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통일방안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4일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2019 통일뉴스 기획강좌 - 통일방안을 논하다' 첫 강연자로 나서 '과정으로서의 통일 -남측의 통일방안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사진 - 조천현]

“왜 통일방안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통일방안은 경로로서 ‘우리가 어떻게 간다’는 것을 알면 됐고, 지금은 어느 단계냐. 화해협력으로 가느냐 마느냐가 관건이다. 전혀 못 가고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까 ‘지금 당면한 과제를 실현하는데 중점을 두자’ 그렇게 된 거다.”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열린 ‘2019 통일뉴스 기획강좌’ 첫 강연자로 나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보수·진보 상관없이 역대정부가 이 통일방안을 거부한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승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측의 경우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1989.9)을 계승한 김영삼 정부에서 제시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1994.8), 즉 ‘화해협력 → 남북연합 → 통일국가’라는 사실상 남북연합 방식의 통일방안이 크게 바뀐 게 없다는 것이다.

이종석 전 장관은 강연 제목처럼 ‘과정으로서의 통일’에 방점을 찍었다. “우리가 통일을 염원하기 때문에 통일방안을 이야기 하지만 나는 경로로서의 통일을 중시여기고 있다”는 것.

그가 통일 보다는 ‘과정’이나 ‘경로’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분단을 해소하면 통일”인데, “분단이 굉장히 중층적이고 복잡”하다는 진단 때문이다.

핵심은 “한반도에서의 냉전 대결 구조는 요소로 따지면 하나는 남북 간의 적대관계와 불신이고 또 하나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적대관계와 불신”이라고 짚었다.

특히 한국전쟁이 “민족혼 자체를 대패질해 버렸다”며 남북간 불신과 증오, 적대감에 주목하며 “분단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공동성명 이후 일련의 과정에 대해 “남북간 북미간에 한반도의 냉전구조의 본질적인 두 개의 모순이 연쇄적인 정상회담을 통해서 동시에 해소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해소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착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갖고 있는 상황 관리능력이라는 것, 그가 보고 있는 한반도를 어떻게 끌어가겠다는 것, 아버지 김정일은 상상도 못한 능력을 갖고 있는 거다”라며 “북한 지도자가 변수가 아니라 상수화 되고 있다. 트럼프도 그렇다. 사실은 우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정도”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장 더 중요한 것은 평화”

▲ 통일부 장관 재직시 19차 남북 장관급회담(2006.7, 부산)에서 북측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와 건배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참여정부 시기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2003.3~2006.2)과 통일부 장관 겸 NSC 상임위원장(2006.2~2006.12)을 맡아 통일외교안보 정책 수립과 집행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이종석 전 장관은 “적대적 분단을 극복하고 완성된 통일국가로 나아가는 모든 과정”을 통일로 보자고 제안했다. “현재의 대결상태가 해소돼서 화해협력을 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시작되면 그 순간부터 통일로 보자”는 것.

그는 “통일을 최소한 남과 북이 적대적 관계와 적대적 불신과 심리상태를 해소하고 나서 함께 유기적인 협력을 시작하는, 서로 오갈 수 있는 그 시점이 되면 ‘아, 이 정도면 우리는 통일로 들어간다’, ‘과정으로서의 통일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원론적으로 보면 “통일은 모든 방면에서 남북의 주민이 하나의 삶의 양식과 정신, 문명을 공유하는 것”인데, “이게 어느 날 되겠느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리적으로 분단된 국토가 하나로 되는 것 △적대적으로 이질화된 남북 문화를 하나로 회복하는 것 △경제적으로 상이한 체제를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묶는 것 △남북의 주민이 심리적으로 ‘우리는 같은 국민’이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 모두 충족된 통일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것.

따라서 그의 눈길은 ‘평화’에 머물러 있다. 그가 참여정부 인수위 시기 명명한 통일외교안보 정책도 ‘평화번영 정책’이다. 특히 2004년 최초로 『평화번영과 국가안보』를 발간, 한국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이후 역대 정부 정책, 특히 민주정부의 정부 정책에서는 통일방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놓아두고, 현단계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일을 해왔다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하고 “적대 관계를 해소하지 않고 연목구어 식으로 맨날 저기 있는 그림을 가져다 이야기하는 것을 경계한 측면이 크다”고 전했다.

