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인간은 각자 하나의 세계다

기사승인 2020.02.19  10:12:29

공유
default_news_ad1

- <연재>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282)

 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파랑새
 - 한하운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군대에 가는 게 싫어 정신질환 진단을 받기를 바란다는 한 청년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는 내성적인 성격의 미술학도라고 한다. 정신질환자가 되었다가 나중에 취직하기 힘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말에 그는 평생 혼자서 미술작업을 할 것이라고 대답했단다. 

 그는 평소에 ‘남자’라는 게 얼마나 버거웠을까. 감수성이 예민한 그는 ‘씩씩한 남자’는 입을 수 없는 무거운 갑옷 같은 게 아니었을까. 

 나도 그랬다. 나는 어릴 적에는 마을 동무들과 골목으로 산으로 들로 마구 신나게 뛰어 다녔지만, 사춘기가 되며 사나이가 되어가는 친구들과 점점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도 가장 힘들었던 게 무리지어 다니며 ‘온갖 가부장 문화’를 누리는 남자 동료들이었다. 
  
 직장도 그만두고 모든 소속에서 벗어나 ‘외로운 늑대’처럼 살아가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한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을 공부하며 나 같은 부류의 남자들이 사실은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만 이 시대의 소위 ‘주류 문화’가 모든 남자를 ‘남자다운 남자’로 강제할 뿐이다.    

 트렌스젠더 ㄱ씨가 숙명여대에 합격했지만 비난의 여론을 감당할 수 없어 입학을 포기했다는 뉴스를 접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대에 가서 여성 몸을 보고 싶었던 거야?’하는 댓글을 읽으며 우리 사회가 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저급한지를 느꼈다.

 ㄱ씨는 ‘여성’을 알고 싶어 여대에 가려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성정체성은 여성이지만 오랫동안 남성으로 살아왔기에 어떻게 여성으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투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이 아닌 진정한 여성은 무엇일까?’ 심층심리학자 융은 인간에겐 남성성과 여성성이 있다는 주장을 한다. 그는 남성 속의 여성성을 아니마라고 하고, 여성 속의 남성성을 아니무스라고 한다. 그러니까 인간은 남성과 여성으로 분류되는 게 아니라 남성성과 여성성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온전한 인간은 남성성과 여성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사람이다. 인간을 남성과 여성 둘로 나눠 어느 하나에 속하게 하는 사회는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동물은 본능적으로 살아가지만 인간은 생각이라는 게 있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인간은 스스로를 계속 재구성해가는 존재인 것이다.         

 인간은 하나의 세계 속에서 부품이 되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각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가는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차이와 개성을 존중해 줘야한다.  
 
 군대에 가기 싫어 정신질환자가 되려하는 청년에게 우리는 다른 길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그가 타고난 예술적 감수성으로 살아가면서도 우리 시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길은 무궁무진하게 많을 것이다. 트렌스젠더 ㄱ씨가 여대에 가서 자신의 정체성을 섬세하게 만들어갈 때 우리 사회는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다.  
 
 한하운 시인은 ‘천형(天刑)’인 한센병(문둥병)에 걸려 한평생 세상을 등지고 살았다. 그는 ‘시는 눈물로 쓴다’고 했다. 그렇게 그는 모진 운명을 견뎌냈다. 

 ‘나는/나는/죽어서/파랑새 되어//-//푸른 노래/푸른 울음/울어 예으리.//나는/나는/죽어서/파랑새 되리.’   

 트렌스젠더는 문둥병 같은 천형(天刑)도 아닌데, 우리는 왜 그들을 이다지도 모질게 대하는 걸까? 

 

 

고석근 ksk21ccc@hanmail.net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