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결자해지 노력이 가시화 되는 2019년

▲ 3월 13일 워싱턴DC 세인트마크 성공회교회에서 KPN 로비데이의 준비회의가 하루종일 열렸다. 진지한 모습으로 참여 중인 미국인 활동가, 재미활동가들. [사진 - 정연진]

작년 2018년은 미국의 시민운동에서 반전평화운동, 민권운동의 커다란 파도가 미 전국을 뒤엎었던 전설적인 1968년이 50주년이 되는 해였다.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반전평화의 물결에, 피부 색깔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인종차별 없는 새로운 미국을 꿈꾸던 미국 청년들과 시민들의 함성은 커다란 물결이 되어 연일 거리를 뒤덮었다.

한국의 운동권이 1980년대 학생운동의 체험을 자랑스럽게 기억하듯, 미국의 많은 시민운동가들에게 1968의 경험이란 긍지와 동지애를 느끼게 하는 특별한 기억이다. 1968년은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허무하게 총성에 가고 뒤이어 새로운 미국을 대변하던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도 총탄에 스러진 충격의 해이기도 했다.

그러한 특별한 전설의 해가 50주년이 되던 2018년, 나는 내심 기대도 많이 했다. 코리아 평화이슈를 둘러싸고 미국에서도 무언가 새로운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미국의 시민운동과 코리아 평화이슈가 결합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되지 않을까 하고서 말이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회담, 70여년 적대관계에 종지부를 찍은 첫 출발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2019년 2월말 하노이 북미회담은 합의 없이 끝나게 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행정부에 튼실한 내부 지지세력을 만들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적대적인 미국내 언론을 무시해가며 직접 자신의 의중을 트윗으로 쏘아대며 거의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모습을 연출하지 않았었나.

2차 북미회담이 합의없이 끝난 것에 대해 구구한 해석이 오가고 있다. (적어도 헤어질 때 웃으며 해어졌기에 ‘결렬’이란 말은 쓰고 싶지 않다.) 군산복합체의 이권을 대변하는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훼방,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인 이해타산에 따라 굳이 지금 결론을 내놓기 보다는 다음 대선의 결정적인 시기에 써먹으려고 패를 아껴두자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2차 북미회담 후 이제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더욱 더 중요해진 시점에서 우리는 어떠한 장향을 설정하고 무엇을 해야할까. 이 시점에서 다시금 미국 내의 시민운동이 중요해진다. 결국 미국 정부를 움직이는 것은 미국 시민의 힘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AOK(Action One Korea) 가 2015년 창립시부터 지속적으로 참여해온 코리아피스 네트워크 (Korea Peace Network, 이하 KPN)가 올해 미의회를 상대로 벌인 로비 활동은 시의적절했고 특히 이번에 재미동포들의 참여가 두드러진 점은 단연 주목할만 하다.

▲ 작년보다 재미한인 참여자가 크게 늘어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사진 - 정연진]
▲ 워싱턴 DC를 기반으로 미 전국 규모 최대평화활동단체 Peace Action의 케빈 마틴(Kevin Martin) 대표(왼쪽)와 KPN 창립 시부터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AFSC의 댄 야스퍼(Dan Jasper). [사진 - 정연진]


* 2019 KPN AdvocacyDay
 

전체 동영상 https://youtu.be/9MN2sA7rg3Y (JNC TV 보도, Hyun Song 대표기자)

코리아 평화운동의 지평이 넓어지다 – KPN과 Peace Action의 결합

KPN은 코리아 평화이슈의 활성화를 위해 2015년 10월 워싱턴 DC에서 두 개의 단체가 중심이 되어 결성된 전문가/활동가 네트워크이다. 분단 70년을 기해 남북의 화해를 위해 북녘에서 남녘으로 분단선을 가로지른 국제여성 평화활동가 조직인 위민크로스DMZ(www.womencrossdmz.org) 그리고 미국의 유서깊은 평화활동가 조직 퀘이커 단체 AFSC(American Friends Services Committee, www.afsc.org)가 중심이 되었다.

위민크로스DMZ는 이미 알다시피 국내에서 극악스런 종북몰이 타겟이 되었었고 여러 가지 활동이 제한되었으나, 미국 내에서는 그간 꾸준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반면 미국 파트너단에 비하면 신생조직이랄 수 있겠는데, 왜냐면 AFSC는 미국에서 1917년에 창립된 유서깊은 평화활동가 단체이기 때문이다. 지난 40년간 농업지원 사업등 북과 인도적 사업을 꾸준히 실행해온 대북 사업단을 비롯해 이들은 한반도 평화이를 위해 정말 꾸준히 헌신해온 사람들이다. (현재 대북사업 총괄자는 닥터 린다 루이스 Linda Lewis.)

