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실패시, 문 대통령 ‘새로운 길’ 갈 수도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2일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특별대담에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함께 출연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북미협상이 진전이 안 되면 ‘한국 변수’도 달리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미국도 좀 알아야 될 거라고 저는 봅니다.”

북한이 제시한 북미협상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맡고 있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12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의 특별대담에서 한국 정부의 ‘새로운 길’을 암시해 주목된다.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가 12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컨벤션 홀에서 개최한 ‘송년 특별대담과 후원의 밤’ 행사에서 노무현 정부 시기 청와대 홍보수석을 역임한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의 사회로 김연철 장관과 나란히 출연한 자리에서다.

문정인 교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가급적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하고 북미관계가 잘 돼서, 그것만 되면 남북관계 잘 되니까, 그러면 북미-한미-남북 3각관계에 있어서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봤던 것”이라며 “6월 30일 판문점에서 북미정상회담 만나는 것도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실상 ‘멍석외교’를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걱정한 것은 미국의 위협이니까, 우리가 미국하고 협력해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위협을 가하지 않도록 해줌으로써 핵문제도 해결하고 남북관계도 해결하겠다는 건데, 그게 어려워지게 되면 우리 정부도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한국은 우리랑 다 일심동체로 나간다고 생각하고 북한만 걱정한다”면서 ”지금 북한하고 협상해서 큰 진전을 못 보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 많은 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불만을 표명할 것이고 그러면 대통령에게 부담이 올 것이고 대통령도 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관계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문재인 대통령도 ‘트럼프 달래기’에 매달릴 이유가 없어지고, 지지자들의 남북관계 개선 압력을 수용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한 마디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눈치보기를 끝내고 북한과 손잡는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대미 경고인 셈이다.

“북측도 변해야... 김 위원장, 문 대통령에게 전화해야”

▲ 왼쪽부터 사회자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문정인 특보.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문 교수는 다른 한편으로 “북측도 좀 변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라도 한 통화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북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또한 “남북이 협의하고 그래서 공동으로 풀어나가야 되는데, 북측에서는 그런 태도를 전혀 안 보이고 있다”며 “북한 핵문제가 풀려서 정말 평화의 기운이 온다고 하면, 결국 가장 경제분야 포함해서 모든 분야에서도 서로 협력하고 교류할 대상은 우리 남측”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우리를 완전히 무슨 하나의 잉여적 존재로 간주해서, 우리를 마치 미국의 그림자처럼 간주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북측에서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남측하고 얘기를 하고 남북이 얘기를 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해야지 미국하고 백 번 한다고 다 되느냐”고 북측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새로운 길 네 가지와 트럼프의 군사행동 가능성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분권형 대북정책’ 추진과 민관협의체 운영을 성과로 꼽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연말 시한의 북미협상 전망을 묻는 질문에 문정인 교수는 먼저 “연말까지 18일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그 사이에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들이 통큰 담판을 해서 북미협상을 정상화시키면 제일 좋은 건데, 그렇지 않았을 경우에는 북에서는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거다”며 북한이 예고한 ‘새로운 길’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첫째, “더 이상 비핵화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결국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해서 미국하고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고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많다. 북한의 위상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둘째, “미국의 제재, 국제사회 제재는 더 강화될 것”이라며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력갱생의 길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라서 강조했고, 북한 언론이 최근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자력갱생’이라는 것.

셋째는, “북한 혼자서 자력갱생으로 자급자족 체제로 진짜 100퍼센트 주체의 길로 나갈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중국과 러시아 하고는 외교적 협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네 번째다. 북한이 “행동으로 보이는 것”으로 “인공위성을 쏘든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쏘든 기본적으로 이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성능 테스트하는 시험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정인 교수는 특히 “만약에 북에서 ICBM을 쏜다면 트럼프의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며 “걱정하는 게 바로 그 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재선이 당면 목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강공으로 나왔을 때 “그걸 수용하는게 대선에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강한 군사적 행동을 통해서 응징을 함으로써 대선의 표를 많이 얻겠는가. 이 계산을 많이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문 교수는 “대선 때문에 탄핵 때문에 트럼프는 군사행동 같은 강한 건 못해 라고 관성에 젖은 생각을 하게 되면 상당히 어려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북측도 다시 신중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 생각든다”고 북측에 경고했다.

아울러 “항상 북은 북미관계뿐만 아니고 그걸 남북관계에 겹쳐서 보기 때문에 서해안 쪽에서도 군사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몽양 “겁장이들이 어떻게 통일을 할 수 있겠는가”

▲ 특별대담을 마치고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참석자들은 문정인 특보와 김연철 장관의 특별대담에 귀기울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문 교수는 몽양 여운형 선생의 유지 중 “이념은 자주통일되고 난 뒤에 그때 가서 인민에게 물어서 택하면 된다”, “꼭 전쟁을 해야 평화를 얻을 수 있는가. 싸우지 않고 인류가 능히 자유와 평화를 못 얻을 것인가”, “겁장이들이 어떻게 통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문구들을 꼽고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결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방자치단체가 대북 교류협력사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 ‘분권형 대북정책’을 추진했고, 북민협(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과 민관협의체를 정례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 등을 성과로 꼽고 “초당적 협력의 사회적 기반을 조금 길게 생각하고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보수와 진보의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해서 사회적 대화를 지방을 돌면서 각 분야별로, 세대별로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 대해서는 “돌이켜 보면, 국면에 따라서는 북미관계가 한발짝 더 먼저 갈 때도 있었고, 남북관계가 한발짝 더 먼저 갈 때도 있었던 것 같다”며 “남북관계의 공간을 어떻게 확보하고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통일부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고 “달라진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서 그야말로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만 답했다.

특별대담에 앞서, 몽양기념사업회는 이부영 이사장이 인사말을, 함세웅 신부와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삼열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이 축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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