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변 북 해외식당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대응TF는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사건 관련 결정문에 대해 '진상규명에 필요한 시간만 허비하고 이후 고발사건 처리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의 인권을 최우선시 하는 '인권감수성'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관이어야 함에도 결과적으로 결정적 증거인 종업원들의 증언을 묵살하고, 물증도 없이 사건을 왜곡하여 이 사건으로 인생이 뒤바뀐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들의 인권을 재차 침해하는 회복하기 어려운 과오를 범했다. 이점 규탄받아 마땅하다."

지난 2016년 4월 7일 제20대 총선을 불과 닷새 앞두고 북한 해외식당 여종업원 12명이 지배인과 함께 전격 입국한 사건은 그 시점부터 총선개입을 위한 정치공작이며, 국가정보원에 의한 기획탈북, 납치라는 비판과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사건 초기부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북한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 사건 대응 TF'(민변TF)를 주도한 장경욱 변호사는 10일 서울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날 전달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에 대해 '진상규명에 필요한 시간만 허비하고 이후 고발사건 처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장 변호사는 "강제수사권이 없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정보기관의 개입이 확인된 사건을 조사하면서 증거인멸로 인해 확인하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검찰에 이송하여 수사를 통해 진위를 밝혔어야 했지만 오히려 진정을 기각하는 결정을 함으로써 민변TF 등이 고발한 사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우려마저 발생했다"고 거듭 아쉬움을 표시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9일 민변TF가 지난 2018년 2월 8일 제기한 진정에 대한 결정문을 전달했다. 민변TF에서 진정을 제기한 지 1년 6개월 만이고 사건 발생으로부터는 3년 6개월 만이다.

42쪽 분량의 결정문은 당초 민변TF가 제기한 '기획탈북' 의혹은 기각하고 12명 종업원의 신상을 언론에 공표한 부분에 대해서는 '재발방지를 위한 업무개선' 권고를 한 것이 골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주문에서 먼저 "국가정보원장과 국방부장관에게,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입국시 헌법상의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지 않도록 당사자의 의사를 직접 또는 명확히 확인하는 등 관련업무수행 방법을 개선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또 "통일부장관에게, △집단입국 사실 언론공표에 대해 그 과정과 문제점을 밝힐 것. △북한이탈주민의 국내입국 시 언론 비공개원칙을 엄수하고,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 이를 언론에 공표하는 경우에도 당사자의 명시적 동의와 사생활의 비밀 및 안전이 최대한 보장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업무를 개선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고 검찰총장에게는 △언론공표 및 동의과정에 관여한 책임있는 자에 대한 수사 △'탈북 종업원 집단입국' 관련 고발사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탈북종업원 집단입국 과정에서의 국가기관의 위법부당한 개입관련 긴정인들의 주장은 기각한다"고 했다.

민변TF 오미애 변호사는 먼저 민변TF가 2018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한 취지는 △국가정보원의 집단입국 계획하에 종업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입국 △종업원들의 의사에 반하여 입국사실을 언론에 공표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려는 것이었으며, 이에 필요한 구제조치로서 △경제적 지원과 심리적 상담(통일부 등) △북의 가족과 상봉, 이를 통한 당사자 의사 확인(통일부, 대학적십자사) △국가배상(법무부) △국가정보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검찰) △사건 관련자 직무배제(국가정부원)를 요청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결정문에서 "국가 정보기관에 의한 강요와 위법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진정인(민변TF)과 지배인의 주장은 입증할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로 보아 기각"하고 "5명의 종업원을 직접 대면조사하고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작성한 조사기록 확인서 등 자료를 확인하여 자의에 의한 입국"이라고 확인했다.

전체 42쪽 중 27쪽을 할당해 종업원들의 입국 사실을 언론에 공표한 일에 대해서는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지시로 보도자료를 만들고 국가정보원이 통일부에 언론공개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달한 후 2016년 4월 8일 통일부 브리핑을 실시한 과정을 사실로 확인하고 종업원들의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당시 국가기관이 20대 총선에 개입하고자 했다는 것은 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모호한 결론을 내렸다.

오 변호사는 조사과정에서 국군정보사령부 담당직원이 지배인과 통화가 담긴 휴대폰을 한강에 버렸다는 주장을 접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를 증거인멸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강제수사를 촉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이를 '위법부당한 개입을 단정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또 강제납치를 진술한 5명의 진술은 부정하고 나머지 7명 종업원에 대한 의사는 직접 확인하지 않는 등 국가인권위원회가 충분히 존재하는 증거는외면한 채 이들 종업원들이 2016년 4월 한국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자의에 의한 입국이라고 판단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민변TF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다른 어떠한 고려도 없이 진상을 밝혀, 이 사건으로 인한 종업원들의 피해 사실,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하여 줄 것을 기대했던 최소한의 역할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 장경욱 변호사는 이번 국가인권위 결정에 불복,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한편 국제진상조사단이 이달말까지 유엔인권이사회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변TF 팀장인 장경욱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접 조사한 종업원 5명의 강제납치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는 것은 피해자 중심의 인권감수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그 이유를 밝히라고 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가 입국과정에 정보사 직원의 협박 및 회유 등 위협과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지배인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통화녹음을 백업할 시간이 없었고 지시에 따라 전화기를 파괴해 한강에 버렸기 때문에 보관할 수 없었다는 정보사 직원이 주장은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 객관적 증거가 멸실되었다고 판단했다고 하는데, 강제수사권이 없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검찰에 이송도 하지 않고 계속 쥐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결정문을 발표하면서 언론에 직접 공개하지 않은 것도 떳떳하지 못해서가 아니냐며 "인권침해조사국의 조사과정과 조사완료시점, 침해주게 제2위원회 심의과정과 심의완료 시점 및 결정문 작성완료 시점을 그대로 밝히고 그 과정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독립기구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는 점을 해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변TF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불복,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한편, 방북조사를 마친 국제진상조사단이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까지 반영한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이달 말까지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수정-11일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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