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11일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4.15 총선 지역구 후보로 출마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6년 8월 귀순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 됐기에 그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오는 것은 그의 자유다. 더욱이 3만3000여 탈북민이 정치세력화를 모색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터다. 그런데 그의 국회의원 선거 출마선언문과 기자회견문을 보니 그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무지에 입이 막힐 따름이다. 많지만 몇 가지만 짚어보자.

◆ 그는 출마 배경과 관련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관찰한 것 중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진보세력은 통일주도, 보수세력은 반통일 세력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운을 떼고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통일을 향해 미력이나마 보태겠다’고 밝혔다. 통상 유럽에서는 보수가 민족문제에 집착하고 진보는 탈민족을 띠는데, 그의 말대로 한국에서는 진보가 통일(민족) 문제에 천착하고 보수는 반통일적이다. 그가 통일에 미력이나마 기여하고 싶다면 당연히 진보세력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는 ‘오만’하게 보수 편에 서 있지 않은가?

◆ 그는 자신의 역할론과 관련 “서로 싸우기만 하는 것으로 통일이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한쪽 의견만 들어준다고 통일이 오는 것 또한 아니다”고는 ‘교류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거쳐 진정한 통일을 이뤄낼 수 있다’면서 자신이 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싸우기만 하는 세력은 자유한국당을, 한쪽 의견만 들어주는 세력은 더불어민주당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전통적으로 두 당 중에서 어느 당이 북측과 교류 협력을 해왔는가? ‘편견’을 가졌기에 당적을 잘못 택하지 않았는가?

◆ 특히, 그는 “대한민국의 그 어느 누구보다 북한 체제와 정권에 대해 깊이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북측에 대해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 “시종일관 김정은 정권은 절대로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처음부터 얘기해왔다”고는 ‘실제로, 김정은이 비핵화를 위해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 ‘북한 비핵화=한반도 평화체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서 그런 것이기에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나아가 엄밀한 의미에서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노딜’처럼 미국 측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무지’하기에 ‘북한 책임론’을 주장하는 것 아닌가?

◆ 자유한국당이 이러한 태 전 공사를 영입해 지역구로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것은 유세 등을 통해 이번 총선을 민족화해의 장이 아닌 이념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심사다. 태 전 공사는 탈북한데다 또한 남측에 와서 반북 활동을 해왔기에 북측은 그를 ‘배신자’로 취급할 것이다. 태 전 공사가 총선에서 이긴다는 보장도 없지만 만약에 그가 의원이 되고 또 차후 자유한국당이 정권을 잡게 된다면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 미리 보는 남북관계의 파탄 아닌가? ‘태 전 공사와 자유한국당.’ 진정으로 남북화해를 바란다면 맺어져서는 안 될 조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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