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개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국가보안법’ 심의에 착수했다. 홍콩 기본법 23조에 따라 과거 홍콩입법회에서 추진됐다가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던 법안을 베이징 정부에서 직접 제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4일 수천명의 시민들이 홍콩 시내로 나와 보안법 제정을 반대하며 격렬하게 시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야권과 시민단체는 26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고 홍콩 당국은 경찰 3천명을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 

베이징의 입장을 대변하는 홍콩특구 대변인은 25일 “각국은 국가안전과 주권을 지킬 권리와 책임이 있다”면서 “만약 누군가가 홍콩특구 관련 중국에게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권리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명백한 이중 기준이자 위선적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6일자 사설에서 중국을 비난해온 서방 정치인들과 매체에게 전인대의 홍콩 보안법 제정 움직임은 호기일 수 있지만 “그러한 추동력도 보이는 것만큼 강력하지는 못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워싱턴은 국가안보를 핑계로 정상적인 상업활동을 억압해왔다”면서 “홍콩의 국가보안법이 이 도시의 높은 수준의 자치를 가로막고 자유를 끝장낼 것이라 말해봤자 전체 국제사회를 조종하기는커녕 서방인들을 속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가 언급한 바와 같이 서방언론은 중국 당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미국 <CNN>은 25일 홍콩발 기사를 통해 지난해 ‘송환법’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이후 홍콩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보안법 제정으로 인해 홍콩은 “불안한 여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알렸다. 

문제는 홍콩 시민들이 베이징에서 진행되는 입법과정을 막을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홍콩 야권과 시위대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기대하고 있으나 크리스 패튼 전 홍콩 총독을 비롯한 200명 가량의 정치인들이 공개서한을 보냈을 뿐이다. 

이 방송은 “역사적으로 중국은 국제사회의 압력에 호의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예에서 보듯, 제재 위협이나 국제사회의 비난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도 못한다. 미국은 최근 2년간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수단을 거의 소진했다.

실제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감히 카드놀이를 하는 한 중국은 주저없이 게임에 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뉴욕타임스>도 25일 분석기사를 통해 “홍콩 자치권을 또 한겹 벗겨내려는 중국의 움직임은 (우발적인) 충동이 아니라 몇 달 걸려서 만든 계획에 따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지구촌 정세를 감안할 때 지정학적 비용이 크지 않다는 합리적 가정에 입각했다는 것.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순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진정된 중국은 공격적인 대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서양 양안에 자리잡은 서유럽과 미국 등이 본격적인 아노미 상태로 접어든 시점과 맞물린다.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안경비대가 베트남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시켰고, 중국 선박들은 말레이시아가 운영하는 석유 굴착선 한 척을 급습했다. 지난 10일 독립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 연임을 비난했고 전인대 보고에서 ‘평화’ 통일 표현을 삭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주 히말라야 산맥에서 인도 군과 충돌했다.

「홍콩의 내일 : 민주주의 또는 독재?」 저자인 장 피에르 카베탄 홍콩 침례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세계를 상대로 신중하고 소프트파워를 행사할 것이라는 생각들이 있었으나 “시진핑과 함께 그런 시간을 갔다”고 잘라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독일 외교관을 인용해 “분석가들은 오랫동안 미국 주도 체제의 종말과 아시아 세기의 도래를 얘기해왔다. 이것이 지금 우리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환점이 됐고, 유럽 국가들 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에 대한 압박에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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