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일 중국 베이징대학교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한이 새로 채택한 경제발전 노선과 핵은 100% 반비례한다. 경제발전을 이루면 이룰수록, 개혁·개방을 심화시키면 시킬수록,  핵포기 가능성은 커진다. 한국은 이것으로 (제재를 강화하는)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방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대북제제로 인해 북미회담은 물론 남북관계 진전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인 한국은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이 공동주최한 '동북아의 냉전해체와 남북 평화번영의 길' 주제의 2018년 동북아 문화교류국제회의 둘째날인 14일 오후 건국대 새천년관 국제회의장.

김경일 중국 베이징대학교 동방학부 교수는 '동북아 평화,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주제로 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의 기조강연에 이어 진행된 라운드테이블 토론자로 나서 "지난 4월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통해 병진노선을 사실상 포기하고 경제발전 노선을 채택한 것은 '김정일 시대의 종식, 김정은 시대의 개막'으로 볼 만한 큰 의미가 있다. 새로운 노선을 선택한 것을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앞으로 북한의 변화에서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마디로 지금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제재 압박이 아니라 경제발전, 개혁·개방 심화 조치라는 것.

북한이 경제발전노선을 선택한 것을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굴복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견해가 적지 않지만 경제발전노선을 선택한 것은 김정은 시대가 주도적으로 선택한 로드맵이며, 이 새로운 노선이 그리는 미래는 그럭저럭 살아가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 사람들은 이제는 자기들도 되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말한다. 긍정적으로 보면 북은 개혁개방의 길로 나갈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핵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의 말을 믿을 수 있다는 진정성만 강조해서는 미국을 설득할 수 없다. 미국 조야를 설득하고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비핵화에 대해서는 "북핵문제란 단순히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차원이 아니라 분단체제, 정전체제, 냉전구도가 연동하면서 만들어낸 산물이며, 핵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분단체제, 정전체제, 냉전구도의 세가지 요소를 풀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전체제나 냉전구도는 한국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분단체제는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극복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이것으로 정전체제와 냉전구도 등 3위 일체의 연동체제를 점차 해소할 수 있는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반도 긴장해소, 평화분위기 조성, 북미갈등이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한국의 의지와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남북이 상호신뢰, 상호 협력, 상호의존하는 관계가 한반도 평화체제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의 통일정책에서도 상대인 북한은 한국에 의해서만 바뀔 뿐 주체로서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북한의 변화는 자율에 맡기고 한국의 역할은 변화의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왼쪽부터 김경일 교수, 하라시 히사시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김성민 민화협 정책위원장, 존 딜러리 연세대학교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경일 교수의 발표에 대해 문정인 특보는 대체로 공감을 표시하면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면서 미국과 북한이 같이 와서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큰 돌파구를 마련하고 그걸 계기로 남북간에 경제교류협력을 강화시켜가면서 하나의 평화체제를 마련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구상인데,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한국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서 한반도 운전자론이라는 큰 틀내에서 우리가 촉진자·중재자가 되는 것을 역할로 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상당히 잘해왔다고 보지만 앞으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체적으로 진전되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입김이 더 커지기 시작하고 북한도 자기들의 요구를 많이 이야기하게 되면 풀기가 쉽지 않다"고 당면한 고충을 토로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이후 미국의 역할과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존 델러리 연세대학교 교수의 질문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은 한미관계의 모든 것이 아니라 한미관계의 큰 틀 안에 들어있는 부분에 해당한다. 북한이라는 위협이 없었다면 동맹을 만들 이유는 사실 없었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은 규칙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변칙적, 예외적인 것"이라고 하면서 "동맹을 한미관계의 모든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가 와서 한미동맹의 재조정이 오더라도 한미관계는 변함이 없다. 적과 위협을 상정하는 동맹에 국한하면 우리편이냐 상대편이냐 하는 반비례 관계가 강하게 형성되지만 동북아의 평화속에 한미관계를 돈독하게 하면 동맹의 변화가 오더라도 한미관계는 오랫동안 존속될 수 있고 경제, 사회 관계는 상당히 심화될 수 있으며 심지어는 공유하는 가치의 동질성도 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라시 히사시 일본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이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면 일본이 냉전의 최전선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일본 내 우려를 전한데 대해서는 "일본내 미군기지 7곳이 유엔사를 지원하는 기지이니까 유엔사 해체로 정당성을 상실한다는 주장인데, 그건 일본 국내법으로 보면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유엔사해체는 한반도 평화를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와 동북아에 다자안보협력체제를 만들어서 집단안전보장체제와 집단방위체제를 조화시키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14일 건국대 새천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8 동북아문화교류국제회의' 이틀째 프로그램에 참가해 '동북아 평화,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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