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환 / 종주대원

 

일시 : 2019년 4월 28일 (당일산행)
구간 : 댓재~황장산~큰재~자암재~환선굴
거리 : 11km(접속구간 3km 포함)
시간 : 총 4시간 30분(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인원 : 총 15명 (산행 14명, 둘레길 1명)

 

▲ 백두대간 44구간 하산길. 자암재에서 환선굴로 내려가는 동굴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벌써 44번째 산행이다. 백두대간 남측 지역 산행을 60여회 구간으로 나눴으니 거의 4분의 3을 온 것이다. 이번 구간은 댓재~황장산~큰재~자암재~환선굴. 환선굴 탐방을 위해 부러 남진(南進)으로 잡았다.

대간 들머리인 댓재에서 날머리인 자암재까지 8km, 접속구간인 자암재에서 환선굴까지 3km이니 모두 11km다.

산행 인원은 둘레길 탐방 1인을 포함해 모두 15명. 한때 적으면 6-7명이 나선 적도 있지만 대간 횟수 반을 넘으면서 15명 전후로 안정적이 됐다. 뭐든지 한 가지 일을 줄기차게 하면 안정적으로 된다는 속설은 백두대간 산행에도 적용되는가 보다.

이번 산행은 구간이 짧기도 했지만 길도 비교적 평탄하고 또 날씨도 화창해서 그런지 댓재에서 오전 10시 30분에 출발했는데, 자암재에 오후 2시에 도착했으니 대간산행 시간으로만은 3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40여회를 타다보니 이젠 다리심도 붙고 팀워크도 잘 맞는 편이다.

야생화와 함께 하는 쾌적한 산행

▲ 들머리 댓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드디어 출발. 들머리 댓재에서 황장산을 향해 오른다. 댓재는 ‘대동여지도’에 죽령(竹嶺)이라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영동과 영서를 넘나드는 보행로로 이용해 왔다. 황장산으로 오르는 0.6km 구간만 오르막이지 그 다음부터는 큰 고저 없이 오르락내리락만 반복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44번째 산행은 한마디로 말해 역대급으로 쾌적한 산행이었다. 산행은 아주 유쾌하고 편안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번 산행은 당일산행에다 봄날산행이었다. 무박산행은 아무래도 부담이 있고 또 지난 산행에서처럼 아무리 4월이라 해도 한반도의 동쪽 높은 산간지대는 여전히 춥고 눈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이번 산행에선 그야말로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화창한 봄날의 햇볕을 안고 고산지대를 걸으니 기분이 그렇게 편안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지난 산행까지 겪었던 눈밭이나 손시림이 없었으니까.

▲ 산행 중에 야생화 군락지를 보자 관찰하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진달래도 만발했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번 산행이 역대급으로 쾌적한 두 번째 이유는 산행길이 화려했기 때문이다. 산길 바닥에는 야생화가 무리를 지어 넘실댔고 길 양 옆에는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허리춤까지 진달래가 막 꽃봉오리를 열고 있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야생화 꽃밭과 진달래 화원을 걷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특히 야생화가 군락을 이뤘다. 대원들이 야생화를 보자 길은 안 가고 주저앉아 감상하고, 사진을 찍고, 섣부른 꽃 이름을 대고 시간을 끈다. 특히 60대가 더 난리다. 누군가 뒤에서 ‘나이를 먹으니 감상적이 되는가 보다’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준다.

누군가 이 구간도 점봉산만큼 야생화가 많은 곳이란다. 이 짧고 쾌적한 산행길에 점심식사 시간 말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면 야생화 관찰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 흰젖제비꽃.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노랑제비꽃.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얼레지.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현호색.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큰개별꽃.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노루귀.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산괴불주머니.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분꽃나무.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번 산행이 역대급으로 쾌적한 세 번째 이유는 산행길이 비교적 평탄했고, 그러다보니 산 정상에 평전이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들머리인 댓재에서 이날 최고봉인 해발 975m황장산까지 오르는 구간만 경사가 좀 있었지, 황장산에서 큰재까지 4.4km 구간은 약간의 기울기로 연이어 오르락내리락만 했다.

▲ 남사면은 녹색이고 북사면은 여전히 갈색이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산길을 타며 좌우를 살피니, 한쪽은 녹음인데 다른 한쪽은 여전히 갈색이다. 계절의 변화가 교차한다. 남사면은 풀이 자라고 꽃망울이 생기면서 푸르고 화려하게 바뀌는데, 북사면은 햇볕을 못 받아 낙엽에 잔설에다 아직 초목들이 생명의 기지개를 못 펴고 있다.