결국 “현재 한반도는 사실은 통일이 중요하지만 당장 더 중요한 것은 평화”라는 것. “평화의 실현이 통일로 가는 것”이라는 확고한 지론이다.

그는 “아직도 정전상태에 있고, 비핵화를 협상하고 있지만 전쟁의 원인을 안고 있다”며 “이것들을 해소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 있기 때문에 지금은 통일과정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자신이 노무현 정부 시기 통일외교안보 비망록으로 남긴 책 제목과 같은 ‘칼날 위의 평화’임을 상기시켰다.

그는 “일단 평화가 실현되려면 어느 정도까지 분단 실타래가 풀어져야 할까?”라고 자문하고 “한반도 평화실현의 당면 조건은 비핵화를 통한 대결상태 해소, 그리고 남북한의 적대상태 해소”를 들었다.

“남북 간에 적대성 요소들이 사라져야 하는 것이 기본”이고 “그 다음에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유기성, 협력적 요소가 있어야 그 평화가 지속가능한 쪽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고 제시했다.

역시 방점은 적대관계 해소다. “남북의 주민이 상대방을 적이라고 여기는 이상 아무리 비핵화되고 평화협정 맺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 “남북의 주민이 상대를 최소한 이웃으로 생각해야 한다. 형제로 생각하면 더 좋다”고도 했다.

“통일방안, 결혼 제도처럼 유연하게 생각하자”

▲ 통일뉴스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공동주최하고 평화3000과 6.15남측위원회가 후원하고 있는 '2019 통일방안 기획강좌'는 모두 네 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 - 조천현]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 가고 ‘과정으로서의 통일’이 본격화 된다면 통일방안도 보다 본격적으로 논의되겠지만 “통일을 너무 엄격하게 규정하지 말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는 “결혼 제도처럼 유연하게 생각하자”는 것.

그는 “어쩌면 남북이 중간단계의 연합국가가 완성된 통일국가일 수도 있는 거다”며 “서로 불편하지 않으면서 너와 내가 하나의 이해집단을 이루고 살면 되는 거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민족은 5천년 동안을 같이해 왔기 때문에 사실은 엄청난 구심력을 향한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통일을 강조하지 않고 하나가 되고 이렇게 안 해도 결국은 서로 얽혀 살게 만들고 하나의 유기적 구조를 만들어 내면 결국 그리로 가는 것은 그 어디보다 강하다고 본다”며 “그런 믿음 때문에 더 그런지 모르지만 통일을 너무 엄격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역대 정부의 통일방안을 논하면서 전두환 정권의 ‘민족화합 민주통일방안’(1982.1)은 “그냥 체제 경쟁하려고 즉 통일이 안 되는 통일방안을 내놓은 거다”고 일축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북한 망하기 기다리거나 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을 회피했다.

‘남북대화 통한 신뢰회복 → 과도적 통일체제로서 ’남북연합‘의 결성 → 남북 총선거에 의한 통일국가 건설’ 경로를 제시한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1989.9)에 대해서는 중간단계인 ‘남북연합’을 상정한 것을 평가하고 “김대중 야당 총재의 생각과 거의 같은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김영삼 정부에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1994.8)이 나왔고, 역대 정부가 이를 계승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후 6.15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통일방안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있다는 평가다.

그는 직접 참석했던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6.15공동성명 2항이 합의된 과정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이 고려민주연방제 보다 더 완만한 것, 더 연합에 가까운 쪽으로 갔다. 그래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북한이 그 안을 받은 거다”라고 설명했다.

남북 통일방안 합의와 계승

<6.15공동선언 (2000년)>
1.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10.4선언 (2007년)>
1. -- 남과 북은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나가며 --
2. -- 남북관계를 통일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하여  각기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나가기로--.

<4.27 판문점 선언 (2018년)>
양 정상은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하게 열어나가며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아 -- 선언하였다.
1. 남과 북은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다.


