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충동적이고 덜 전략적이며, (지난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에서 김정은과 산책한 것과 같은 상징적 순간 만들기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데올로그이자 강경 매파로서 그나마 ‘견제세력’이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 방향과 관련, <CNN>이 11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내다봤다. “그의 허풍과 잘 어울리지 않는 비둘기적 본능을 마음껏 발휘할 여지가 많아질 것이다.”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존 개러먼디 의원(민주당)은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볼턴 경질을 환영하면서도 다가올 “불안정”을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뭔지 알 수 없어 “혼돈”이 지배할 것이라 예측했다.

2020년 재선을 앞두고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트럼프 팀’은 외교 분야에서 큰 돌파구를 만들려 할 수 있다. 백악관에서 “눈길을 끄는 정상회담”(eye catching summits)을 개최하는 것 자체가 선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콜린 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 앞서 아프가니스탄, 이란, 북한과 거래를 하고 싶고 볼턴을 걸림돌로 본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 지도자들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하는 것도, 유엔 총회 계기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만나는 것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도 반대했다. 

<CNN>은 “사실 볼턴의 퇴장은 공식 매체를 통해 수개월 간 트럼프와 볼턴 사이에 쐐기를 박으려던 북한의 승리를 의미한다”면서 “공교롭게도 이 불량국가는 이제 다시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볼턴 경질’ 트윗 직후 기자회견을 개최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느무신 재무장관은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미국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몸을 낮췄다.

<CNN>은 이날 별도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한지 하루 만에 미국 외교정책과 경로를 바꿀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알렸다. 

특히 이란, 북한에 대한 볼턴의 강경 접근법을 비판하면서 다가오는 유엔 총회 계기에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문을 열어놨다. ‘제재 완화’ 여부에 대해서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했다. 그는 “이란은 잠재력이 있고 북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우리가 매우 높은 급에서 다루는 두 나라”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거론한 건 “큰 실수”이자 “재앙”이었다고 비난했다. “리비아 모델로 가다피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 볼턴이 그걸로 북한과 거래한다고? 그 이후 김정은이 무슨 말을 했든 탓할 수 없고, 그는 볼턴과 어떤 것도 하길 원하지 않았다. 그것은 터프하지 않다는 문제가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게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CNN>은 ‘당국자들’을 인용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옮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얼마나 진지하게 논의되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선을 그었다. 만약 현실화되면 폼페이오는 미국 역사상 한 대통령의 첫 임기 내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하는 두 번째 인물이 된다. 첫 번째는 베트남과의 전쟁을 끝내고 미중수교의 문을 연 헨리 키신저다. 

한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9일 담화를 통해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 측과 마주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직후 트윗을 통해 “만남은 좋은 일”이라고 호응했다.

한국 정부는 11일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을 열어 ‘최선희 담화’에 주목하고 “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 조기 달성을 위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하였다.

(추가,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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