특히 황장산을 지나 큰재로 가는 길은 산 정상길이 능선인데 거의 2km 정도는 넓게 고원이 펼쳐져 있었다. 다만 나무가 촘촘히 서 있어 평전이라 할 수는 없지만 나무가 없다면 고원지대 평전이라 할 만한 산세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나온 지리산의 세석평전, 덕유산의 덕유평전 그리고 소백산의 소백평전에 이어 4대 평전이라 부를 만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큰재를 향해 나아가며 동쪽으로 눈길을 던지니 삼척과 동해바다가 아련히 보인다.

풍력발전기, 고랭지 배추 그리고 귀네미마을

▲ 풍력발전기 앞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풍력발전기 날개를 교체하는 작업.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번 산행이 역대급으로 쾌적한 네 번째 이유는 다른 구간 산행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봤기 때문이다. 큰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임도를 따라 전진하니 이제부터는 새롭고 특이한 풍경이 나선다. 먼저 정상길에 거대한 풍력발전기 날개가 바람을 맞고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멀리서 보니 얼핏 돈키호테가 달려들었을 법한 풍차 같다. 가까이 가니 웅장한 풍력발전기가 여기저기 10여 개가 보인다. 마침 우리가 지나가는 길에 발전기 날개를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교체작업을 하는 분께 물어보니 날개 길이만 30m가 넘는다고 한다.

이어 산 정상에 넓은 황토빛 밭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고 보니 산 정상 부위가 온통 채소밭이다. 고랭지 배추 재배단지다. 고랑과 이랑을 쳐 밭을 만들었으며, 벌써 배추를 심은 데도 있다. 고랭지 배추밭을 부감하듯 빙 돌면서 지나니 곧이어 단촐한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 나타난다. 귀네미마을이다.

▲ 고랭지 배추밭.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하늘 아래 첫동네' 귀네미마을.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귀네미마을은 귀래미(貴來美)라는 뜻에서 유래된 말로 귀하고 아름다운 무엇인가가 오리라고 기대하면서 끊임없이 땅을 일구고 가꾸어 가고 있는 마을이라 한다. 끊임없이 땅을 일구고 가꾸어는 게 고랭지 배추인가 보다. 지리산 성삼재에서 뱀사골로 내려오다 보면 ‘하늘 아래 첫동네’ 심원마을이 나타나는데, 이 귀네미마을도 영락없이 ‘하늘 아래 첫동네’ 같다. 너무 멋지다는 생각에 셔터를 누른다.

▲ 날머리 자암재 도착.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윽고 이날의 대간 날머리인 자암재 도착. 시간은 오후 2시. 오전 10시 30분에 출발했으니 3시간 30분 만에 주파한 것이다. 짧게 편하게도 왔다. 그래도 자암재에서 잠시 쉬며 남은 음식과 행동식을 다 먹어치운다,

덤으로 얻은 환선굴 탐방과 삼척 회

▲ 환선굴로 향하는 하산길 전망대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전망대에서 본 기묘한 풍경.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번 산행이 역대급으로 쾌적한 산행이 된 또 하나의 이유는 덤으로 얻은 환선굴 탐방과 삼척에서 날라 온 싱싱한 회 때문이다.

환선굴로 가는 길은 내리막이다. 경사가 심하다. 속도가 나질 않는다. 누군가 이번 산행에서는 대간길이 아닌 접속구간인 환선굴 가는 3km 길이 제일 힘들다고 투덜댄다. 그런데 이러한 투덜거림도 곧 사치임이 드러난다. 제1, 2 전망대에 이르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산세가 기기묘묘하다. 만물상 같다. 금강산이나 설악산 못지않다. 대원들이 연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 환선굴 입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환선굴 초입.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환선굴 속의 폭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오후 3시에 환선굴 입구에 도착했다. 환선굴은 천연기념물 178호로서 총 길이가 확인된 것만으로 약 6.5km로 더 이상은 확인이 안 되고 있으며, 약 1.6km만을 개방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방면으로 굴이 이어져 있고 여러 모양의 종유석이 즐비하고 게다가 커다란 폭포도 있고 어디고 물이 흐른다. 바삐 움직이며 보는 것만도 1시간이 걸렸다. 환선굴 부근에는 2007년 개방된 대금굴도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지역에는 환선굴이나 대금굴 못지않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굴이 얼마든지 있을 거란 생각도 해 본다.

환선굴 탐방을 마치고 식사를 위해 음식점으로 향하는 대원들의 발걸음이 이날따라 무척 가볍다. 삼척에서 날라 온 싱싱한 회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힘들고 고된 대간 산행길에도 이날 같은 쾌적한 구간이 하나쯤 있다는 게 여간 위안이 되지 않았다. 대간 종주산행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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