘아 시위대를 해산했다.  

시위대의 요구는 플로이드 죽음에 관련된 경찰 4명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비디오 속에서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던 경찰은 3급 살인 및 과실치사로 기소됐지만 시위대와 평론가들은 이 혐의가 충분히 가혹하지 않다고 본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내에서는 현 상황을 1968년과 비교하는 얘기들이 나온다. 

1968년 미국은 밖으로 베트남전의 수렁에 빠졌고 안으로 반전시위가 계속됐다. 민권운동의 상징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하면서 폭동 수준으로 발전했다. 2020년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베트남전 사망자 5만 8천명의 거의 2배에 이른다. 전례없는 실업난에 대규모의 격렬한 시위까지 겹쳤다. 

<뉴욕타임스>는 “두 개의 위기가 나라를 발작시켰다”고 우려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경찰 폭력’이 나란히 미국을 황폐하게 만드는 재앙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31일 트윗을 통해 지난 밤 미니애폴리스에 모인 시위대의 80%가 다른 주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주장했으며, “폭력을 부추기려 주 경계를 넘어가는 것은 연방범죄”라고 강변했다. “법과 질서”를 내세웠으며, “미국 정부는 안티파(ANTIFA, 극좌파)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리버럴’(민주당원) 주지사와 시장들은 훨씬 더 강경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개입해 우리 군대의 제한 없는 힘의 사용과 많은 체포를 포함하여 할 일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방위적으로 미국과 대립중인 중국의 관영매체는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1일 “아름다운 광경이 홍콩에서 미국으로 확산했다”는 사설을 실었다. 지난해 홍콩의 ‘반송환법 시위’ 때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했던 미국 지도자들의 말을 그대로 돌려 준 셈이다.  

이 신문은 “미국 내에서 진행 중인 혼란은 적절한 반성으로 이어지기는커녕 폭언과 책임전가 관행이 새로운 단계로 갈 것”이라며 “무슨 일이 일어나든 미국은 항상 자신들의 정치체제가 최고라고 믿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