2015년 10월에 열린 KPN 결성회의도 AFSC의 워싱턴 DC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AFSC는 펜실베니아에 본부가 있지만 워싱턴 활동을 위해 DC에 사무국을 유지하고 있다.) AFSC 의 교육홍보 코디네이터인 대니얼 야스퍼(Daniel Jasper)가 창립시부터 KPN의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다.

KPN의 미연방의회 코리아평화 이슈 로비활동(Advocacy Day라고 불린다)은 결성 이듬해인 2016년부터 해마다 꾸준히 전개되었는데 AOK는 지금까지 여기에 적극 참여해왔다. 2016년은 KPN의 창립멤버이기도 한 정연진, 2017년은 차세대를 대표하는 김지혜 사무국장이, 그리고 작년엔 전 사무국장이었던 남관우가 남가주, 북가주를 대표해 참석자가 되었다.

KPN의 평화활동에 작년부터 미 전국에 20만명 회원을 가진 매우 활발한 대규모 평화활동단체 Peace Action(www.peaceaction.org)이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규모가 커졌다. KPN이나 Peace Action(대표 Kevin Martin)에 속하는 미국인 활동가들은 미국의 반전평화 운동에서 코리아 이슈의 우선순위를 잘 알고 있으며 지금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열정적인 동참자층이 두텁다고 할 수 있다.

▲ 로비데이에 앞선 준비회의에서 KPN  전체코디네이터가 상하원 로비활동팀 분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정연진]

KPN과 Peace Action 멤버들은 거의 매주 전화회의를 통해 실천방법과 전략을 논의하고 있는데 이 네트웤에서 쏟아지는 이멜이 하루에도 수십여 개에 달하여 다 읽기조차 벅찰 정도로 미국인 활동가들이 참으로 열성적으로 코리아평화 문제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작년에는 KPN의 미의회 로비활동에 60여명이 참여했는데 올해는 3월 13~14일 양일간 총 70명이 미의회 상하원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 현재 미하원에서 발의된 로 카너(Roh Kannah) 의원의 종전협정 촉구 결의안(HR 152) 동참문제를 비롯해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즉 KPN이 올해 벌인 의회 로비활동은 70명이 10개의 팀으로, 한 팀이 6-7개의 연방상하원 상대 미팅을 진행해 총 60-70개 로비미팅이 이틀간 진행된 셈이다, 작년에는 미국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올해는 위민크로스DMZ에서 풀뿌리 참여를 유도해온 덕분에 재미한인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이번 로비활동 사전등록자의 거의 절반이 재미한인이었으며, 캘리포니아에서 나를 포함해 7명이 참가했다.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다.

코리아 평화 이슈에 새로운 희망이 보이는 마크 타카노 의원과의 면담

▲ 3월 14일미하원의 야당 (공화당) 지도부 케빈 멕카 의원과 면담하고 있는우리팀. 왼쪽이 입법수석보좌관 브래든 머피, 가운데 피스액션의 상임의장 존 레인워터, 오른쪽 북가주 기반의 오랜 반전활동가 클레어 그린필드.  [사진- 정연진]

이틀간의 로비활동에서 10개의 팀중에 나는 팀 #1의 팀리더가 되어서 어깨가 무거웠다. 로비활동은 대부분 보좌관과 먼저 만나 설명을 하게 되는데 반해 우리 팀은 매우 예외적으로 민주당의 중진 4선의 마크 타카노(Mark Takano) 의원을 직접 만나는데 성공했다.

마크 타카노 의원은 미의회 내에 꽤 영향력이 있는 진보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프로그레시브 코커스의 리더이기도 하고, 지역구가 재미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남가주 리버사이드 카운티라서 한인들과 매우 밀접한 관계 일 수밖에 없는 일본계 3세 의원이다.

마크 타카노 하원의원은 마침 이번주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목요일인 21일 저녁 일본에서 한국으로 도착하여 3박4일 동안 머물며 한-미-일 의원들 간의 미팅과 DMZ 참관 등을 하고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일정이라고 한다.

▲ 3월 14일 마크 타카노 연방하원의원(가운데)과의 면담. 왼쪽AOK 상임대표/ KPN 창립멤버정연진, 오른쪽 미국 최대의 평화단체 Peace Action의 상임의장 존 레인워터. [사진- 정연진]

그는 하노이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하면서, “문재인 정부는북미간 적극적인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라는목소리가 또렷하고 힘찬 것을 보니, 기대를 해봐도 될 것 같다. 의회 내에서 그의 역할에 대해서 말이다.

