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미정상회담(4.11)이 워싱턴 DC에서 2시간 동안 개최되었다. 북미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재개를 위한 해법 모색을 위해 한국정부가 미리 제안한 대안으로 충분히 좋은 딜(good enough deal) 구상을 포함한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방식과 관련하여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이었다. 

필자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정치적 함의를 검토한 후 문재인 정부의 책임 있는 새로운 역할에 관련하여 새로운 5단계 로드맵을 제안하고자 한다.

4.11 한미정상회담의 정치적 함의

첫째, 트럼프가 스몰딜(small deal)이 있다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최종 상태인 end state에 합의하면 단계적 이행 로드맵에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선 빅딜 고수에서 조건부 유연성을 보인 것이다.  

둘째, 현시점에서 트럼프는 빅딜을 강조하였고 대북제재 완화는 없다고 강조하고 추가 대북제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셋째,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그 동안 다소 매끄럽지 못한 한미동맹 관계의 복원 계기가 되었다고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최신무기를 문재인 정부가 대량구매하기로 했다고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무기를 구매하기로 약속한 배경에는 지난해 부에노스아이레스 한미정상회담 이후 불편한 한미동맹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구매약속이 남북관계 개선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직면한 딜레마이다. 이것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역할에 걸림돌이 안 되길 기대한다. 

한미간 스몰딜(small deal), “단계적 이행방식”에 합의했나?

문재인 정부의 대안이 이미 한미 실무간 충분히 검토와 논의가 되어서 두 정상이 만나 추인만 하였기에 2시간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의미 있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인다. 이미 한미간에는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 상태(end state)인 출구전략에 관련하여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 즉 "단계적 방식"도 열려 있다고 밝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최종적 상태(‘end state’)에 동의한다면 단계적 이행 방식도 고려한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구체적인 한미간 합의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로드맵에 미국이 ‘조건부’ 수용이 가능하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의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조건부 수용했다고 가정하면 만약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의 최종 상태(end state)에 합의한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해법인 점진적, 단계적 이행 방식을 고려해 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큰 짐을 지고 김정은 위원장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당장 4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여 김정은 위원장이 end state에 합의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비핵화 end state 최종 상태에 합의하면 미국이 원하는 핵물질, 핵무기, 미사일 운반체, 대량살상무기(WMD) 등 모든 신고 목록을 제출해야 하는데 김 위원장은 현재까지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합의한다면 ‘단계적’ 실천이행 로드맵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가교 역할’ 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의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새로운 "가교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해야 한다. 과연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최종 상태(end state)에 합의할지가 관건이다. 

미국이 어떤 상응조치를 제시했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 후 그에게 “알려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을까?   

트럼프의 여러 가지 면을 정치적으로 고려해 보면 내년도 재선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여 비핵화 조치가 가시화되길 기대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의 의도를 너무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끌지 않을 것이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4.12)을 통해 조건부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금년 내에 개최할 것을 피력한 바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운 인선을 조직하여 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였고,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비핵화 딜(deal)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를 대비하여 인민들에게 정신적 무장을 독려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역할은 막중하다. 먼저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여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end state에 합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한다. 다시 말해서, 문재인 정부가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이 빠르면 6월이나 늦어도 금년 내로 개최되어 이행 로드맵에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이 상호양보와 타협이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책임 있는 당사자로서 “가교 역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기대한다. 

필자의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5단계 로드맵 제안

협상의 기본원칙은 무엇을 협상하는가에 대한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고해 보면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6자회담에서도 한반도의 비핵화 개념이 분명하게 정의된 바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남북미 3자간에 비핵화의 의미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 북한은 비핵화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의미하고 미국은 북한의 핵 무력을 제거하는 것이 비핵화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먼저 남북미 3자간 비핵화의 정의부터 합의하여야 한다.  

둘째, 필자가 이미 제안한 바와 같이 북미가 각각 주장하는 해법이 상호보완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일괄타결식 방안 혹은 빅딜(big deal)과 북한의 단계적, 동시행동 방식이 상호 보완적이며 두 방식을 융합하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해결하자는 “퓨전접근 방식”(fusion approach)을 제안하였다(곽태환, “문재인 정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 퓨전접근 (Fusion Approach) 제안,” 통일뉴스 (2019.3.25.),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221(searched on March 25, 2019).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이미 문재인 정부가 퓨전(융합)접근 방식에 바탕을 두고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 방식을 미국에 제안한 바 있고 이에 대한 한미간 조건부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셋째,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추진 해야 한다. 그 이유는 필자는 미중남북 4자간이 서명한 가칭 “한반도 평화조약”이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체제 보장과 미국의 적대시 정책포기라는 두 개의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의 전제조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새로운 5단계 구상은 이러한 원칙을 근거로 제안하고자 한다.

