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대전에 일본의 만행을 잊지 않겠다며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우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이 있다. 평화나비 대전행동, 민주노총 대전본부, 한국노총 대전본부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일제의 만행을 잊지 말자고 외치고 있다.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의 의미를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과거-현재-미래의 순으로 되새겨본다.
문의 평화나비 대전행동(042-223-0615)

 

일본이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는 상황에서 친일청산은 내일을 위한 준비하고 생각합니다.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은 친일 청산을 위해 한발자국을 내딛는 것입니다. 어제가 있어, 오늘이 있고, 오늘이 있어 내일이 있듯이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딛으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대전 청년들이 나섰다. 5월 1일 세계노동절 대전기념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서대전시민공원 한 켠에 천막이 설치되고 커피와 음료 매장이 열렸다. 청년들은 ‘강제징용노동조상 건립 비용 마련“이라고 적힌 팻말 아래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커피와 음료를 판매하기도 했다.

이를 기획하고 실행한 대전청년회의 김원진 대표를 만나 노동자상 건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5월 16일 대전청년회 김원진 대표를 만나 노동자상과 관련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사진-통일뉴스 김병준 통신원]

“며칠 전 인기 걸그룹의 일본인 멤버가 일왕 퇴위와 관련 글을 남겨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군함도 강제징용피해자 최장섭 할아버지의 외손녀가 항의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일본과의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결국 필요 없는 논란을 계속 일으키게 된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문제는 결국 내일에 대한 준비가 될 것입니다.”

그는 일왕의 퇴위와 관련 인기 걸그룹의 멤버가 “‘헤이세이’가 끝난다는 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지만, ‘헤이세이’ 수고 많았습니다. ‘레이와’라는 새로운 스타트를 향해 헤이세이 마지막 날인 오늘을 시원한 하루로 만듭시다”라는 글을 남겨 논란이 된 상황에 대해 말했다. 최장섭 할아버지의 외손녀가 이에 직접 장문의 글을 통해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기회가 닿아 최장섭 할아버지를 직접 뵙기도 했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후손들이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라며 친일 청산 문제가 결국 우리의 해결해야만 할 문제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역사는 지금도 논란을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극복하고 역사를 청산하고 바로 세우는 것은 우리 내부의 논란을 없앨 것이고, 보다 발전적인 한일관계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친일 잔재 청산이 내부의 논란을 줄일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흥미롭다. 청산되지 못한 역사 앞에서 이에 대한 해석이 다르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논란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역사가 바로서지 못하면 결국 이러한 논란이 지속될 것이고, 한일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아베의 군국주의 부활 시도도 청산되지 못한 역사가 원인이 아닐까 싶어요. 일본은 태평양전쟁 자체를 부정하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제대로 대응한다면 일본 내부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친일청산은 결국 과거를 청산하는 것이지만, 곧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 지난 5월 1일 세계노동절 대전기념대회에 강제징용노동자상 모금으로 함께 한 대전청년회 회원들. [사진-통일뉴스 김병준 통신원]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 결국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강제징용노동자상을 통하여 이러한 준비를 해나가고 하나씩 만들어가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청년회의 대표를 맡아 활동하는 만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였다.

“매주 수요일 시민들을 직접 만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잠깐 듣고 지나가시는 분들도 응원도 해주시고, 그 자리에서 모금에 동참하시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음을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노동자상 건립을 호소하면 많은 시민들이 응원하고, 동참한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역사청산의 한걸음, 한걸음은 이미 내딛어지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들이 모여 친일 잔재를 청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있는 보라매공원이 역사의 현장이 될 거라고 봅니다. 많은 대전시민들이 이 곳에서 역사를 다시 인식하고, 행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할 것이고요.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매우 기쁜 일입니다.”

앞으로의 포부를 말하는 그의 눈빛이 빛난다. 청년답게 희망에 부푼 그의 기대에 수많은 대전시민들이 화답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그의 말대로 평화의소녀상과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일제 잔재 청산의 상징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추진위’는 매주 수요일 시민들을 만나 노동자상 건립에 함께 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병준 통신원]

“결국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해 주시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두명이 많은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들어 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건립에 함께 한 모든 분들의 이름을 새겨 동상 옆에 함께 설치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정말 좋겠네요.”

시민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은 모두 다 똑같다. 그 또한 최대한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해 주실 것을 호소했다.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하더라도 많은 이들의 힘이 모인다면 강력하다는 것은 역사에 깊이 새겨진 진리이기 때문이다.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준비하는 이들은 단체 10만원, 개인 1만원 이상의 모금으로 추진위원에 동참하면, 모든 추진위원의 이름을 동판에 새겨 강제징용노동자상 옆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 이름이 역사에 남겨질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지난 평화의 소녀상 건립시에도 2,300여명 이상의 시민들이 동참했고, 모든 분들과 단체의 이름을 새겨 소녀상 옆에 설치했다고 한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공동게재 됩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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