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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협상 결렬, 그리고 그 이후

기사승인 2019.10.09  2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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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장대현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트럼프의 새로운 방법

10월 1일 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북미 쌍방은 오는 10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30일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한 북미 실무협상이 3개월 여 만에 열리게 된 것이다.

사전 분위기를 먼저 만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9월 10일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해임하고, 19일에는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면서 미북협상이 지연됐다”고 말하며, “아마도 ‘새로운 방법’이 아주 좋을지 모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북미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9월 20일 “시대적으로 낡아빠진 틀에 매여달려 모든 것을 대하던 거치장스러운 말썽군이 미 행정부 내에서 사라진 것만큼 이제는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조미 관계에 접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10일 후 북미 실무협상 일정이 나온 것이다.

북극성-3형’ 시험 발사의 의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발표 13시간 만인 10월 2일 북은 강원도 원산 앞바다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하고, 다음 날인 3일 <조선중앙통신> 등 언론을 통해 관련 사실을 보도했다. 북 매체들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자위적 국방력 강화의 일대 사변”이라고 했다.

‘북극성-3’형은 3단 고체연료 추진체 미사일로 확인됐다. ‘북극성-1·2형’(2단 고체추진체)보다 단이 하나 더 추가돼 사거리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1) 또한, ‘북극성-3형’은 탄두부가 뾰족해 탄두가 1개로 추정되는 ‘북극성-1’형과 달리 탄두부가 대접을 엎어놓은 것처럼 끝이 뭉툭한 형태였다. 안에 여러 발의 탄두가 들어가 다수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2)

미국 전문가 중에서 “2017년 11월 29일의 ‘화성-15형’ 이후 첫 전략적 발사”라는 평가가 나왔다.3) 북이 미 본토에 도달 가능한 미사일을 또다시 과시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가장 커다란 업적으로 자랑하는 북의 핵, 미사일 시험 발사 동결은 이제 물거품이 된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다시 내세워야 할 인기 상품은 이제 효력을 다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북극성-3’형은 수중 바지선에서 발사됐다.4) 이 미사일이 잠수함에 장착되기 전까지는 미 본토 도달 능력을 확증할 수 없는 것이다. 협상 타결 촉구용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Ⅲ’를 시험 발사했다.5) 장기판을 비유하자면, 상대에게 멍군을 친 것이다. 그리고 3일 미 국방부와 합참은 공동브리핑에서 “북한의 실험은 불필요한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바다 기반 발사대에서 쐈다”며 잠수함에서 발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6)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협상 결렬, 그리고

10월 4일과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협상이 열렸다. 5일 저녁 김명길 북 외무성 순회대사는 협상 결과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이 옳은 계산법을 가지고 나옴으로써 조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협상에 왔다”며 “그러나 협상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 나는 이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미국이 빈손으로 왔다”면서 “연말까지 좀더 숙고할 것을 미국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시간 후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북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고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2주 안에 스웨덴에서 다시 만나자는 뜻을 밝혔다. 북은 불쾌하다는 데 미국은 좋은 논의를 했단다. 미국이 말하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알면 이해 가능하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복스>는 2일 ‘북미 협상을 잘 아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영변 핵시설 폐쇄 + 알파’를 대가로 유엔 안보리의 북한 석탄·섬유 수출 제재를 36개월간 유예하는 것”이 미국의 방안이라고 보도했다.7) 이 기사가 맞는다면, 북이 협상 조건으로 요구하는 것 중 지극히 일부에 대해, 그것도 일시적으로 수용하는 수준이다.

김명길 북 외무성 순회대사의 5일 성명에 “우리가 요구하는 계산법은 미국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의 발전을 위협하는 모든 제도적 장치들을 완전무결하게 제거하려는 조처를 할 때만”이라는 대목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미국의 ‘창의적 아이디어’는 거기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은 분명하다.

협상 결렬의 사정을 알려주는 근거는 또 있다. 10월 8일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벨기에, 에스토니아 등 유럽 6개국과 미국이 비공개회의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유럽 6개국 이름으로 나온 성명에서 이들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반드시 유지돼야 하며 완전하고 엄격하게 이행돼야 한다”고 했다. 미국도 참여한 회의에서 미국 의사에 반하는 성명이 나왔을 리는 없다.

김명길 북 외무성 순회대사는 10월 5일 저녁 성명 발표에서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 이후에만도 미국은 열다섯 차례에 걸쳐 우리를 겨냥한 제재 조치들을 발동하고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둘 재개했으며 조선반도 주변에 첨단 전쟁 장비들을 끌어들여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했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북이 정한 협상 시한은 올 연말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주>

1) 동아일보 2019-10-08 03:00 [단독] 北 북극성-3형은 3단 고체연료 SLBM

2) 동아일보 2019-10-03 20:00 ‘기습발사’ 北미사일, 신형 SLBM 북극성-3형…원거리 타격능력·파괴력↑

3) 중앙일보 2019.10.03 15:28 2년전 흘린 도면, 진짜 쐈다…SLBM이 날린 지구사진 경고장

4) 동아일보 2019-10-03 20:00 ‘기습발사’ 北미사일, 신형 SLBM 북극성-3형…원거리 타격능력·파괴력↑

5) 미국의소리(VOA) 2019.10.3. 미국 '미니트맨Ⅲ' ICBM 시험 발사

6) 동아일보 2019-10-08 03:00 김정은의 SLBM에도 무감각해진 한국 사회[오늘과 내일/이승헌]

7) 한겨레 2019-10-03 15:05 실무협상 나서는 미, 대북제재 완화 카드 준비?

 

대현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전 6.15남측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전 반전평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장대현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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