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 오전 9시 2019년 신년사를 발표, 내부적으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대외적으로는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의지를 천명했다. [신년사 전문보기]

정창현 한국현대사연구소 소장은 “내부적 구호로는 ‘자력갱생’을 내세웠고, 외부적으로는 올해도 정상외교를 통해서 대외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본다”고 총평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더 꺼냈다기 보다는 연말까지의 원칙적 천명에서 조금더 진전된 구체적 요구를 했다”며 “결국 공은 미국 쪽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올해 키워드 ‘자력갱생’, 군수부문까지 합세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일 신년사를 발표, 올해 구호로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를 제시했다. [캡처-노동신문]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4월에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는 병진로선의 위대한 승리에 토대하여 우리 혁명을 새롭게 상승시키고 사회주의의 전진속도를 계속 높여나가는데서 전환적의의를 가지는 중요한 계기로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지난해에 전체 인민이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데 대한 당의 새로운 전략적로선관철에 떨쳐나 자립경제의 토대를 일층 강화하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월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포하고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채택한데 대해 긍정 평가하는 한편, ‘자립경제의 토대 강화’ 성과를 총화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특히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를 올해의 내부적 구호로 제출하고 “사회주의자립경제의 위력을 더욱 강화하여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력갱생에 기초한 사회주의자립경제 건설을 전략적 지침으로 제시한 것.

북쪽과 오래동안 민간교류를 진행해온 평화3000 운영위원장 박창일 신부는 “지난해 4월 전원회의 결정을 그대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자력갱생은 기본 원칙이고, 외부적 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조건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짚었다.

강력한 국제적 대북제재 조치가 지속되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경제기반도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외부 전문가들의 진단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인재 육성과 과학기술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전력과 석탄 등 에너지 분야를 선차적 분야로 제시하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목표 수행을 촉구했다. 아울러 “인민생활을 획기적으로 높이는것은 우리 당과 국가의 제일가는 중대사”라며 “사회주의경제건설의 주타격전방인 농업전선에서 증산투쟁을 힘있게 벌려야 한다”고 인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에서의 성과도 주문했다.

특히 “군수공업부문에서는 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할데 대한 우리 당의 전투적호소를 심장으로 받아안고 여러가지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추동하였다”는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에는 군수부문이 민수부문에 기여토록 한 조치들이 포함됐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금강산 당일관광 시대’ 열리나

▲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9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내보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한 공간은 집무실로 추정되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집무를 보는 모습을 담은 대형 초상화가 걸렸고, 수많은 책도 비치됐다.[캡쳐-조선중앙TV]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나는 대단히 만족하게 생각한다”고 직설적으로 평가한 분야는 남북관계다. “내외의 커다란 기대와 관심속에 한해동안 세차례의 북남수뇌상봉과 회담이 진행된것은 전례없는 일이며 이것은 북남관계가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것을 뚜렷이 보여주었다”는 것.

특히 “조선반도에 더이상 전쟁이 없는 평화시대를 열어놓으려는 확고한 결심과 의지를 담아 채택된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북남군사분야합의서는 북남사이에 무력에 의한 동족상쟁을 종식시킬것을 확약한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으로서 참으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말해 주목된다.

남북 정상과 국방책임자간 합의가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이라는 해석이다. 대신 올해 신년사에서는 지난해 채택에 실패한 ‘종전선언’은 등장하지 않았다. 실속없는 종전선언에 매달리기 보다는 남북간의 ‘사실상의 불가침선언’을 거쳐 곧바로 ‘평화체제’ 논의로 나아가려는 구상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력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리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를 남북관계의 구호로 제출하고 “북과 남은 이미 합의한대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적대관계해소를 지상과 공중, 해상을 비롯한 조선반도전역에로 이어놓기 위한 실천적조치들을 적극 취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군사적 조치들이 속도감 있게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정세긴장의 근원으로 되고있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여야 한다는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 남북 정상은 지난해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두 건의 정상간 합의문과 남북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한미 합동군사연습 영구중단과 전략자산 한반도 진입 완전중지를 촉구한 것. 그러나 한미동맹에 묶여 있는 한국 정부가 이를 온전히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김 위원장은 “북남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켜 민족적화해와 단합을 공고히 하며 온 겨레가 북남관계개선의 덕을 실지로 볼수 있게 하여야 한다”면서 “당면하여 우리는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싶어하는 남녘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정창현 소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했기 때문에 남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주문”이라며 “대북제재가 있는 조건에서, 우리의 정책의지가 있다면 지금 신의주나 나진처럼 개성과 금강산도 우선 당일 관광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 2조 2항은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나가기로 하였다”고 명기돼 있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듯 “북과 남이 굳게 손잡고 겨레의 단합된 힘에 의거한다면 외부의 온갖 제재와 압박도, 그 어떤 도전과 시련도 민족번영의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반응은 긍정적으로 나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일 오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북미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본다”며 “김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는 새해에 한반도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기대한다”고 촌평했다.

