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자족(自足) 속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산해경을 읽으며
- 도연명

초여름 초목은 나날이 자라고
집 둘레 나무는 잎가지가 무성하다 
새 떼는 깃들 곳에 즐거워하고
나 또한 내 집을 사랑하노라 
이미 밭 갈고 씨 뿌렸으니 
이제는 나의 책을 꺼내 읽는다
내 사는 곳 거리에서 멀리에 있어 
친한 이도 수레를 돌리어 간다
즐기어 혼자 봄 술을 마시며
정원의 나물 뜯어 안주를 한다
가는 비는 동쪽에서 나리어 오고
비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도 좋다 
찬찬히 주왕전을 꺼내어 읽고
두루 산해도를 읽어도 본다
고개 끄덕이는 동안 우주를 다 보니
이 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으랴


 약수터에 갔다가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대기업에 다닌다고 했다. 자연스레 시국 얘기를 하게 되었다.

 그는 386출신이라고 했다. 가끔 토요일 오후에 촛불 집회에 참가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수천 개의 댓글을 올렸다고 했다. 나는 인터넷에서 글을 읽으면 대개 댓글을 정독한다. ‘하! 이리도 깨어 있는 시민들이 많구나!’  

 그와 같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있어 수구 세력의 완강한 저항을 뚫고 검찰개혁의 수레바퀴가 앞으로 굴러가고 있을 것이다. 그는 진보적 삶에 대해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말했다. ‘성경에 행복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아요. 자족이라는 말이 나오죠.’ 그는 아파트에서 살다가 공기 좋은 산 아래의 빌라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이제 자족하는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386 출신들이 우리 역사의 진보에 대한 공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우리 사회가 1987년 6월 항쟁을 겪으며 군사독재 시대를 마감하고 일반 민주주의를 이루어냈으니까.

 이제 우리는 사회 전반에 민주주의의 내용을 풍부하게 채울 때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소련, 중국 등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의 실패를 혁명 후 ‘자본주의 인간’을 극복하지 못한 데서 찾는다. 혁명 주도 세력이 ‘사회주의 인간’으로 변모하지 못해 결국 다시 자본주의로 회귀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쿠바’를 보면 에리히 프롬의 생각이 일정 부분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쿠바에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시골 마을에 돼지가 개처럼 어슬렁 어슬렁 다녀요.’ ‘사람들이 참 느긋해요.’ 쿠바는 어떻게 미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주의에 맞서 ‘아름다운 작은 나라’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자아(自我)는 허상’이라고 했다. ‘각각의 물체로 보이는 것들은 다 실체가 아니에요. 장(場)이 실체에요.’ 삼라만상이 하나의 몸이라는 것이다.

 자아가 실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아를 위해 살 것이다. 남보다 더 많은 재물, 권력, 명예에 취해 살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허상이기에 결국 인간은 불행해진다.

 인간은 자아를 넘어 다른 존재들을 자신으로 보는 ‘큰 나’가 될 때 비로소 행복이 온다. 자족, 부족함이 없는 삶이 온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아를 부추기는 천민자본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검찰개혁은 인간이 주인이 되어 서로 사랑하는 세상을 향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도연명 시인은 ‘산해경을 읽으며’ 자족할 수 있었다.
 
 ‘초여름 초목은 나날이 자라고/집 둘레 나무는 잎가지가 무성하다/새 떼는 깃들 곳에 즐거워하고/나 또한 내 집을 사랑하노라/이미 밭 갈고 씨 뿌렸으니/이제는 나의 책을 꺼내 읽는다’

 그는 천지만물과 하나로 어우러진다.
 
 ‘즐기어 혼자 봄 술을 마시며/정원의 나물 뜯어 안주를 한다/가는 비는 동쪽에서 나리어 오고/비와 함께 불어오는 바람도 좋다 ’

 그의 삶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고개 끄덕이는 동안 우주를 다 보니/이 보다 더한 즐거움이 어디 있으랴’

 그는 부족함이  없다. 그는 우주 그 자체이기에. 우주는 늘 춤추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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