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2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지소미아 종료 관련 브리핑을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일본의 대응은 단순한 ‘거부’를 넘어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까지 훼손할 정도의 무시로 일관했으며, ‘외교적 결례’를 범했습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23일 오후 3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미 알려진 지난 7월 두 차례의 ‘고위급 특사’ 파견 외에도 8월초 주일대사의 일본 총리실 고위급과의 협의, 8월 15일 광복절 당일에도 한 차례 더 ‘고위급 인사’의 방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특사 자격으로 박지원 평화민주당 의원의 8월 19~20일 방일 등을 공개했다.

김현종 차장은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우리는 일본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고, 심지어 경축사 발표 이전에 일측에 이러한 내용을 알려주기까지 했지만, 일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고맙다는 언급조차 없었다”고 ‘외교적 결례’를 적시했다.

▲ 김현종 차장은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동맹 업그레이드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 차장은 특히 “정부는 이번 한일갈등 문제를 비롯하여 한·일 GSOMIA 문제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미측과는 수시로 소통하였으며, 특히 양국 NSC간에는 매우 긴밀하게 협의하였다”면서 “정부는 이번 결정이 한미동맹의 약화가 아니라 오히려 한미동맹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지금보다 더욱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동맹 업그레이드’에 대해서는 우리의 하드파워 즉 국방력을 증강해 군 정찰 인공위성 등에 투자해 “일본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독자적인 정보수집, 판독, 분석, 영향, 국방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면 우리의 동맹국들이 우리한테 그만큼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시하기도 했다.

미국측 반응이 ‘실망’으로 표현된데 대해서는 “사실 미 측은 우리에게 지소미아 연장을 희망해 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이 이런 희망대로 결과가 안 나왔기 때문에 실망했다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앞으로도 우리는 국익과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미 측에 적극 설명해 나갈 것”이라며 “지소미아 때문에 한미동맹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확언했다.

아울러 “정부는 지금 각급에서 미국과 긴밀히 소통, 협의하면서 우리 입장을 설명했다”며 “예를 들어 특히 美 백악관 NSC와 거의 매일 실시간으로 소통했고, 지난 7월 24일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서울 방문 시에도 이 문제를 협의했고, 양국 간에 NSC 간 이 문제로 7월, 8월만 해서 총 9번 유선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기도 했다.

김 차장은 “2016년 11월 체결된 한일 GSOMIA가 이번에 종료됨으로써 안보와 관련된 군사정보 교류 부족 문제에 대해서 우려하실 수 있다”며 “2014년 12월에 체결된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약정(TISA)를 통해 미국을 매개로 한 3국간 정보공유 채널을 적극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티사(TISA)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약정이고, 지소미아(GSOMIA)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정보와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는 협정이라는 것.

김 차장은 “현재 국제정세는 불과 몇 년전과는 확연히 다른 환경”이라며 “다자주의가 쇠퇴하고, 자국 우선주의가 만연하고 있다”고 짚고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우리가 안보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면 이는 미국이 희망하는 동맹국의 안보 기여 증대에도 부합할 것이며, 종국적으로는 한미동맹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차장은 전날 스티븐 비건 미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난 뒤 “북미 간에 대화가 곧 재개될 것 같다”는 분위기를 전했지만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3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비난한데 대해 “그런 비판을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이 협상을 하기 전에는 자기 입장을 충분히 여러 가지 채널을 통해서 표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비건의 발언을 빌어 “한미가 서로 긴밀히 협조를 해서 ‘엔드 스테이트’(비핵화 최종 상태), 로드맵에 대해서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서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례브리핑을 갖고 지소미아 '파기'가 아닌 '종료'로 표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앞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 30분 청와대 춘추관 정례브리핑에서 “지소미아 파기라고 쓰는 언론사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일본에서도 파기라고 쓰고 있다”며 “지소미아는 매년 갱신되는 것이고 그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연장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파기가 아닌 종료라는 점을 다시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지소미아 종료를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의혹을 덮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는 보수야당과 언론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감”이라며 “지소미아의 종료 시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갖다붙이기 밖에 안 된다고 생각된다”고 일축했다.

 

<한·일 GSOMIA 종료 관련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브리핑(전문)>

어제 정부의 한·일 GSOMIA 종료는 많은 고민과 검토 끝에 국익에 따라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GSOMIA는 양국 간 고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것인데, 일본이 이미 한일 간에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되었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로서는 GSOMIA를 유지할 명분이 상실되었습니다.