함께 동석한 Peace Action의 사무총장(executive director)인 존 레인워터 씨는 타카노 의원이 하원에서 발의된 종전협정 촉구 결의안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자 매우 실망한 어조가 된다.

그러나 나는 아직은 미하원 결의안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 다. 2007년 미하원에서 통과된 일본군’위안부’ 결의안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알기에.

12년전, 당시 미하원 외교위원장 고 토마스 랜토스 의원이 자신의 ‘책무’라고까지 하면서 결의안 HR 12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결의안 통과를 위해 수많은 미주한인사회 활동가들이풀뿌리운동을 전개했고 장기간 캠페인을 벌였었다. 결의안이 통과되자 동포사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미국정치를 움직여 일본의 공식사과를 촉구하는 이 결의안을 통과시켰노라고.

그러나 그 이후 일본 과거사문제는 아베 정부의 출현 이후 거꾸로 가기 바빴고 현재는 한인사회가 대단한 노력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안부’문제 근본적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없다. 이제 한국에 20여명 남은 피해자가 하루가 다르게 돌아가시고 있는 상황을 우리는 무기력하게 목도하고 있다.

▲ 마크 타카노(Mark Takano) 민주당 4선 하원의원이자 미의회 진보성향 의원모임인 프로그레시브 코커스 리더. [사진 출처 - https://takano.house.gov]

당장 결의안 찬성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에 타카노 의원을 대하면서 새로운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는 결의안도 중요하지만 북미간의 문제는 ‘people-to-people exchange’(인적교류)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매우 적절한 접근방식이다.

새로운 희망과 예감이느껴진다. 과거에 마이크 혼다 일본계 의원이 적극 나서주었던 것처럼 일본계 정치인 민주당 중진의원 타카노 의원이 코리아 평화 이슈에 적극 나서준다면, 한반도 평화문제에 미의회에 특정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는지...

그리하여 코리아 분단에 간접적 책임이 있는 일본(2차대전 직후 패전국 일본이 아닌 일본의 식민지였던 코리아를 분단시켰다는 세계사적 부당성을 우리는 꾸준히 제기해야 마땅하다.) 일본계정치인이 코리아 분단에 대한 책임을 조금이나마 탕감할 수 있는 길이열릴 수 있지않을까, 하는 매우 희망찬 생각을 가지고 그날 타카노 의원실을 나섰다.

3월 21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타카노 의원의 방문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한국국회에 일정이 잡혀있는 만큼 외교통일위원회 상임위원들도 적극 나서고 미의회에 코리아 평화 이슈를 지지하는 세력을 만들고 확장시켜 가는데 힘과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

장차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한국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평화협정 체결을 시도한다 하더라도, 북과의 국교정상화를 실현하려 하더라도 미의회에서 비준을 해주지 않는다면 아무런 효력을 볼 수가 없다. 특히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 매우 적대적인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아주 대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모든 정책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때를 알고 나서는 사람은 역사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반면, 때가 왔음에도 나서지 않는다면 70년만의 기회는 영영 물건너가버릴 것이다.

70여년 지속되온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이 역사의 진전을, 미국인들이 결자해지 정신으로 나서는 일대전환을 미의회 내에서 볼 수는 없을까. 전쟁의 시대를 평화의 시대로 진전시키는 역사의 큰 진보를 우리 함께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미국인들이 한반도 분단이라는 비극을 초래한 책임을 느끼고 진지하고도 대범한 노력을 바짝 기울일 수 있도록, 이제 재미한인들이 더욱 분발하여 미국사회 내에서 과감하게 목소리를 내고 용기있게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미국의 평화활동가들이 적극적이고도 열렬하게 이미 우리들 편에 서있음을 잊지 말자.

<미의회 종전협정 촉구를 위한 미주한인 참여 방법>

1) 자기가 속한 지역구 하원/상원 의원에게 한국전쟁 종전협정 결의안(HR152)을 지지해달라는 이메일을 자동적으로 보내기 – 피스액션 웹사이트에서 손쉽게 할 수 있다.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입력하면 된다. https://secure.everyaction.com/kEos8Nhht06zW5PxdnBFeg2

2) 팀을 짜서 자기가 속한 지역구 의원실을 방문하여 한국전쟁이 아직도 휴전중이니 종전협정 체결되어야한다는 것과 북미간 대립은 외교로 풀어가자고 설득해보자. 미의원을 상대할 때 어떠한 점을 설명해야 하나 KPN 로비활동 자료집을 받고 싶은 분은 이메일로 연락 바란다. okonekorea21@gmail.com

 

(수정,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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