필자의 오리지널 제안은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3단계 방안이었다.(Tae-Hwan Kwak, “Inter-Korean Relations: From Nuclear Confrontation to Peaceful Coexistence,” The Korean Journal of Security Affairs, 23-1(June 2018), pp. 21-41.) 그러나 미국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빅딜 제안에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WMD) 폐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3단계에서 5단계로 수정 보완하였다. 5단계 방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비핵화 정의와 이행 로드맵 합의 필요성

한반도 비핵화인가? 북한의 비핵화인가? 이에 대한 분명한 비핵화 정의가 3자간 합의를 필요로 한다. 그 다음 단계는 쉬운 것부터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이 중요하다. 먼저 최종목표는 비핵화의 최종 상태(end state)에 3자간 합의가 필요하다. 모든 북한이 소유하고 있는 핵 물질, 핵 시설, 장거리 미사일 운반체 등 모두 신고하는 것이 비핵화 조치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표시하기 때문에 비핵화의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식은 단계적으로 나누어 실행 로드맵에 남북미 3국 정상회담에서 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2단계: 영변 핵시설 폐기와 금강산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재개 맞교환

협상은 주고받는(give and take) 것을 전제로 한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 양 정상에게 약속한 영변 핵시설의 자발적인 선 폐기에 따라 한미양국은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과 맞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북한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핵물질과 핵무기 폐기와 더불어 장거리 미사일 운반수단 폐기 등을 실행에 옮기면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로 추가 대북제재 완화(relief), 미중남북 4자간 종전선언에 서명하고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의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단계: 대량살상무기(WMD) 해체(생화학무기/대량살상무기)와 북미, 북일 정상화 외교 협상 개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빅딜 속에 미국이 생화학무기와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이전까지 백악관 안보보좌관 존 볼턴이 여러 번 주장하긴 했지만 하노이 북미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요구하였다. 만약 미국이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고집하고 북한이 거부하면 북미, 북일 외교 정상화 카드를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미중남북 4자 평화체제 구축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4단계: 북미/북일 외교관계 정상화 수립과 4자간 평화조약 합의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북제재 완화와 맞교환

북미/북일 외교 관계를 수립하면 한반도에는 4강과 남북간에 교차 승인이 완료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한반도 주변정세에 힘의 균형을 이뤄 동북아 체제의 안정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5단계: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 맞교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평화협정보다는 평화조약(a peace treaty)이 더 강력한 구속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 관련하여 심층적인 연구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미 출구전략으로 가칭 “한반도 평화조약”을 제안하였다. 

북한을 “완전한 비핵화”로 설득하기 위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두 가지 조건인 대북 적대 정책포기와 북한체제의 안전보장이 충족되면 북한체제가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된다. 그러면 출구전략으로 가칭 “한반도 평화조약”(a Korean Peninsula Peace Treaty) 체결이 가장 효율적이고 신뢰성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조약은 북미 평화합의서를 포함한 반드시 미국과 중국이 지지하는 다자간 한반도 평화조약이어야 한다. 향후 미중남북 4자 평화회담에서 북미 평화합의서를 포함한 평화조약을 4자간 체결하고 동시에 북미, 북일관계의 정상화를 통해 동북아에서 미.중.러.일 남북한 간 교차 승인이 완료되어야 한다. 

필자가 제안한 “한반도 평화조약”(a Korean Peninsula Peace Treaty) 속에 4개 평화합의서(four peace agreements)가 포함되어야 한다: (1)북미 평화합의서, (2) 남북 평화합의서, (3)한중 평화합의서, (4)미중 평화합의서 등 4개 부속 평화합의서를 포함하여 다자간 정전 협정을 다자간 한반도 평화조약으로 미.중.남북 4개국 정상이 서명하게 된다.

4자 정상이 서명한 한반도 평화조약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추인하고 이 조약을 UN 사무국에 등록하면 쉽게 위반할 수 없는 국제조약으로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주장했던 남북평화협정 체결과 미중 보장안(2+2 방안)보다 한반도 평화조약이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국제조약이 될 것이다.  

이런 구상이 실현된다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구축되고 동북아 평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남과 북이 주축이 되어야 하고 북한은 빅딜을 수용하고 핵을 포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또한 미중은 북한체제를 보장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하고 정전협정의 당사국들의 양보와 타협이 우선 되어야한다. 여기에 제안한 4개 부속 합의서는 한반도 평화조약에 포함될 것이며 정전협정의 당사국들이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법적으로 종결하게 된다. 

한반도 평화조약에 4자 간 정상들이 서명하면 집단안보체제 원칙이 확립될 것이며 한반도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체제를 확고하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조약은 북한체제를 보장하고 북한은 피포위강박증(siege mentality)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출구전략을 통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과의 맞교환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면 동북아의 중심지역인 한반도에서 법적, 제도적으로 핵무기 없는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될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 전략 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 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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