“우리 국가 제일주의, 일국주의를 생각하고 있는 것”

▲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14일 밤 통일방안을 담은 '6.15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또한 “김정일 때는 ‘조선(우리) 민족 제일주의’를 주장했다. 지금 김정은 시대에 작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우리 국가 제일주의’다. 우리 국가는 사회주의 북한이다”며 “김정은은 현실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국가에 대한 자부심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국주의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은 ‘통일’이라는 말을 잘 안 쓰고 4.27 판문점선언 명칭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으로 ‘평화와 번영’이라는 남측의 정책을 수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달 20~21일 북한을 국빈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을 듣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한 내용 중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따른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외부환경이 개선되길 희망한다”는 대목에 주목했다.

그는 “북한이 바뀐 현실, 자기가 가야 할 현실에 대해서 김정일 위원장 때는 여전히 통일과 허장성세 때문에 잘 안 됐는데, 김정은은 자기 현실에 딱딱 맞춰가는 거다”라며 “김정은 위원장도 사실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아니고 사실은 ‘남북연합제 안’이나 거의 같은 식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측 입장에서 “예전에 북이 남을 압도하고 체제나 여러 가지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 때는 연방제가 맞다”며 지금은 연방제적 ‘구심력’을 견제하는, “금방 하나가 돼 대 혼란이 나면 안 되니까 따로따로 살다가 조금 조금씩 가까이 가자”는 절제되고 통제된 ‘연합제 안’에 가까울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체제를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들, 우리가 북한에 먹힐 것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 체제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남과 북이 하나의 공동이해 주체가 돼야”

▲ 이날 첫 강좌에서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가 여는말을 했고,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과 노중선 통일뉴스 상임고문, 정해랑 21세기민족주의 포럼 대표 등이 참석했다. [사진 - 조천현]

그는 남북연합이 가능한 ‘평화번영 상황’이 되려면 △평화협정 체결과 이행 △군비통제 통한 남북공동안보 체제 구축 △남북한 유기적 경제협력체의 완성 △남북간 사회문화적 교류의 일상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물론, 남북연합을 뛰어넘는 단일형 통일국가가 되려면 이 보다 심화된 △정치·군사적 주권의 통합 △경제공동체 형성 △남과 북이 하나의 삶의 양식과 정신, 문명 공유가 필요하고, 이같은 여건이 성숙되었을 때 남북 주민의 주체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연합 단계에서 군비통제를 통한 ‘남북공동안보 체제’ 구축이 중요하다며 ‘대결적 군사안보 관계 → 비적대적 군사안보 관계 → 협력적 군사안보관계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과 북이 하나의 공동이해주체가 되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라며 “남과 북이 공동이해주체가 되고 나서 그때 우리가 어떻게 한반도에서, 이 동북아에서 살아남을 것인가를 우리가 협의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동북아 다자안보’의 실현을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 주변에 그야말로 엄청난 강대국들이 존재한다”며 미사일과 항공전력과 같은 ‘전략적 거부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군비통제를 통해서 남북이 서로 싸우지 말자고 끝나면 안 되고 한반도 공동안보체계로 남북의 군사상황이 재편돼야만 그때 남북연합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 방향 속에서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다자안보로 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남북미중 4자가 결국은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해소하고 평화협정을 맺는 당사자가 되는 거다”라고도 했다. “포괄적으로는 남북미중이 평화협정을 맺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안에서 부속적으로 북미 간에는 어떻게 하고, 남북 간에는 어떻게 하고, 이런 이야기는 가능할지 모른다”는 것.

미국이나 주변강대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참여정부 시기 경험을 들며 “3년간 NSC에 있었을 때는 내가 하는 일의 7,80%는 미국과의 관계였을 것 같다. 미국 때문에 힘들었다”면서도 “통일문제가, 통일 과정이 미국에 의해 좌절될 가능성은 별로 생각이 안 들더라”고 전하고 남북관계 진전과 한국사회의 내부 분열구조 극복이 더 우선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솔직히 주한미군 문제는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라고 보는 편”이라며 “우리 대한민국의 공동체 구성원들이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한미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 문제라고 보는 편”이라고 밝히고 “(남북이) 공동안보를 이야기할 정도가 되면 미국과의 관계가 일정하게 극복하든 정리하든 돼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통일방안 보다 더 중요한 건 ‘공존’

