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통일연구원(원장 김연철)이 주최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협력적 위협감소(CTR): 기술적 과정과 공간전환’ 주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오는 27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비핵화와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인 가운데, 북한의 최대 핵 시설 단지인 영변 핵시설 단지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을 사찰하는 검증단계를 거친 뒤,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여 경제적 이득을 위해 영변을 다른 용도로 바꿀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협력적 위협감소(CTR, Cooperative Threat Reduction) 방안 적용이 주목받고 있다. CTR은 핵, 화학, 생물무기 및 그 운반수단으로부터 초래될 수 있는 안보위협을 감축시키기 위해 보유 대상국에 단계적.점진적 경제보상을 통해 위협을 감소하는 국제안보프로그램이다.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통일연구원(원장 김연철)이 주최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협력적 위협감소(CTR): 기술적 과정과 공간전환’ 주제 정책토론회에서 안진수 전 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은 “핵 개발에 사용된 시설, 물자 중 상당부분은 평화적 목적으로의 용도전환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미국이 구소련 해체 후 러시아에 적용한 CTR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

구체적으로 우라늄 광산 및 정련시설은 경제성을 평가해 폐기하거나 평화적 목적의 시설로 전환 여부를 결정하고, IRT-2000원자로는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 등 평화적 용도로만 사용하게 개조하고, 원심분리기와 원자로 부품 생산설비는 민수용 기계 생산시설로 전환하며, 시설 종사자는 개성공단 등에 재취업하는 등의 방식으로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단, 시설 종사자의 경우, 그 숫자 정보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영변 핵시설을 CTR 방식으로 평화적 시설로 전환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북한 5메가와트 원자로를 폐기하는 데는 12.5~23.5만 달러 이상이 소요되는 데다가 5메가와트 원자로는 노심 크기가 발전용량보다 비정상적으로 크기 때문에 훨씬 더 큰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

재처리시설의 경우도 300만 달러 이상의 폐기비용과 50년간 폐기물 관리비용 100억 달러 이상이 드는데, 이마저도 추정 수치에 불과하다.

1994년 제네바합의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설립돼, 북한에 경수로 건설을 약속했지만, 미국 정부가 비용 부담을 꺼려 실패한 사례도 있다.

▲ 영변 원자력연구센터 분포도. [캡처-안진수 발표자료]

그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강조한 점에서, 영변 핵시설을 원자력발전소로 탈바꿈하는 것은 어떠할까.

안진수 전 책임연구원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영변 핵시설이 100메가와트 경수로와 농축시설이다. 현실적으로 원자력발전을 할 만한 경제성이 있는 규모가 아니”라는 것.

그는 “북한은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 평화적 목적이라는 것에 맞추기 위해서 100메가와트 정도만 만든 것이다. 그런데 그걸 군사적으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후에 영변시설을 확장했다”며 “적어도 100만 킬로와트 정도는 되어야 (원자력발전소로) 쓸 수 있다. 지금은 구체적인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실험용으로 쓰겠다면 협상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 용도변경을 위한 CTR 방식이 필수적이지만, 결론은 비용문제로 해결이 만만치 않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협력적 위협감소의 범위가 얼마나 넓고 컸고 또 수십 년간 이뤄져 왔던가를 생각하면, 우리의 협력적 위협감소 프로그램이 갖춰야 할 재원 마련 방안, 사용범위, 용도, 사용방법, 주체, 사업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등에 대한 기준을 법제화하고 제도화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CTR 문제는 결국 상응 조치의 문제이다. CTR은 핵 시설을 돈을 주고 사는 것이다. 이걸 북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가 크림반도 침공하는 것을 CTR이 막지 못했다. 북한이 경제적 보상만으로 (영변을) 포기하겠느냐는 문제가 있다. CTR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래서 CTR을 곧바로 적용하기보다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실장은 “영변이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와 또 달리 북한이 갖고 있는 핵 능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영변에 대한 검증 사찰까지 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검증 사찰문제까지 진전될 수 있다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일 것이고, 그렇다면 북의 진정성이나 신뢰구축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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