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참모들을 공략하고 나섰습니다.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에서 보면, 미국의 대북 라인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폼페이오 국무장관-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아직 ‘훌륭한 관계’이기에 놔뒀고, 비건은 급이 낮아 건들지 않았는지 아니면 추후에 건들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주요 핵심 멤버인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콕 찍어 비난한 것입니다. 이른바 북한식 ‘선별 타격’과 ‘핀셋 저격’이 시작된 셈입니다.

먼저, 권정근 외무성 미국 국장은 지난 18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앞으로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경우에도 폼페이오가 아닌 우리와 의사소통이 보다 원만하고 원숙한 인물이 우리의 대화상대로 나서기 바랄 뿐”이라며 “폼페이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이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20일 역시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지난 17일 불룸버그통신에서 보도된 볼턴 보좌관의 “3차 북미 정상회담 전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했다는 진정한 징후가 필요하다”는 발언에 대한 반박으로 “멍청해 보인다”면서 “사리 분별없이 말하면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사실 북한의 이 같은 비판들은 한 달 전인 지난달 15일 최선희 부상(당시)이 평양 주재 외교관 상대 통보모임에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킨 주범으로 볼턴 보좌관과 함께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지목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기도 합니다.

물론,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하루 지난 19일 자신에 대한 북한의 협상 책임자 교체 요구를 일축하고 “대북 협상팀을 계속 맡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켜하지 않는 북한과 또 만날 것을 생각하면 찜찜할 것입니다.

북한의 이 같은 대미 ‘선별 타격’과 ‘핀셋 저격’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진행된 바 있습니다. 김계관 제1부상(당시)과 최선희 부상(당시)은 5월 16일과 24일 잇따라 개인 담화를 통해 북핵 해법과 관련해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주장하는 대북 강경론자인 볼튼 보좌관과 펜스 부통령을 향해 각각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 “아둔한 얼뜨기”라고 혹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특히 펜스를 공격한 ‘최선희 담화’가 빌미가 되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정상회담이 취소됐다가 기사회생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난 12일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된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우리로서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볼튼 보좌관과 펜스 부통령이 ‘리비아 모델’이라는 무리한 주장을 했기에 저격했는데, 2차 정상회담이 사실상 결렬되고 모처럼 3차 정상회담 의향을 밝혔음에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튼 보좌관이 대화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고 판단했기에 역시 콕 찍어 공략을 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요. 2차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 측이 사실상 ‘노딜’을 선언하며 결렬시켰기에 북한 측이 참모들을 ‘핀셋 저격’했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1차 정상회담을 앞둔 때처럼 3차 정상회담을 예상해 ‘앞으로 정상회담은 영원히 없다’고 선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 북한 측에 빚을 지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정치일정이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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