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입김 (2)

 

우유죽 급식소(給食所)


「우유죽」으로 「끼니」

= 차례로 섰다가 못 받을 땐 굶고=

하루 만칠천여명이 이용
 

○....가난에 짓눌려 허리를 못 펴는 서울시 주변에 사는 세궁민들! 이들은 한 끼니의 먹이를 우유죽 급식소에 의존하고 있다. 아침이면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 송이송이 귓전에 소름이 돋은 할머니와 부인들, 그리고 어린이들과 노동자풍의 젊은 청년들은 손에 손에 깡통도 들고 일그러진 양재기도 들고 급식소 창구 앞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와 이리 꾸물거리고 있노」 굶주림에 지친 이들은 차례를 기다리기에 더욱 지친 모습들이다.

 ○....아버지는 품팔이를 다니고 어머니는 담배장사를 한다는 「한」이라는 어린 어린이는 커다란 깡통을 들고 서서 이렇게 말한다. 「열시부터 주는 이 우유죽으로 동생들과 아침밥을 대신해 먹고 한 그릇은 길가에서 장사하는 어머니에게 가져다 준다」고 그러면서 이것이 아침밥도 되고 점심밥도 된다고... 천진한 얼굴에 피식 웃음이 스쳐간다.

○....급식소 일을 보고 있는 부인은 또 이렇게 말한다. 『새벽 세시부터 이천명분의 죽을 끓여 열시부터 노나드리는데 한 시간이 못되어 다 없어진다.』고 차례로 섰다가 죽이 떨어져 못 얻어먹고 돌아가는 굶주린 그들의 원망스러운 눈초리는 차마 딱해서 바로 쳐다 볼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설 급식소마저 없다면 이들 굶주린 군상들은 주린 창자를 무엇으로 메울 것인지?

○....동적부를 뒤져서 가난한 집에 「카드」를 주는 것이 하루 一천명분. 길거리에서 지게를 지거나 「날삯벌이」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주는 것이 一천명분이라고 한다. 이러한 급식소가 서울시내에도 팔십육개소가 있다. 하루 이 죽을 이용하는 사람 수가 일만칠천이백여명, 이중에는 그 절반이 우유죽으로 끼니를 메워가며 산다는 것이다. 기독교 세계봉사회의 공급본부라는 이 급식소는 언제까지 계속 될는지 4.19전보다 더욱 늘어만 가는 이 가난한 군상들의 참다운 구세주는 언제 찾아오려는지? 여기 굶주린 「사회의 입김」들은 아직 차갑기만 하다.

(사진 = 우유죽을 얻어먹기 위해 구세군 급식소 앞에 새벽부터 줄지어 있는 군중)

▲ 사회의 입김(2)[민족일보 이미지]

<민족일보> 1961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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