일본은 작년 우리 대법원의 판결이 1965년 청구권협정과 위배되며, 따라서 우리가 국제법을 위반하였고 우리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시정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면서 우리에게 부당한 경제 보복 조치를 취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 정부는 1965년 청구권협정을 부인한 적이 없습니다. 일관되게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 군 등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는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작년 대법원 판결은 이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도 1991년 8월27일,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 자체가 소멸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또한 2차대전 중 시베리아에 억류되어 강제노역을 당했던 일본인의 개인청구권 문제에 대해 일본 스스로도 ‘일본-소련 간 공동선언’에 따라 개인청구권이 포기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우리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으로서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간 일본의 지도층은 기존 주장만을 반복하면서 대화에 전혀 진지하게 임하지 않은 채 우리가 국제법을 일방적으로 위반한 만큼 우리가 먼저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하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기만 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일 측과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열려있다고 하면서 지속적으로 대화를 추진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7월 두 번에 걸쳐 고위급 특사를 일본에 파견했고, 8월 초에는 우리 주일대사가 일본 측 총리실 고위급을 통해서도 협의를 시도했으나 결과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것은 토킹 포인트에 없는 파트인데, 심지어 8월15일 광복절에도 우리 고위급 인사가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우리 산업부도 일본 측이 문제 삼고 있는 우리 측의 수출허가제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일본 경산성 측에 대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습니다. 7월16일 산자부-경산성 담당 국장 간 협의 요청에 이어, 7월24일 WTO 일반이사회에서의 수석대표 간 1:1 대화 제안, 7월27일 RCEP 장관회담 제안 등 수차에 걸쳐 실무협의를 제안했지만 일본은 이에 일절 응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우리는 일본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고, 심지어 경축사 발표 이전에 일 측에 이러한 내용을 알려 주기까지도 했습니다만 일 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고맙다는 언급조차도 없었습니다.

8월21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일 측은 기존 입장만을 반복할 뿐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지 않았습니다.

정부 차원의 노력만 있었던 것이 또 아닙니다. 국회 차원에서도 7월31일부터 8월1일간 한일의원연맹 소속 우리 측 의원들이 일본을 방문하여 일 측 의원들과 협의를 해 보았지만, 우리 대표단이 현지에서 어떠한 대우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설명하지 않아도 여러분들께서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또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특사 자격으로 박지원 의원도 8월19일부터 20일 동안 일본을 방문하여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7월17일 제가 외신 기자단을 대상으로 한일 문제에 대해 브리핑을 한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당시 저는 국내언론의 비판이 있을 것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일본 국민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메이지 유신을 성사시킨 ‘조슈-사츠마 동맹’까지 언급하면서 한일 간 미래지향적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국도 7월29일 현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한일 양측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권고하는 현상동결 합의(Standstill Agreement)를 우리와 일 측에 제안했습니다. 우리 측은 이를 환영하고, 일 측과의 협의에 동의하였지만 일본은 미국의 이러한 제안마저도 거부하였음은 물론 이러한 제안이 존재하는 것을 부인했습니다.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우리로서는 진심으로 편견 없이 일본과 강제징용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었고, 이러한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본 측의 대응은 단순한 ‘거부’를 넘어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까지 훼손할 정도의 무시로 일관했고, ‘외교적 결례’를 범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이번 한일갈등 문제를 비롯하여 한·일 GSOMIA 문제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미 측과는 수시로 소통했고, 특히 양국 NSC 간에는 매우 긴밀하게 협의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이 한미동맹의 약화가 아니라 오히려 한미동맹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지금보다 더욱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2016년 11월 체결된 한․일 GSOMIA가 이번에 종료됨으로써 안보와 관련된 군사정보 교류 부족 문제에 대해서 우려하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2014년 12월에 체결된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약정(TISA)를 통해 미국을 매개로 한 3국간 정보공유 채널을 적극 활용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정부는 앞으로 국방예산 증액, 군 정찰위성 등 전략자산 확충을 통한 우리의 안보 역량 강화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이번 일본의 우리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를 보시면서 우리가 스스로 핵심 부품소재에 대한 자립도를 높이지 않으면 언제든지 외부로 인해 우리 경제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입니다.
안보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국제정세는 불과 몇 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자주의가 쇠퇴하고, 자국 우선주의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을 정도의 국방력을 갖추어야만 안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우리가 안보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면 이는 미국이 희망하는 동맹국의 안보 기여 증대에도 부합할 것이고, 종국적으로는 한미동맹의 강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자료제공 - 청와대]

(수정,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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