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라 내고향 14-혜산진강 입구(惠山鎭江口)

 

못잊을 뼈저린 어머님의 애소
추운바다에서 고기잡이하다 월남(越南)
수없이 떠내려가는 뗏목에 향수

 

『에이구 이눔아 네가 떠나문 식구는 다 굶어죽는다』
제가 고향을 등지던 1950년 11월 11일 밤에 통곡하며 하신 어머니 말씀-
일생을 두고도 못 잊을 이 뼈저린 애소가 있은 게 어제 같건만 벌써 두 아들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어머니, 그날 밤 눈이 한 키만큼 내렸던 일이 생각나십니까? 눈보라가 휘몰아쳐 뺨을 도려 갈 듯 한 그 속에서
『장가갈 적에 주자구 싸둔 장갑이다 이거 소비구 가라』고 흐느끼던 어머니! 금년으로 환갑이 되셨구려... 형님과 동생들은 다 살아서 어머니의 회가 잔치를 베풀게 될 것인지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우리 온 가족이 한데모여 행복에 젖는 순간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아니, 어머니 그보다 먼저 할 말이 있습니다. 죽기보다 괴로운 애깁니다.

3년전 1월 14일 아버지는 영영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랑 아들 이름을 마지막으로 부르며 타향에서 슬프게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를 만나기는 제가 고향에서 떠나 강원도 주문진에서 닷새 묵던 때였습니다. 추운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그만 후퇴하는 「유엔」군 철수부대에 휩쓸려 나오게 되었었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께 떠난다는 한마디도 남기지 못하고 하직하고 말다니 이런 비극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차호(遮湖)*바다에서 미역을 뜯고 명태며 숭치를 잡던 그 추억은 아름답건만 지금은 가슴이 콱 막힐 뿐입니다.
혜산진선을 타고 두만강(豆滿江)변 혜산진에 따라갔던 생각도 그리운 추억입니다.

그 맑은 강물에 수없이 떠내려가는 「떼ㅅ목」이며 바로 눈앞에 바라보이는 북간도며 그리운 고향땅 생각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상과 함께 되살아납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버지는 九천길에 계시면 어머니를 고이 돌보실 줄로 믿습니다.

형님과 동생들이 바치는 환갑상을 기쁘게 받으시고 내내 안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사진=혜산진강 구리(口里)에 있는 계벌소(繫筏所)=1938년 촬영)

황현국(黃顯國) 이원(利原)출신=공무원

*차호(遮湖)는 함흥보다 북쪽에 위치한 천혜(天惠)의 항구이자 동해안 북부지역의 어업 중심지이다. 또한 이곳은 예로부터 동해 해안가 함경도 음식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 가고파라 내고향 14-혜산진강 입구 [민족일보 이미지]

<민족일보> 1961년 3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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