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3일 오후 한국을 방문했다. 남북 당국자들과 연쇄 회동을 통해 다가오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3일 밤 외교부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오늘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와 북미 후속 실무협상 등 현안에 관해 협의를 가졌으며, 향후 추가 협의를 지속적으로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는 4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만난다.   

5일 판문점에서는 북한 국무위원회 소속 김혁철 대표와 실무회담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달 17~19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때 상견례를 겸한 첫 실무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실무회담 의제와 관련,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명시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관련 이행 로드맵을 짜고, ‘공동성명 초안’에 담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가 관건이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은 △5월말에 폐기한 풍계리 핵실장에 대한 유관국 전문가 참관, △유관국 전문가 참관 아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를 약속했다. 

북한은 또 미국의 상응조치를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를 포함한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상응조치로는 인도적 지원 재개와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이 꼽힌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명시된 관계 개선, 평화 구축 관련 조치들이다. 지난달 31일 비건 특별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상응조치 중 난제는 제재 완화 여부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 간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됐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거론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와 직결된 문제다. 비건 특별대표는 “우리는 ‘비핵화가 완료될 때까지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맞다”면서도 “‘당신이 모든 걸 할 때까지 우리는 아무 것도 안 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여지를 남겼다.  

제재 완화의 폭은 영변 핵시설 관련 조치의 수준과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영변에는 연료봉공장-5mw 원자로-재처리시설로 이어지는 플루토늄 생산시설과 원심분리기 2,000개 이상으로 구성된 우라늄농축시설 등이 있다. 

2007년 북한은 ‘2.13합의’를 통해 영변 핵시설을 폐쇄(shutdown)하고, ‘10.3합의’를 통해 불능화(disablement)한 바 있다. 당시 영변에는 우라늄농축시설이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영변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중심이고, 폐기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군 유해 추가 송환이나 공동 발굴, 평양 보통강변에 전시 중인 미국 해군 정찰함 ‘푸에블로호’ 반환을 약속할 수도 있다. 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북한 친선예술단이 미국에서 공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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