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月이 오네 (3)

 

가시지 않는 상처(傷處)

전진(前進)! 전진(前進)! 피를 뿌리며...

= 독재(獨裁)의 잔악한 총뿌리에 가슴팍을 대고 =

충혼(忠魂)무덤엔 새싹이 돋고 있다

 

○... 병실 창(病室 窓)밖엔 뛰쳐나오고 싶고 이 만큼 화사한 봄볕이 깃들였건만 『나는 다리가 없어』 『나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어』 4.19 불구학생 동지들이 서울만도 여기 저기 병원에 아직 30여명이나 우울에 잠긴채 신음하고 있다-

창밖엔 따스한 아지랑이를 타고 그날(작년 4월 19일, 하오 1시 40분)의 일이 주마등처럼 되살아 오른다. 나무다리를 짚고 일어서려다 그만 힘없이 주저앉는다.


○... 가슴 뛰던 그날 경찰의 저지를 무릅쓰고 효자동 종점에서 경무대 어구(景武臺 於口)까지 「스크람」을 짜고 「바리케이트」를 뚫고 독재의 총뿌리에 가슴팍을 맞대고.. 무차별 사격에 쓰러진 학우의 피! 피를 봤을 때 미칠듯이 덤볏다. 민주주의를 거역하려는 무리를 무찌르기 위해! 분명 그 순간 천지를 진동하던 아우성이 아닌가?... 아니다. 나무다리에 감각이 있으리이다. 원망스러운 착각(錯角)인가보다.

 
○... 4.19 그날 전국에서 2만여명이 부상을 입었고, 입원 환자 1,700명에 200여명이 이승을 떠났다.

현재 병실에서 아픔과 쓰라림을 견디는 중환자들이 모두 앞길이 양양한 우리 학생들이다. 이들 가운데는 가슴을 관통당한 환자, 다리 절단환자, 팔이 떨어진 환자, 척추가 부러진 환자 등 거의가 현재의 치료방법으로 완쾌되기 어려운 환자들이다.


○... 우리 학생들의 피로 이룩된 민권의 승리는 어는 정파(政派)에 정권을 넘겨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엄연한 사실(史實)을 길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독재의 제물로 사라진 영혼들의 무덤에 새파란 새싹이 돋아날 한돌을 맞은 이 봄은 무심히 다가오고 있다.

 
[사진= 아직 입원중인 4.19부상 학생들=수도의대부속병원(首都醫大附屬病院)에서]

▲ 4月이 오네 (3)[민족일보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