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김정수 통신원(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 2019 금강산 새해맞이 연대모임에 남측 여성대표 일원으로 참석한 필자. 13일 해금강 해돋이를 배경으로 찰칵. [사진 - 통일뉴스 김정수 통신원]

2019 금강산 새해맞이 연대모임에 남․북․해외여성 16명이 ‘2019 새해맞이 남북여성 연대모임’으로 만났다. 지난 해 평양에서 10.4 기념행사, 금강산에서 11월 남북민화협 연대모임에서의 여성계 만남들이 있었지만, 공식적인 남북여성 연대모임은 2015년 12월 24일 개성에서의 만남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남측에서 참가한 거의 모든 이들이 그렇듯이 필자도 금강산을 12년 만에 다시 밟았다. 다시 보는 그리운 금강산! 마음도 설레었고 북측 여성들과의 상봉에 대한 기대와 긴장감, 그 모든 것들이 엉킨 가운데 2월 12~13일의 금강산 새해맞이 행사를 기다렸다.

남측 여성들의 준비: 여성평화선언 발표와 남북여성 연대모임 제안내용 결정

지난 해 11월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민화협 연대모임에서 남북여성들이 만났을 때, 북측 여성들은 주로 대북제재 중단을 위한 남측 여성들의 노력을 촉구하고, 남측 여성들은 남북여성 교류사업들을 다양하게 제안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랜만의 남북여성 상봉에서 분위기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는 후일담을 들었던 터라, 이번에 금강산에서의 남북여성 만남은 좀 더 긍정적이고 진전된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남북여성 연대모임에 참석하게 된 남측여성들의 공통된 바램이었다.

6.15여성본부는 금강산에서 남북여성들이 만나기 전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여성들의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하여 1월 28일 한겨레신문 26면 하단에 약 150여개의 여성단체와 1,000여명의 여성들이 연명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여성선언”을 게재했다.

주요 내용은 첫째, 한반도 평화 과정은 여성들의 목소리와 관심사를 반영하는 민주적 참여를 통해 지속가능한 평화와 통일로 완성되어야 한다, 둘째, 남북여성 교류의 정례화와 남북여성 협력을 통해 남북여성들의 실질적 삶의 질이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 평화번영의 남북관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대북제재는 신속히 해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선언문은 이번에 금강산에서 만난 북측여성들에게도 전달되었다.

남측여성들은 금강산에서의 남북여성 연대모임에서 논의할 의제를 첫째, ‘민족의 화해와 단합,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해외여성대회’(가칭) 개최(2019년 10월 경, 평양, 각 300명 참석), 둘째, 남북여성 교류 정례화, 셋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과 올바른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해외여성 토론회 개최(평양) 등으로 정했다.

아울러 ‘2019 새해맞이 남북여성 연대모임 회의’ 자료를 준비하여 2월 12일 오후 5시 30분~7시까지 금강산 온정각 수정봉식당에서 열린 남북해외여성 연대모임에서 배포하여 이를 기초로 모임을 진행했다. 북 여성동맹의 김명순 부위원장은 한겨레신문에 게재한 여성평화선언과 함께 “남측 성원들 8명의 이름을 연명하여 통일된 회의 자료를 만들어 온 것”에 반가움을 드러냈다.

너무 적은 여성대표성 : 주석단 26명 중 여성은 단 3명에 불과

▲ 주석단에 앉은 26명의 남북해외 대표단 중 여성은 3명에 불과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은희 시민평화포럼 고문,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명순 북측 여맹 부위원장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정수 통신원]

정~말 오랜만에 이뤄진 남북여성교류의 기회! 많은 이들이 참석하고 싶어하지만, 남측에서 참가할 수 있은 인원은 너무 제한되었다. 지원인력을 제외하고 약 210명의 남측 참가단 중에 여성계 참석인원이 7명으로 배정되었다고 들었을 때, 통일운동 분야에서의 여성들의 힘이 너무 왜소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남측 공동단장 ‘6.15 남측위, 진보연대, 민화협, 종단, 시민’ 측에서 5인이 구성되었고 여기에 ‘여성계’ 대표성은 없었다. 시민측 공동단장으로 지은희 시민평화포럼 고문이 포함되었지만, 이에 대해 여성계 참가자들은 만족할 수 없었다.

필자가 보기에 남쪽 통일운동 인사들의 성평등 의식과 실천은 ‘여성․평화․안보에 관한 유엔안보리 결의 1325호 국가행동계획’에서 정한 ‘국방․안보․평화․통일 분야에 여성참여 확대’(정부위원회 여성 40% 참여)라는 목표에 비춰볼 때 한참 뒤떨어져 있다.

여성계 참석자들은 온정각 문화회관에서 열린 본행사 주석단에 착석한 남북해외의 26명의 인사 중 여성이 3명(북측 2명, 남측 1명), 남측 주석단 착석자 11명 중 여성계 대표성은 한 명도 없다는 데서도 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7대 종단대표(남성수장)들이 거의 다 주석단에 착석했다.

남측 공동단장인 지은희 시민평화포럼 고문이 대표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과정에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지만, 남북해외 통일행사장에서의 현실은 정반대여서 오랜만의 남북공동행사에서의 반가움과 실망감이 계속 교차했다.