김 위원장은 나아가 “북과 남은 통일에 대한 온 민족의 관심과 열망이 전례없이 높아지고있는 오늘의 좋은 분위기를 놓치지 말고 전민족적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할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8년 남북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 70주년이라는 계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지만 ‘전민족적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 모색은 북측의 기본적인 방침이며, 올해는 늦봄 문익환 목사 방북 30주년이기도 하다. 문 목사와 허담 조평통 위원장은 4.2공동성명에서 “연방제방식으로 통일...단꺼번에 할 수도 있고 점차적으로 할 수도 있다”고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신년사에서도 민간교류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1월말께 금강산에서 가급적 대규모의 새해맞이 공동행사를 추진하고 있고 성사되리라고 본다”면서도 “아무래도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고서는 민간교류가 활성화되는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언제든 또다시 미국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있다”

또 하나의 관심을 끄는 분야는 역시 북미관계다. 김 위원장은 “6.12조미공동성명에서 천명한대로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두 나라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의 불변한 립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신년사에서 ‘비핵화’ 언급은 8년만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미 더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것이라는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가지 실천적조치들을 취해왔다”고 확인했다. 현재핵과 미래핵을 동결하고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고 있음을 공언한 것.

이에 근거해 김 위원장은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적행동으로 화답해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보다 더 확실하고 획기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훌륭하고도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될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상응한 실천적 행동’을 강력히 촉구한 것.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단계적이고 동시행동적 원칙에 맞춰서 싱가포르 선언을 해석하고 제시했다”고 평가하고 “미국이 연말에 공개한 대로 ‘프론트 로딩’을 이야기했다가 ‘신고’를 이야기하다가 ‘동결 및 가동중단’으로 문턱을 낮췄다. 비핵화에 관한 타협 여지는 충분하다”고 진단하면서도 “미국이 북한에 주는 상응조치 아직 내놓은 것 없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북한이 해야 할 비핵화 조치의 문턱은 낮췄지만 상응조치는 내놓지 않았다는 것.

▲ 북미 정상은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 위원장은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여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것”이라고 약속하고 “다만 미국이 세계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수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수 없게 될수도 있다”고 경고를 덧붙였다.

올해 신년사의 대미 메시지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면서도 미국이 ‘상응조치’는 내놓지 않고 제재와 압박만 강화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압박도 병행한 것.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이같은 상황을 “결국 공은 미국 쪽으로 넘어갔다”고 표현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정전협정당사자들과의 긴밀한 련계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성과를 꼽으며 “세차례에 걸치는 우리의 중화인민공화국방문과 꾸바공화국대표단의 우리 나라 방문은 사회주의나라들사이의 전략적인 의사소통과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를 강화하는데서 특기할 사변으로 되었다”고 평했다.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다자협상이 남북미 3자구도로 갈지 남북미중 4자구도로 진행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남북미 정전선언이 유효시한을 넘긴 상황에서 평화체제 논의는 남북미중 4자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김 위원장은 “전체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정세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신념으로 간직하고 우리 식으로 사회주의경제건설을 힘있게 다그쳐나가며 세대를 이어 지켜온 소중한 사회주의 우리 집을 우리 손으로 세상에 보란듯이 훌륭하게 꾸려나갈 애국의 열망을 안고 성실한 피와 땀으로 조국의 위대한 력사를 써나가야 한다”면서 “국가방위력을 튼튼히 다져야 하겠다”고 내부를 추르렸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가는 그 어떤 외부적인 지원이나 그 누구의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능히 우리 인민의 억센 힘과 노력으로 우리 식 사회주의발전의 길을 따라 힘차게 전진해나갈수 있다는 진리”를 강조하고 “올해에도 우리의 전진과정은 부단한 장애와 도전에 부닥칠것이나 그 누구도 우리의 결심과 의지, 힘찬 진군을 돌려세우지 못할것이며 우리 인민은 반드시 자기의 아름다운 리상과 목표를 빛나게 실현할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추가,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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