▲ 이종적 전 통일부 장관은 남측 내부와 남북 간의 갈등과 대결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며 '공존'과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강조했다. [사진 - 조천현]

그는 “우리 한국사회 내의 엄청난 분열구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안의 문제점들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라며 “우리 대한민국 공동체 내부에서의 분열을 극복하고 최소한 전부는 아니더라도 주류가 되는 큰 하나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나름대로 통일의 방향과 인식을 잡자는 것이 하나의 과제”라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이 되면 국민 공감대를 확산하겠다”고 염원했지만 쉽지 않았다며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정치적 쟁점과 안보적 쟁점이 같이 착종돼 가지고 지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내부 분열을 극복하고 통일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비핵화가 결정적으로 성공하는 게 첫째”라며 “비핵화가 성공하면 아마 한국의 이른바 보수라는 사람들도 ‘어, 이게 아닌데’ 달라질 수밖에 없을 거다. 국민 공감대 형성하는 데는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두 번째는 역시 북한을 많이 가봐야 되고 교류협력이 심화돼야 한다”며 지난해 10.4선언 10주년 당시 “너무 많이 변했는데 우리와 비슷하게 와 있는” 평양 방문 경험을 전하고 “북한을 보고, 북한과 만나보면 북한도 우리와 다름없이 비슷한 정서와 사람사는 곳이라는 것을 전보다 더 많이 느낄 것이다. 그래서 교류협력이 되면 그 자체가 결국은 남남갈등을 없애는데 큰 도움이 될 거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남과 북이 하나의 공동이해주체가 되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일 것”이라며 “통일을 어떻게 할 것이고 통일에 대한 염원을 키우게 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존”이라고 전제하고 “나와 다른 북한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함께할 수 있는 그 문화와 심성을 만드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나와 다른 형제를 받아들일 수 있는,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문화, 그럴 수 있는 제도, 그런 것이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개발하고 그런 것들을 규정해서 만들어내는 그런 것이 상당히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것.

또한 “공존 속에서 다름을 줄여가는 과정으로서의 남북연합을 상당히 길게 잡고 있다”며 “남북연합이라는 제도가 있는 것도 그런 거다. 그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 그런 것들이 심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좌 참석자들과의 질문답변 과정에서 ‘민족’이라는 개념 보다는 ‘국민’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데 대해 그는 “민족이라는 개념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남북연합이건 통일국가건 민족이 아니라 국이기에 국민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민족이라는 용어를 내세우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굳이 민족을 내세워서 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 자체가 논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남과 북이 최소한 우리가 가져 왔던 전통적 사상들이 어떤 부분들에 대해서 공유할 수 있는지 찾아서 함께 남과 북 학생들이 같이 배운다거나 이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 정책과 관련해서는 “최근에 대통령 연설을 보면, 평화경제 말씀을 하시더라. 그런 것들을 조금 비전화시키면 어떨까”라고 조언하고 “구호성에 가깝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가 겸허히 듣고 조금 더 구체화시켜서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솔직히 말하면, 비핵화에서 한국 정부가 예를 들어서 남북관계를 팍팍 진전시키고 이렇게 못하는 건 나도 유감”이라면서 “우리 한국사회 내의 엄청난 분열구조”를 장애로 인정했다.

통일뉴스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평화3000과 6.15남측위원회가 후원한 ‘2019 통일뉴스 기획강좌 - 통일방안을 논하다’ 첫 번째 강좌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가 여는말을 했고,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과 노중선 통일뉴스 상임고문, 정해랑 21세기민족주의 포럼 대표 등이 참석했다.

기획강좌 두 번째 강연은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이 8월 8일 오후 7시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공존단계를 거친 통일 -북측의 연합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제로 진행할 예정이며, 세 번째 강연은 9월 5일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이 ‘한반도 평화체제 로드맵과 통일방안’을 주제로, 네 번째 강연은 10월 10일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이 ‘민족주의적 통일방안 모색’을 주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추가, 7일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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