남북여성 연대모임 : 남북해외 여성들의 목소리와 의견들

▲ 남북해외 여성대표단이 함께 신계사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첫 번째 줄 왼쪽에서 4번째가 김명순 북측 여맹 부위원장이다. 왼쪽 앉아서 플랑카드를 들고 있는 이가 필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정수 통신원]

2월 12일(화) 오후 5시부터 수정봉 식당에서 90분간 진행된 남북해외여성 연대모임에 북측에서는 5명(김명순 여맹 부위원장, 김춘순 조대위 담당, 박영희 민화협 여성부 부장, 최춘영, 리금경 여맹 위원), 해외측에서는 3명(김영희 중국 615해외위원회 사무국, 리혜순 재일여맹 부위원장, 김영녀 중국 재중여성협회 회장)이 참석했다.

남측 참가자는 민화협 추천으로 참석한 필자를 비롯하여 8명이었다. (부산여성회 장선화 상임대표, 수원여성회 조영숙 상임대표, 일본군 성노예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이사장, 전국여성연대 최진미 상임대표, 평화를만드는여성회 김정수 상임대표, 한국여성단체연합 백미순 상임대표,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민족화해분과위원장 이선중 수녀, 한국YWCA연합회 장미란 평화통일위원장)

북의 김명순 여맹 부위원장은 “지난 해 벌어진 역사적 북남수뇌분들이 앞장서서 더 이상의 전쟁은 없을 것을 대내외에 엄숙히 선언하고 확약하는 역사적 사변이 이뤄졌고 모두의 뜻과 마음이 합쳐지면 우리 민족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며 “이제 올해는 실질적이고 애국적인 장고에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남북여성교류에서 북측의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박영희 북 민화협 여성부 부장은 더 나아가 “지난 해 아쉬움이 있다면, 아직도 이 땅에 전쟁의 기운이 완전히 가셔지지 않았다”면서 “특히 합동군사훈련과 전략자산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전쟁반대운동을 펼쳐야 한다. 아울러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재제 해제를 위한 노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북측 여성들의 입장과 주장은 새해맞이 전체행사를 통해 북측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 것과 같은 내용이었다.

남측 여성들은 회의자료에 첨부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여성선언’에서 “대북제재가 신속히 해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음을 상기시키고, 인도적 위기를 초래하는 대북제제의 심각성을 토로하면서 북측 여성들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함을 설파하였다,

▲ 금강산호텔에서 판매한 북의 과자들. 닭알과자를 먹어보니 남쪽의 것에 비해 맛이 손색이 없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정수 통신원]

남측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는 5살의 딸을 키우고 있다는 여맹의 최춘영 위원이었다. 그는 “딸을 키우는 어머니로서 이 땅에 전쟁이 벌어진다면, 5살짜리 딸이 (일본군 성노예와 겪었던) 그런 성노예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표현했다. 이 말을 듣고 남북여성들 모두 분쟁 하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공감대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필자는 ‘여성․평화․안보에 관한 유엔안보리결의안 1325호’나 대한민국의 국가행동계획의 분쟁 하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 등의 내용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여성들의 오랜만의 상봉이 마음과 마음을 잇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따뜻한 분위기가 90분 내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남측의 여성들은 남북여성들의 대규모 상봉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확산하고 특별히 북의 여성들의 기대와 희망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때, 공동선언 이행과 전쟁반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측면에서 올해 안 평양에서 남북여성 통일행사를 개최할 것을 제안하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를 평양에서 개최하자는 제안도 이뤄졌다. 김명순 부위원장은 “(남북여성 통일행사)는 남측 여성들이 노력이 북남수뇌상봉의 공동선언 리행에 부합될 때 자연히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남측 여성들이 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거듭 요청하였다.

남북해외여성 연대모임에서는 한국YWCA연합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등 개별단체의 남북여성 협력사업에 대한 제안서도 전달되었다. 평화를만드는여성회는 남북여성 경제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사업을 중심으로 제안하였는데, 박영희 부장은 평양에 가서 여맹 성원들과 상의해 보겠다며 논의를 계속해 보자고 하였다.

해금강의 찬란한 해돋이를 바라보며 남북여성들의 희망찬 미래를 기원하다

▲ 해금강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남북여성들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박영희 북측 민화협 여성부 부장이다. 남측 여성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북측의 인사다. [사진 - 통일뉴스 김정수 통신원]

이틀째인 13일 오전 7시 경의 해금강 해돋이는 그동안 보아왔던 해돋이 중 가장 아름다웠다. 해금강의 수려한 경관, 깨끗한 대기와 바람 없는 날씨, 잔잔한 바다, 멀리 보이는 눈쌓인 금강산 자락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아름답고 행복했던 해돋이를 보며 필자는 “참으로 축복된 날!”이라는 감탄을 여러 번 했다.

남북해외의 여성들은 해금강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서로를 축하하고, 2007년 복원된 신계사에서는 따뜻한 햇살 아래 함께 웃으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남측의 참가단의 한 인사는 “여성계 만남이 가장 분위기가 좋은 거 같다!”고 할 정도로 서로 웃으며 정답게 팔짱끼고 남측에서 준비한 플랑카드를 함께 잡고 사진을 찍었던 남북해외의 여성들이 다시 만나 여성들이 평화롭고 안전하며 행복한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지혜를 모으고 자매애와 신뢰를 형성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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