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바친 어머니의 눈

 
피로 찾은 주권은 생활고에 시들고
혁명정부는 어린 넋에 보답할 것인가?
절망 무기력 부패 의문뿐이다

 

○... 무학산(舞鶴山)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마산 부두 저 멀리 망망히 펼쳐진 대해의 품에 안긴 이 거리 – 어기찬 민주봉화의 진원지에 4월이 찾아 든다.

칼에 찔려, 총에 맞아 쓰러지고 쓰러져 피안개가 하늘을 덮던 지난해 봄... 경찰들이 쏘아대는 총포는 마산 사람들을 꺽지 못했다.

잔인한 도륙으로 잠잠해진 이 거리였건만 기어이 주권을 찾고야 말았던 억센 힘들이 지금은 생활고에 시들어 가고 있다.

 
○... 썩은 정치 때문에 못살겠다고 맨주먹으로 새 나라를 이룩했으나 이제는 일부 정객의 심한 농간과 도탄에 빠진 농민들을 저버리고 위정자들은 자리다툼에 눈이 어둡다.

3월부터 혁명과업을 치러주겠다던 도지사는 도청으로 하여금 자리다툼의 무대로 만들었다.

학교에서의 부담은 전보다 늘고 관허・관영요금을 비롯한 물가는 날로 올라가서 시민들의 살림은 점점 어려워져 가기만 한다.


○...4.19전에 「마산의 경무대」 주인공이라고 하던 이용범(李龍範)씨 소유였던 동양주정(東洋酒精)과 ??원흉들이 살던 집에는 「팔 집」이라는 딱지가 붙어있으나 돈 없는 시민들에게는 그림속의 떡에 불과한 것이다.

「3.15기념탑」 건립문제를 둘러싼 정 의원과 손 시장간의 추잡한 싸움은 한결 시민들을 격분하게 하고 있다.

지난 3.15마산의거 한 돌 기념 날만하더라도 이 문제로 시민들은 더한층 격노하여 이 기념식에 참석했던 張국무총리에게 사연을 따지려고 들었다.

그러나 장 총리는 슬렁슬렁 도망치다시피 하여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 그들의 아들딸들이 흘린 피로 총리의 자리에 앉은 張박사이기에 모처럼 이곳에 온 그를 만나려고 했던 시민들이었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은 통곡한다.

그 어린 피가 그렇게도 헛된 것이 될 것인가? 어머니들은 기념식에서 매섭게 단상(壇上)의 인물들을 쏘아 보았다.

속았을까? 이대로 그냥 궁한 살림을 계속하게 될 것인가? 의문, 무기력, 부패, 무능, 절망 – 한 오래기에 묶을 수 없는 야틋한 표정이 교차되었던 것이다.[마산지사]


(사진=3.15의거 1주년 식전에서 단상을 쏘아보는 자녀를 바친 어머니들)

▲ 4月이 오네 (9) [민족일보 이미지]

<민족일보> 1961년 3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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