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남북관계를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하다'는 비유로 설명하기도 한다.

벌써 3년전인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정부성명으로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던 한반도 전쟁위기는 한달여 지난 2018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고 대화에 나서겠다는 용의를 표명하면서 극적인 평화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난 2~3년이 지나는 동안 말 그대로 격변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요동치는 관계변화에 따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남의 일처럼 아득하다가도 어느새 가슴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하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은 북쪽 사회에 대한 인식이다. 분단과 전쟁의 70년 역사는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해 덧칠되면서 그만큼 더 완고한 벽이 되었다.

▲ 김이경, 『미래세대를 위한 북 바로알기-우리는 통일세대』, 초록비책공방, 282쪽, 2020.3.20. [사진제공-초록비책공방]

지난해  2월 '새로운 북미관계'에 대한 기대로 충만하기까지 했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바로알기를 표방한 책을 출판한 바 있는 김이경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 상임이사가 이번에 다시 한번 '북녘 바로알기' 심화편이랄 수 있는  『미래세대를 위한 북 바로알기-우리는 통일세대』를 펴냈다.

지난해 나온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탈출 평양이야기』가 2001년부터 시작된 민간교류 경험과 느낌을 바탕으로 '사람의 정이 넘치는 사회주의 북'을 다루었다면, 이번엔 좀 더 본격적으로 북을 깊이 있게 다루려고 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이번 책에는 북녘의 그들이 경제난을 극복한 과정과 교육·종교·의료 등과 같은 현재의 생활상, 북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가 적극적으로 다루어졌다. 또 외세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나라를 건설해 온 과정, 그런 역사속에서 어떤 정서와 사고방식을 형성해 왔는지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작심 발언이 적지 않다.

"인민의 삶의 향상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방안을 더 열심히 찾지 않고 사회적 안정을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는 영화속 주인공의 대사는 물론이고 "사회주의 사회에서 '배움'이란 취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발전, 노동자 자신의 발전, 또 국가를 위한 것이다"라는 대목은 일찍이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된 발언이었지만 책속에서 지극히 자연스럽다.

우리의 회사에 해당하는 북의 기업소에서 노동자들이 받는 생활비는 임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과는 달리 기업소의 주인으로서 노동과 생산의 가치를 분배받는 것이다. 

"기업소는 국가 혹은 인민위원회와 함께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주택과 식량을 비롯한 최소한의 기본 생활용품 배급 등을 해결하고 이 배급으로 해결할 수 없는 소비를 위하여 생활비를 분배한다"는 설명은 낯설지만 이해할만한다.

몇년전부터 주문배달 서비스와 식료품 이동판매 서비스는 물론 드라이크리닝과 기차표 예약서비스를 대행한다는 국영 체인점 '황금벌' 상점의 서비스는 '가난한 사회주의' 북한의 상상을 넘어서는 변화를 보여준다.

큰 제목으로만 보아도 <북녘 청소년의 성장기>, <북녘 인민들 삶의 이모저모>, <북 현대사를 알아야 지금의 북이 보인다>, <현대사와 함께 성장한 북녘의 문화예술> 등 다루는 내용이 포괄적이다. 

그래서 더욱 더 저자는 "통일을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는 '북을 바로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기 검열에서 깨어나려는 결단과 용기를 요구하지만 예전처럼 엄청난 피해를 각오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진지함, 인문학적 상상력, 솔직한 질문과 토론의 문화, 그리고 열려있는 마음만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진실과 마주할 수 있다"고 다시 강조한다.

북녘 연인들의 성의식과 결혼관, 북의 무상주택 정책과 그쪽 사람들의 집에 대한 단상, 거주이전과 여행의 자유에 관련한 실상, 의료정책과 종교활동 등 평소 궁금해 하던 북녘 일상에 대해 사례만 나열하지 않고 개념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 책이 제공하는 큰 장점이다.

또 <김일성 주석은 정말 항일 무장 투쟁을 했을까>, <한국전쟁 이후 북의 경제 건설>, <유일사상 체계의 확립과 계승문제> 등 오래된 질문에 대해서도 냉전논리에 편승한 뻔한 답변 대신 북의 설명과 역사에 근거해 해설하는 접근은 분명 새롭고 유의미한 것이다.

나아가 <1970년대 유일사상 체계의 확립과 계승문제>, <1980년대 북 전역에 퍼진 주체사상화>, <1990년대 무너지는 사회주의 앞에 홀로 선 북의 운명>, <2000년대 자주적으로 닦은 경제 활성화의 기반>, <2010년대 경제강국으로 나아가는 김정은 시대> 등은 새로운 남북관계를 위해 필요한 적극적인 인식의 지평을 여는 주제들이다.

때로 남과 북의 현실을 극단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아닌지,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객관적 해설임을 알 수 있도록 각주가 충실히 제공되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새로운 한반도의 꿈을 꾸자고 하는 이 책에 대한 기대는 크다.

너무나 극적으로 다가온 평화분위기는 그래서 처음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우리에게는 70년 분단체제를 넘어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에 대한 꿈이 멀지만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분명 싹트고 있다.

남과 북의 정상이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서로를 껴안고, 남에서 북으로 다시 북에서 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은 온 민족과 세계를 향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해 9월 평양 5.1경기장에서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남쪽 대통령이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그림을 내딛자'고 연설할 때, 백두산 천지앞에서 남북 정상이 두손 맞잡고 다짐할 때, 그 모습을 지켜본 많은 이의 가슴속엔 분명 평화와 통일이 이뤄진 우리의 미래가 뜨겁게 그려졌다.

그후 결렬과 그밖의 어떤 일이 있었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고 우리는 가장 중요한 준비를 변함없이 해 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