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선 / 6.15산악회 총대장

 

▲ 시산제 후 모두 모여 안전산행을 빌었다. [사진제공-6.15산악회]

오늘은 우리 6.15산악회 (회장 권오헌) 연례행사인 시산제 산행이다. 연일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던 날씨도 오늘은 사정을 봐준 듯 비교적 맑은 편이며 기온도 봄 날씨답게 포근하다.

당고개역에 9시까지 21명의 회원이 모였다. 양심수후원회, 통일뉴스, 6.15합창단, 범민련 등 소속 단체에서 통일을 염원하며 실천에 애쓰시는 팔십 대의 박희성, 김영승, 권오헌 선생님들부터 사십 대에 이르는 남녀노소가 고루 모였다.

▲ 참나무와 소나무가 붙어있는 희귀한 연리지. [사진제공-6.15산악회]

우리가 시산제 지낼 때 불암산을 찾는 것은 산이 다른 산보다 특별해서도 아니고 산신이 영험한 것도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제사 지내기에 딱 좋은 명당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단도 있으며 덤으로 바로 옆에 참나무와 소나무가 붙어있는 희귀한 연리지도 볼 수 있다.

한때 북한산이나 도봉산 등 인근 유명한 산으로 정했다가 자리가 없어서 혼이 난 적이 더러 있었기에 시산제는 불암산으로 굳어지고 있다.

불암산(508m)은 정상부에 큰 바위가 마치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불암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부처님 모습보다는 삿갓에 가깝고 정상에 올라가면 연꽃 속에 꽃술이 되는 느낌이다.

가파른 바위를 기어 올라가 꼭대기에 가면 연꽃잎을 닮은 몇 개의 바위가 사방을 두르고 가운데 움푹 들어간 것이 영락없는 연꽃이다. 혹시나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 기회에 올라가 살펴보면 연꽃과 흡사한 점에 공감할 것이다.

▲ 평행봉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권오헌 회장. [사진제공-6.15산악회]

오전 9시 조금 지나 정상을 목표로 삼고 출발했다. 회장님의 불편한 무릎이 걱정되었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였고 회원들의 발걸음도 무척 가볍다. 통일약수터에 당도해, 전에 유기진 선생님이 들던 역기를 회원들이 들어보고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회장님은 이곳에 오시면 늘 하시던 평행봉으로 오늘도 멋진 ‘후리‘ 기술로 노익장을 과시하며 옆에서 구경하는 젊은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신다.

1자 바위가 보인다. 능숙한 석공이 맘먹고 다듬어도 이보다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을지 자연의 조화가 그저 신비스럽기만 하다.

▲ 산 중턱에 있는 전망대 바위에서 도봉산 수락산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다. [사진제공-6.15산악회]
▲ 전망대 바위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가 즐비하다. [사진제공-6.15산악회]

다시 줄을 잡고 암릉을 오르니 산 중턱에 사방이 뻥 뚫린 전망대 바위가 나왔다. 그 자리에서 도봉산 수락산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나서 모두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무릎이 불편하신 회장님과 둘이서 시산제 장소로 내려가서 회원들이 도착하기 전에 시산제에 쓰이는 펼침막 두 개를 걸어놓고 기다렸다.

▲ 불암산 정상에서 모두 찰칵. [사진제공-6.15산악회]

김래곤 총무가 정성 들여 마련해온 제물을 제사상에 진설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시산제가 시작되었다. 강신에 이어서 초헌관이신 회장님의 초헌과 함께 옆에서 이정태 축관이 공들여 지은 명문의 축문을 산신에게 축원하였고 제관들은 독축이 끝날 때까지 부복하며 경청하였다.

다음으로 아헌 종헌은 단체별 및 연장자 순으로 진행되었다. 헌작을 할 때마다 돼지머리에 성의가 표시되는 것을 보면 회원 모두 산악회를 아끼는 마음이 지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푸짐한 음식을 쌓아놓고 명당 자리에서 시산제를 지내다. [사진제공-6.15산악회]

시산제가 끝나고 음복 겸 점심이다. 푸짐한 음식 중에서 시선을 끈 것은 김광태 회원이 공들여 가져온 먹음직한 대하(큰 새우)였다. 그러나 제사상에까지 올라간 대하가 먹어보니 뭔가 이상하다.

김광태 회원은 지난 고대산 산행 때도 집이 멀어 의정부에서 일박한 후에 참석하였고 이번 산행에도 당고개역 부근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멀리서 가져온 귀한 대하가 포근한 봄 날씨에 그만 상해버린 것이다. 산에 올라갈 때 배낭 속에서 이상하게 오징어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역시나 아까운 대하가 그렇게 되고 말았다.

다행히 우리를 기쁘게 하는 일은 식사 중에 회장님께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막걸리 맛을 요즘 들어 되찾았다고 하신 것이다. 입맛이 다시 돌아왔다는 얘기는 그만큼 건강이 좋아졌다는 것이니 평소 회장님의 건강을 걱정하던 회원들이 모두 손뼉을 치며 기뻐하였다.

식사를 마친 후 김규철 선생님 장례 절차를 상의하기 위해 회장님과 이정태 대장이 먼저 하산하였고, 바로 산상강연이 진행되었다.

▲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가 산상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6.15산악회]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는 산상강연에서 이번 하노이 북미회담이 어긋난 데 대하여 미국과 북의 사정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향후 상호 간의 복잡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내용의 강연을 하였고, 이어지는 회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장시간에 걸쳐서 소상히 답했다.

마지막으로 6.15합창단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합창을 들으며 오늘 산행을 모두 마치고 뒤풀이 장소로 향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