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우리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때까지 제재 완화(sanctions relief)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날 오후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외교부 출입기자단을 만난 그는 “한국 정부로부터 부분적 제재 완화에 대한 공식제안을 받은 적이 없”고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강조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정부가 추진한다는) 중간 단계가 뭔지 모른다. 그게 제재완화를 지칭한다면 대답은 노(no)”라며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대북 제재 완화 코스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에 달렸다고 합의한 것 외에 한국 정부가 나와 공유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핵화 때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고 해서,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의 나머지 세 축인 △새로운 북미관계,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미군 유해 발굴.송환 분야에서 진전이 이뤄질 수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적대세력들의 제재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미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제재 완화가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은 낮아진 셈이다.       

이날 해리스 대사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유를 다소 장황하게 설명했다. 요약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했던 선택지는 ‘빅 딜이냐 굿 이너프 딜이냐’가 아닌 ‘배드 딜이냐 노 딜이냐’였다”는 것. 김정은 위원장이 테이블에 올려놓은 건 ‘굿 이너프 딜’이 아닌 ‘배드 딜’이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노 딜’ 선택은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변호했다.

그는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넘긴 공은 김 위원장이 받아치기 쉬운 “로빙 볼”이라며, “여기에 당신이 해야 할 모든 것이 있다. 비핵화하라, 그러면 우리는 당신에게 밝은 미래를 줄 것이다. 당신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한다면 북한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한계는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해리스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우호적이고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 하노이를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인 대화를 위한 문을 열어놓았다. 그 기회를 잡을지 여부는 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고 거듭 공을 넘겼다. 

“나도 3차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외에 달리 예견하는 바는 없다. 시기 장소, 모든 게 내 결정이 아니지만 그것이 개최될 것이라고 믿는다.”

최근 북한 외교관들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저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 내부용”이라고 일축했다. “비판은 신랄하지만 그들은 아마도 북한 내부 청중들을 향해 플레이하고 있다.”

24~25일께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김정은은 무언가 필요하다고 여겨서 러시아에게 팔을 뻗고 있다”면서도 “그 결과를 예견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를 지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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