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분단의 책임은 남북 집권당이 다같이 져야 한다.
= 정부의 「통한각서」에 부침 =

 
「유엔감시와 대한민국헌법절차에 따른 통일선거」를 고집해 오던 장면정부는 최근 전 5장 65항목이나 되는 이른바  「통한각서」라는 것을 발표하는 한편 유엔의 99개국 대표들에게도 전달하였다고 한다. 

말이 많은데 비해 이렇다 할 외교의 실?를 거둬 본 일이 없는 현 집권당의 외무부가 이렇게 많은 자료를 모으고 장문의 각서를 작성한 노고에 대해서는 고맙게 여기지 않을 수 없겠으나, 이 각서가 「4.19」이전의 자유당정권이 내세운 통한방안보다 단 한치의 전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렇다 할 새로운 「아이디어」나 「이매지네이슌」(Imagination)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에 대해서는 큰 실망과 함께 걱정이 앞서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우선 지적해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은 장면정부가 국토분열의 책임소재에 대해서 전혀 그릇된 견해를 가지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의식적으로 문제의 핵심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말끝마다 국토분단의 책임을 「북한괴뢰정권」이 아니면 「남한의 미제국주의자들의 앞잡이」에게만 뒤집어 씌우려고 했던 것은 이때까지 이승만과 김일성의 두 독재정권이 허세로 부르짖어온 선전이었다. 그러나 이 주장을 진심으로 믿는 착한 백성이 조국의 남북에 과연 얼마나 있었겠느냐 하는 것은 여기서 새삼스레 따져볼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법통」을 고집하는 남북의 사이비 정치지도자들이나 어용적 외교전문가들이 내세울 수 있는 표면상의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 영토와 인민의 분열을 조장했고 그 재통일을 방해해 온 것은 다름 아닌 미・소라는 제2차대전의 승리국과 이들의 냉전전략을 무조건 무비판적으로 추종해온 남북의 집권자들이라는 것을 정직하고 애국적인 인민대중들은 잘 알고 있다.

이때까지 이 기막힌 진리를 마음 놓고 쓰거나 말하지 못한 것은 남북의 독재자들의 억압이 너무나도 강했기 때문이다.

남쪽의 일부에서나마 이 전말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현보수정권이 그만큼 민주화되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작년 사월에 흘린 젊은 사자들의 피의 덕택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실패에 돌아간 사월혁명 이후로 국내정세뿐만아니라 장면정권이 「통한각서」를 전달했다는 유엔 자체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첫째로는 유엔의 주도권이 미국 즉 서방측에서 「아아블럭」(아시아 아프리카 블럭)을 중심으로 한 중립국들 쪽으로 옮겨졌으며, 둘째로는 미국이나 소련이 과거처럼 자기들의 주장만을 고집할 수 있었던 때는 이미 지났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전세계는 보다 너그러워지고 보다 신축성 있으며 보다 「리즈너블」한(순리로운) 외교정책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구태의연한 외교정책을 쫒고 있는 것은 아마 남북한의 집권자들뿐일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조국분단의 실질적 책임자는 미・소 양국과 남북의 집권자들이지 16년 동안이나 동서냉전의 희생을 강요 당해온 인민대중들은 아니다. 현 정권은 우선 이 지극히 단순한 진리부터 깨닫고 들어가야 한다. 

이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면 백날 백번 통일외교를 펴보았자 유엔 회원국들은 고사하고 국내 인민들의 지지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종말에 가서는 통일을 갈망하는 애국적 인민대중들의 「정당한 울분」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 사설/조국분단의 책임은 남북 집권당이 다같이 져야 한다.[민족일보 이미지]

社說


祖國分斷의 責任은 南北 執權黨이 다같이 져야 한다.

= 政府의 「統韓覺書」에 부침 =

 
「유엔監視와 大韓民國憲法節次에 따른 統一選擧」를 固執해 오던 張勉政府는 最近 全五章 六十五項目이나 되는 이른바  「統韓覺書」라는 것을 發表하는 한편 유엔의 九十九個國代表들에게도 傳達하였다고한다. 

말이 많은데 比해 이렇다 할 外交의 實?를 거둬 본 일이 없는 現執權黨의 外務部가 이렇게 많은 資料를 모으고 長文의 覺書를 作成한 勞苦에 對해서는 고맙게 여기지 않을 수 없겠으나, 이 覺書가 「四.一九」以前의 自由黨政權이 내세운 統韓方案보다 단 한치의 前進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렇다 할 새로운 「아이디어」나 「이매지네이슌」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에 對해서는 큰 失望과 함께 걱정이 앞서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우선 指摘해두지 않으면 안될 것은 張勉政府가 國土分裂의 責任所在에 對해서 全혀 그릇된 見解를 가지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意識的으로 問題의 核心을 避하고 있다는 事實이다.

말끝마다 國土分斷의 責任을 「北韓傀儡政權」이 아니면 「南韓의 美帝國主義者들의 앞잡이」에게만 뒤집어 씌우려고 했던 것은 이때까지 李承晩과 金日成의 두 獨裁政權이 虛勢로 부르짖어온 宣傳이었다.

그러나 이 主張을 眞心으로 믿는 착한 백성이 祖國의 南北에 과연 얼마나 있었겠느냐 하는 것은 여기서 새삼스레 따져볼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法統」을 固執하는 南北의 似而非政治指導者들이나 御用的 外交專門家들이 내세울 수 있는 表面上의 理由가 무엇이든 우리 領土와 人民의 分裂을 助長했고 그 再統一을 妨害해 온 것은 다름아닌 美·蘇라는 第二次大戰의 勝利國과 이들의 冷戰戰略을 無條件 無批判的으로 追從해온 南北의 執權者들이라는 것을 正直하고 愛國的인 人民大衆들은 잘 알고 있다.

이때까지 이 기막힌 眞理를 마음 놓고 쓰거나 말하지 못한 것은 南北의 獨裁者들의 抑壓이 너무나도 强했기 때문이다.

南쪽의 一部에서나마 이 전말을 主張할 수 있는 것은 現保守政權이 그만큼 民主化되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昨年 四月에 흘린 젊은 獅子들의 피의 德澤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失敗에 돌아간 四月革命以後로 國內情勢뿐만아니라 張勉政權이 「統韓覺書」를 傳達했다는 유엔 自體에도 많은 變化가 일어나고 있다.

첫째로는 유엔의 主導權이 美國即 西方側에서 「亞阿블럭」을 중심으로 한 中立國들 쪽으로 옮겨졌으며, 둘째로는 美國이나 蘇聯이 過去처럼 自己들의 主張만을 固執할 수 있었던 때는 이미 지났다는 事實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全世界는 보다 너그러워지고 보다 伸縮性있으며 보다 「리즈너블」한(順利로운) 外交政策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舊態依然한 外交政策을 쫒고있는 것은 아마 南北韓의 執權者들 뿐일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祖國分斷의 實質的 責任者는 美・蘇 兩國과 南北의 執權者들이지 十六年동안이나 東西冷戰의 희생을 强要 當해온 人民大衆들은 아니다. 現政權은 우선 이 지극히 單純한 眞理부터 깨닫고 들어가야 한다. 

이 眞理를 깨닫지 못한다면 百날 百번 統一外交를 펴보았자 유엔 會員國들은 고사하고 國內 人民들의 支持조차 얻지 못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終末에 가서는 統一을 渴望하는 愛國的 人民大衆들의 「正當한 울분」의 對象이 되고 말 것이다.

<민족일보> 1961년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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