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12일 '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새로운 접근'을 주제로 '2019 남북교류협력 세미나'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금은)2017년 화염과 분노로 표현된 시대로 회귀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그것을 위해 질서정연하고 깨끗하고 정돈된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 같은데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대북제재)결의안만 준수한다면 무질서하고 전면적인 인적 교류를 정부가 선언해 버리면 어떨까 싶다."

남북관계 재개를 위한 창의적 사고(思考)가 강조되는 즈음에 선행적인 실천적 사고(事故)가 상황 타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박력있는 견해가 제출돼 눈길을 끌었다.

박종철 경상대학교 교수는 12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 대회의실에서 열린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회장 강영식) 주최 '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새로운 접근' 주제의 '2019 남북교류협력 세미나'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현재 남북관계를 특정 정부 부처가 독점하고 있는데, 앞으로 종교단체나 학계, 체육, 시민단체들로 분산을 한다면 무질서해진다고 볼수도 있고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통일부나 국가정보원 같은 관련 부처의 일이 많아지겠지만, 우리 정부의 높은 거버넌스 수준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교착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정부 책임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개별관광을 과연 미국이 막는건 아닌지, 정부를 경계하는 시민사회는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우리 정부는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할 수 있는 논리 또는 능력이 있는지 등 제기되는 문제 하나 하나를 테스트하기 위해서도 정부 독점이 아닌 과감한 거버넌스 실험이 필요하다는 견해이다.

정부 독점이 아니라 다양한 민간이 추진하는 남북관계 진전을 폭넓게 수용해 가능성을 확대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박 교수는 미국, 북한, 우리 시민사회 등에 넓은 의미의 교류협력을 선제적으로 제안할 필요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먼저 현재 유엔결의안 틀안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는 관광교류의 틀을 준용해, 중국·러시아 등 국경을 경유한 남북 인적 교류를 실천하고, 나중에 개성육로관광과 금강산 광광을 재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또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구체적 사례로 지목되고 있는 유엔사령부와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남북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고 미국내 의회, 싱크탱크, 정부부처, 언론 등에 대한 다각적인 공공외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32년 남북공동올림픽 유치 제안에 대해서는 남북 군사분계선 왕래가 빈번한 상황을 상상하면 철도·도로 상황 점검과 함께 유엔사의 권한을 확인하는 등 현재의 교착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의미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병직 한국관광공사 관광인력개발원 교수는 지난달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금강산지구 남측 시설물 철거 요구를 대북 협상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관광교류 협력 확대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하면서 설악산-금강산-원산-마식령연계 관광과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 및 동해 관광 공동특구 조성협력 등 9.19합의 이행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운영위원장인 최혜경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은 "북측은 근본문제 해결 전 경제협력이나 사회문화, 인도지원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일방적 지원은 받지 말라는 중앙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민화협 등 중앙부처가 아니라 인민위원회 사업소 하부에서는 (남측에)인도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최근 동향을 전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북측은 인도지원과 사회문화 교류에서도 경제협력 방식이 반영된 사업을 요청하는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진척시키고 있다고 알렸다. 대북제재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이해를 갖고 제3국 공장설립 등을 제안하고 있지만 오히려 국내 단체들이 변화된 남북 교류협력사업 구조와 지향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청석의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통일부 산하 공공법인인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서 남북관계 경험이 풍부한 초기 남북경협사업자들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남북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무지에 가까운 미국 조야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외교의 영역에서 이들을 DMZ와 금강산, 개성공단에 불러들여 체험 기회를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세미나는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서 분기별로 진행하는 포럼과 전문가 토론을 합쳐 진행한 것으로, '지속가능한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새로운 접근' 주제로 1부 '새로운 교류협력을 위한 교훈과 과제'와 2부 '지속가능한 교류협력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방향'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는 이상만 한반도협력연구소 이사장 사회로 박종철 경상대 사회교육과 교수가 '남북교류협력 재개.교착상태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주제로 발표하고 박병직 한국관광공사 관광인력개발원 교수, 최혜경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2부 '지속가능한 교류협력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방향' 주제의 토론은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의 사회로 나용우 통일연구원 연구기획부장이 발제를, 남오연 법무법인 청호 대표변호사, 문경연 전북대 국제학부 교수, 신준영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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