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방관자가 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당사자다.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에 방한한다. 그 전에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비공식·비공개로 원 포인트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7일자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돌파구가 보이면 재빨리 미국과 협력해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곧장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고 남북미 회담까지 성사된다면 금상첨화”라는 것.

문정인 특보는 “현재 우리 정부는 민족 이익을 주장하는 북한과 동맹 이익을 요구하는 미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며 “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북미 양쪽에 모두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장관·참모들 중 악역을 맡는 ‘배드 캅’(나쁜 경찰)이 없다. 왜 대통령이 배드 캅이 돼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문 특보는 미국을 향해 “북한은 제재를 적대 정책의 가장 구체적인 증표로 본다”며 “지금 ‘와이즈 어니스트’호(북한 화물선)를 몰수하는 건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적대 정책을 눈곱만큼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시작은 미국이 화물선을 풀어주는 게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한을 향해서는 “이미 폐기한 풍계리 시험장을 더 이상 쓰지 않을 요량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이 들어와 살펴보고 감마 테스트 같은 것도 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평양선언 5조 1항을 통해 동창리 시험장도 조건 없이 폐기하겠다고 한 만큼 그 약속도 이행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그렇게 해줘야 우리 정부가 미 정부를 설득할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영변이 북한 핵 능력의 60~70%에 달한다는 지그프리드 헤커(미 핵 물리학자)의 평가가 정확하다고 본다”며 “영변 폐기에 합의하면서 ‘폐기하는 동안 핵 활동을 중단하라’고 단서를 달면 북한은 받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영변 외 시설까지 동결하고 신뢰를 쌓으며 신고, 폐기하려면 부분적 제재 완화뿐 아니라 연락사무소, 평화선언 등까지 화끈하게 북에다 줘야 한다”고 제시했다.

문 특보는 <조선일보> 등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관계자들의 숙청과 처형설에 대해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이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려면 자기 협상팀을 숙청하거나 그들에게 큰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 자기들이 잘못했다는 걸 자인하는 꼴밖에 안 된다”고 논박했다.

문 특보는 “셈법을 바꾸라며 자기가 준 연말 데드라인을 미국이 넘긴다면 김 위원장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내년이면 미국 대선 국면인데 북한이 그런 식으로 나올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모드로 돌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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