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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들을 묘사하기에 적합한 말을 찾을 수가 없다

기사승인 2019.12.11  10: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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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고석근의 시시(詩視)한 세상 (272)

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늙고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들을 묘사하기에 적합한 말을 찾을 수가 없다 (빈센트 반 고흐)


 국화
 - 호시노 토미히로

 기쁨이 모인 것보다
 슬픔이 모인 게
 행복에 가까운 듯한 느낌이 드네

 강한 사람들이 모인 것보다
 약한 사람들이 모인 게
 진실에 가까운 느낌이 드네

 행복이 모인 것보다
 불행이 모인 게
 사랑에 가까운 듯한 느낌이 드네. 


 어린 시절, 나는 학교만 다녀오면 채소밭으로 갔다. 나와 동생들은 한 골씩 차지하고서 밭을 맸다. 형제 순으로 앞서가다 커가면서 순위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목이 마르면 오이나 가지를 따 먹었다.

 어느 날 일찍 집에 왔는데, 나 혼자였다. 배가 고파 부엌에 가보니 보리 개떡이 광주리에 담겨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었지만 끝내 먹지 않았다. 우리 가족 저녁 식사거리였기 때문이었다.

 마을 동무들과 냇가에서 많이 놀았다.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모래로 성을 쌓았다. 그 안에 내 의자를 크게 만들었다. 그러다 목이 마르면 샘을 팠다. 맑은 물이 흘러나오면 우리는 고개를 숙여 후루룩 후루룩 갈증이 가실 때까지 마셨다. 그리고는 냇물에 뛰어들었다.  

 어느 한 집에 잔치가 있으면 마을 전체가 잔칫집이 되었다. 아이들은 잔칫집 근처를 얼씬거렸다. 그러면 어머니들이 일을 하는 틈새에 전이나 떡을 들고 나오셨다. 우리는 두 손에 받아들고 입가에 묻혀가며 먹었다. 

 우리 집은 명절에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그러면 이웃집에서 한 상 차려 갖고 오셨다. 우리는 빙 둘러 앉아 과일, 송편, 떡국을 맛있게 먹었다. 

 마을에 가끔 풍악이 울릴 때가 있었다. 장구를 치시는 어머니의 신나는 모습. 벌겋게 상기된 어머니의 볼. 어머니의 입에서는 민요가락이 구성지게 흘러나왔다.

 밤에 잘 때는 한 방에 여섯 가족이 함께 잤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누시는 대화를 엿들을 때가 많았다. ‘누구 집에 돈이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는 돈을 빌리고 갚으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 회상해 보면 가난했지만 행복한 시절이었다. 서로 오순도순 도우며 살았고 싸우더라도 화해하며 살았다.

 되돌아보면 ‘소박한 삶이 행복의 필수 조건 -H. D. 세필’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유해지면 사람이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각자 자기 방에서 생활하고 자기 차로 이동한다. 결국엔 사람보다 물질을 더 소중히 하게 된다.

 호시노 토미히로 시인은 무더기로 핀 국화를 보며 한탄한다.
 
 ‘기쁨이 모인 것보다/슬픔이 모인 게/행복에 가까운 듯한 느낌이 드네//강한 사람들이 모인 것보다/약한 사람들이 모인 게/진실에 가까운 느낌이 드네//행복이 모인 것보다/불행이 모인 게/사랑에 가까운 듯한 느낌이 드네.’

 그는 입에 붓을 물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체육 교사였던 그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시범을 보이다 다쳐서 목 윗부분만 빼고 전신 마비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고 살아가게 되면 결국엔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빌거(빌라 사는 거지), 전거(전세 사는 거지), 월거(월세 사는 거지), 이백충(월수입 이백만원 아빠)...... 으로 보이게 된다. 브랜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만이 사람으로 보인다.

 나이가 들어가며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데, 물질은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삶에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가끔 환영처럼 눈앞에 어린 시절이 그려진다. 가난했지만 정감 있게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다시는 보지 못할 그 환한 웃음들이. 

 

 

고석근 ksk21cc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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