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입김(4)

최고가 하루 300환 벌이
= 「모라이 꾼」 소원은 「히라이」 다음 「왕초」 =
착취는 當하지만 義理는 지켜

 

○.... 눈이 저리도록 참담한 광경이었다. 송판으로 대강 둘려막았으나 문짝하나 없는 집이다. 온돌대신에 축축이 젖은 흙바탕에 일에 지친 인간들이 나뒹굴고 있다. 

코나 가래침을 뱉어 버린 산더미 같은 종이 뭉치, 쓰레기통과 시궁창에서 건져 온 누더기, 쭈그러든 통조림깡통의 사태 - 이것들과 두루 말려 사그러져 가는 남포불 아래 엎어져 자는 고단한 사람들... 옷도 신도 벗지 않았다. 식어빠진 꿀꿀이죽 냄새가 입김에 가득 서렸다.

- 「히라이」꾼들의 세계인 것이다.

○.... 휘황한 서울 밤거리를 한눈으로 내려다 볼 수 있는 남대문시장 한복판에 이렇게도 어두운 언저리가 있는 것이다.
예배당 종소리가 울리는 이른 새벽이 되면  「치렁」을 메고 「벌이꾼」들은 한정된 자기 구역 안에서 넝마를 주워들인다.

종이 한관에 二십환 억세같이 힘이 쎈 사람이라야 밤 열시까지 열다섯관을 채울 수 있다. 그러니 최고가 하루에 三백환을 벌 수가 있다. 「왕초」가 거느리는 이 세계에는 「똘마니」들도 한 몫 끼었다.

치렁을 멜 수 없는 꼬마들이 바로 그것이다. 요것들은 깡통을 들고 걸식하러 나다니는 「모라이꾼」이다.
이 꼬마들은 빨리 자라서 「히라이」가 되려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며 「히라이」는 「왕초」가 되는 것이 꿈이다.
왕초로 오래 지낸 사람은 「먹네」로 길을 바꾼다. 왕초로서 다소의 돈푼을 쥔 자가 처를 얻게 되면 「먹네」가 되나 경제적인 실권은 잃는다.

그들에게도 그들만이 바라는 세계가 있는 것이다.

○.... 밤 열시쯤 되어 「히라이」가 여러 곳에서 모여들었다. 그들은 주운 종이를 「조말이」앞에 바쳤다. 「조말이」는 돈을 다루는 중간 착취자와 같은 것이다. 「조말이」는 한관 二십환짜리를 六, 七십환에 상인에 넘겨 이득을 짜낸다.

- 그러나 노동의 착취를 당하거나 말거나 「히라이」는 「히라이」로서의 위치를 지키고 의리(義理)에서들 산다고 자만한다. 오늘도 깡통과 누더기에 파묻혀 코를 골며 내일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 서울시내에만도 이들 「히라이」들은 수천 명에 달하는데 그들은 각 지역별로 「클럽」을 지어 왕초를 중심으로 한세대를 이루고 있다. 비록 벌이는 적을망정 서로 돕고 살아가는 그들 세계는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생활」이 있다.

(사진 = 깡통이 쌓인 한구석에서 담소에 즐기는 「히라이」들)

▲ 사회의 입김(4)[민족일보 이미지]

<민족일보> 1961년 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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