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대화에 나서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최후 통첩 일자가 코앞에 다가섰다. 연말 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 획기적 극적 사건을 만들어내야 한다. 가장 최근 서울의 국정원이 12월 중 북미 정상회담을 점치고 나섰다. 또 조엘 위트 ‘38노쓰’(38 North) 설립자와 레온 시걸 ‘사회과학원’ 연구위원은 최근 ‘통일연구원’ 세미나에서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되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위트는 좀 보수적 견해를 내놓은 데 반해 시걸은 희망적 견해를 피력했다. 폼페이어 국무는 한 라디오 인터뷰 (11/1)에서 “북한 비핵화, 몇 달 내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트럼프가 했던 것과 같이 의미를 축소하고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북미 정상이 만나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지금이 성과를 내야할 적절한 시점일까? 김 위원장의 최후 통첩 일자와 트럼프의 절박한 사정이 맞닿아서라는 게 적절한 해답일 것 같다. 2018년 부터 국제정치에서 줄곧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적 지도자 반열에 올라선 김 위원장 입장에선 핵타결에 목을 맬 아무 이유는 없다. 돼도 좋고 안 돼도 좋다. 되면 경제 발전에 속도가 붙고 안 되면 결국 핵보유국으로 남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서다. 사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절대 다급하거나 절박해서 대화에 나선다고 보는 건 정확한 게 아니다. 트럼프와 맺어놓은 개인적 친분 유대 관계 때문에 정치적 난파선에 매달려 몸부림치고 있는 트럼프를 구해내려는 갸륵한 선행이라고 해석하는 게 옳다. 그래서인가 세간에는 트럼프의 정치적 운명이 김 위원장 손에 달렸다는 말도 나돈다.
 
비핵 담판 부진 이유로 ∆‘싱가포르 선언’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로드 맵 (Road Map) 부재 때문이다, ∆기싸움이다 등 해석이 분분하다. 이런 분석을 잘 살펴보면 대개 미국보다 북측에 문제가 있다고 귀결돼 있다. 이런 경향은 워싱턴보다 서울이 더 요란하다. 좀 따져보자. 북핵이 불거진 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산물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따라서 적대정책 철회가 북핵 해결의 답이다. 그러나 ‘싱가폴 선언’ 1항, “북미 관계정상화”에서 미국은 한 발자욱도 떼지 못하고 있다. 북측에서는  선언의 일부를 이미 이행했을 뿐 아니라 대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선제적 조치까지 취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최소한의 대응조치도 없다. 

트럼프의 선언 이행 의지와 결의를 의심하는 건 아니다. 북미 대화에 대한 미국내 국론분열이라는 정치적 환경이 문제의 핵심이다. 수용 불가하고 고려의 대상도 안 되는 걸 제안이라고 내밀면 협상하자는 게 아니라 다른 무슨 숨은 의도가 있다고 봐야 정상이다. 예를 들어, ‘빅 딜’ (Big Deal)이요, ‘선 비핵화’요 따위를 놓고 마치 미국의 진정한 제안이라고 서울에서는 호들갑을 떤다. 그것은 핵담판을 엎어버리자는 게 아니라 어느 결정적 시점까지 잠정 지연시키려는 지연작전을 위한 구실이라고 봐야 옳을 것 같다. 북핵타결 전에 미국은 해야할 일이 많다. 수금을 올려받아야 하고, 무기도 더 팔아야 하고, 전략자산도 들여와야 하고, 한국의 지소미아 유지와 인도-태평양 지역안보 참여 등 허다하다.

남북 간 밀착에 쐐기를 박고 촛불 정권을 뼛속까지 친미친일 정권으로 교체한다는 게 미일 양국의 공통이해관계다. 미국 비호아래 먼저 아베가 무역전쟁을 벌렸다. 신기하게도 때맞춰 윤석열 쿠데타 (반란)가 ‘조국 사태’로 번져갔다. 이 사건을 미일의 정권교체 작전 선상에 올려놓고 봐야지, 별개의 것으로 보면 문제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 작금에 와서 미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전방위 압박은 전례 없는 것으로 정권 교체와 무관한 것으로 봐선 안된다.

명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대선 운동이 시작된다. 그러나 트럼프의 재선에 빨간불이 켜져있다. 뮬러 특검에 이어 탄핵까지 그를 옥죄이고 있다. 대내외 정책에서 되는 건 하나 없고 죽만 쓴다. 이를 만회할 극적 기적 없이는 재선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천우신조로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 ‘신의 한 수’가 있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쌓은 끈끈한 우정과 신뢰가 밑천이다. 이를 바탕으로 ‘싱가폴 선언’을 하나씩 이행하면 된다. 이젠 김 위원장의 협력 없이는 트럼프 재선은 필패라는 건 너무도 자명하다. 그런데 한미공군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실시를 발표한 미 국방성의 작태는 김 위원장을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만들 수 있고, 트럼프 재선에 재를 뿌리는 위험한 모험이다.

미국 대선에 맞춰 미뤄왔던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새해 초 열릴 것 같다. 이를 위한 실무회담도 이 해가 저물기 전에 개최돼야 한다. 바로 여기 이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요구된다. 눈치나 보는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로 적극 개입해 그여코 민족의 이익을 관철해내야 한다. 1차로 핵동결-평화체제 합의라도 이끌어내야 한다. 북측의 요구가 없더라도 제재 일부 해제와 민족 내부문제인 남북 교류 정도는 미국에 강력 요구 관철해내야 한다. 제재 해제로 미국은 잃을 게 없다. 필요하면 언제라도 ‘스넵백 카드’가 있어서다. 사실, 미국의 대북제재란 무슨 효과가 있어서가 아니라 미국이 강하다는 걸 세상에 과시하려는 것이다. 최근 대북제재 전문가 알브란트까지도 “미국 최대 압박 캠페인이 폐차 직전”이라고 말했다.

미국만 뽑아들 카드를 가진 게 아니라 문 대통령도 갖고 있다. 주한미군 카드만 적재적소에 뽑아 던지면 오만한 미국의 높은 콧대를 꺾고 우리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다. 항간에 한국은 ‘봉’(鳳)이 됐다는 말이 유행이다. 우리 스스로 자초한 ‘자업자득’이다. 쭉정이뿐인 ‘한미동맹’에 목매고 그 허상을 신주단지로 모신 결과물이다. 상전의 눈치나 보고 납작 엎드리기만 하니 방위비를 5배로 올리겠다는 게 아닌가. 아니, 열 배, 백 배 올려도 주한미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제발 따나진 마옵소서!”라고 애절하게 읍소할 것이라는 걸 미국은 너무 잘 알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이나 애국보다 자신이 먼저 살아야 한다는 기막힌 처지에 놓여있다. 트럼프가 비장의 최후 주사위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아니, 던져야 한다. 김 위원장의 최후 통첩과 대선 일정에 맞춰 3차 북미 정상회담은 꼭 열려야 하고 성과물을 내놔야 한다. 아직도 서울, 워싱턴 주변에는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긴 하다. 그러나 나는 낙관에 무게를 더 두고 싶다. 금년 초 미 최대 잡지 ‘타임지’에 “트럼프는 김 위원장과 함께 비핵 평화에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과 신념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 바가 있다. 정확한 분석이라 동의 격찬하고 싶다. 그러나 언제나 변수는 있게 마련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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