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물은 배를 뒤엎기도 한다 (순자)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내가 세상에서 처음 만난 비리는 ‘교육 비리’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아쓰기 시험을 봤다. 학부모님들이 뒤에 서서 수업을 참관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께서 한글을 미리 가르쳐주었기에 100점을 맞았다.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앉아있었다. 담임선생님이 내 점수를 보고는 ‘잘 했네.’하고는 지나쳐갔다. 하지만 80점을 맞은 아이에게 가서는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하셨다. 양장을 곱게 입고 온 아이 어머니가 그 광경을 웃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6학년 때는 중학교 입시가 있어 보충 수업까지 했다. 시험을 보고 나면 쉬는 시간에 부잣집 아이들끼리 모여 웅성웅성했다. ‘어, 나왔네.’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에게 과외를 받고 있었다. 아마 과외에서 배운 것이 시험에 나왔나 보다.

 내가 그때 경험한 것들이 지금 우리 교육 비리의 원형일 것이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재력이 아이 성적을 좌우하고 결국 명문대, 좋은 직장으로 이어지는 계층의 사다리가 되는 것이다.

 ‘조국 사건’으로 이 나라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온 국민이 허탈해하고 분노하고 있다. ‘나라 곳곳이 이렇게 썩었다니!’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맹자가 양혜왕을 처음 만났을 때 양혜왕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대해 맹자는 모든 혼란의 원인이 이익에만 급급해하는 데 있는 것으로, 이익추구를 배격하고 오직 인의(仁義)에 입각하여 왕도정치를 베푼다면 천하의 모든 이익이 돌아온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왕이 자기만을 알고 정치를 한다면 그 아래 신하들이 모두 자기만을 위해 일을 할 것이고 결국 모든 서민까지 이런 식으로 간다면 어떻게 나라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맹자의 생각이었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모두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가? 이렇게 되니 온 사회에 비리가 난무한다. 다들 자기 이익 외에는 어떤 가치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염치가 사라지고 후한무치만이 남았다. 

 이 모든 난국의 원인은 맹자의 진단대로 ‘왕’이 인의(仁義)보다는 이익을 먼저 추구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왕이 인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럼 이 시대의 왕은 누굴까? 대통령일까?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시대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되어 있다. 신자유주의가 되면서 자본이 민주의 힘을 능가하게 되었다. 자본을 가진 자들이 주(主)가 되어버렸다. 

 전 지구를 지배하는 다국적 기업, 재벌이 우리 사회의 왕일 것이다. 그들의 최고 가치는 무엇인가? 이익이 아닌가? 그들이 이익을 자유롭게(신자유주의) 추구하면서 모든 사회에 인의가 사라지고 모두 자기들 이익추구에만 혈안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민(民)인 우리가 주(主)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왕이 되어 인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된다.  
 
 신동엽 시인은 ‘껍데기는 가라’고 외친다.
  
 ‘껍데기는 가라./사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가라./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껍데기는 가라.’

 그렇다. 우리에게 ‘사람이 하늘이오!’만이 남아야 한다. 그 외에는 다 껍데기들이다. 다 사라져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껍데기는 가라./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아사달 아사녀가/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부끄럼 빛내며/맞절할지니’

 그러면 통일도 이루어지리라. 통일이 안 되는 이유는 사람이 하늘이 아니고 돈이 하늘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통일이 안 되고 서로 아웅다웅해야 이익이 되는 세력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껍데기는 가라./한라에서 백두까지/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하늘인 사람은 흙가슴을 지녔다. 정직한 노동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주인(主人)이 되어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모오든 쇠붙이’를 몰아내야 한다. 인의의 이름으로 이익의 칼을 휘두르는 모든 세력들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 

 요즈음의 ‘광장 정치’를 보고 정치 실종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는 바로 직접 민주주의다.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남에게 주권을 양도하는 간접 민주주의에 익숙해져 버렸다. 정치는 원래 주인인 민(民)이 광장에 모여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고향 아테네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던가!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