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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연내 합의 이행 거부 후 수습 시도 - 한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

기사승인 2018.12.11  23: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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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장대현의 한반도 정세 동향 (19)

1.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의 배경과 경과

1) 9.19 평양공동선언과 10.7 북미 약속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3개월째 풀리지 않던 북미 관계가 새로운 진전의 계기를 맞이한 첫 번째 계기는 남북 정상의 <9월 평양공동선언>이다.

모두 6개 조로 구성된 이 합의서 2조는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강구하기로”하고, 1항 “연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과 2항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또 5조는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기로”하고, 1항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2항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6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합의서 서명 직후 의 남북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 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서에는 “올해 안에”가 아니라 “가까운 시일 내”라고 적은 다음,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란 부연 설명을 달도록 조치한 남북의 의도는 무엇일까?

당시 남북은 합의서 2조에서 남북 경제가 천지개벽의 번영을 이룩할 엄청난 합의를 하고, 5조에서 그 이행 여건인 미국의 ‘상응 조치’를 이끌어 낼 북의 추가적인 조치를 천명했다. 핵무기 개발에서 심장에 해당하는 영변 핵 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것을 포함, 그와 같은 조치를 계속 취해나가겠다는 북의 제안을 미국이 수용, ‘상응 조치’에 나선다면 <9월 평양공동선언>은 일사천리로 실현된다. 그러나 미국이 거부하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이렇게 연동된 것이 바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다.

9월 19일(미국 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해서 “북한과 한국에서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며 환영했다. 남북의 약속이 남북미 합의로 확장됐다는 신호로 충분하다.

이런 연장선에서 10월 7일 품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이 이뤄진다.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 품페이오 장관이 평양에 머문 7시간 중 5시간 30분을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했다. 이동 시간을 빼면 거의 같이 있었던 것이다. 둘째, 오전과 오후 각 2시간씩 모두 4시간의 회담이 사실상 둘의 일대일 회담이었다. 지금까지의 상대역 김영철 북 통일전선부장은 점심 자리에만 참석했다.

오찬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기자들 앞에서 “오늘은 양국의 좋은 앞날을 기약하는 아주 좋은 날“이라 했고, 폼페이오 장관도 ”매우 성공적인 오전이었다“고 했다. 교착을 뚫고 북미 관계를 진전시킬 두 번째 계기가 마련된 것이며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에 파란불이 들어온 것이다.

2) 품페이오의 말 따로, 행동 따로

10월 8일 품페이오는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북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한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의 사찰을 허용했다”면서 “관련 절차에 합의하면 방문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진정한 진전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루어 질 것”이라고도 했다.

동석한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어젯밤 나의 북한 쪽 카운터파트에게 빨리 만나자는 제안을 했다. 우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놓고 논의 중”이라고 한다. 북의 유관국 참관 하 동창리 폐기, 미국의 상응 조치와 2차 북미정상회담, 북의 영변 핵 시설 폐기 등 추가 조치와 미국의 추가 상응 조치 등이 시간 순으로 전개될 일만 남은 것이다.

이 모든 수순의 출발은 북미 간 실무협의이며, 그 미국 쪽 담당자는 비건이다. 그런데 그는 북미 협상에 전념하지 않고 엉뚱하게도 10월 15일부터 모스크바, 파리, 브뤼셀 등을 차례로 방문한다. 모스크바는 그가 카운터파트라 여기는 최선희 북 외무성 부상이 10월 9일 북중러 차관회담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논의한 곳이고, 파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5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곳이며, 브뤼셀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셈회의(10.18-9일) 참석 차 방문하는 도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비건 특별대표의 유럽행은 남·북 제재 완화 캠페인에 맞서 이들 지역에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중앙일보.10.16).” 북의 유관국 참관 하 동창리 폐기 제안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그에 따른 미국의 제재 완화, 종전 선언 등은 또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가 등을 논의해야 할 당사자가 그것을 걷어차고 대북 제재에 다시 매달린 것이다.

11월 1일 북 노동신문은 “적대세력들이 악랄한 제재 책동에 어리석게 광분하고 있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 등 관련 내용을 1면과 2면에 크게 보도한다. 그 직후(11.1.미국시간) 품페이오 장관은 방송 인터뷰 두 개에 출연,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직접 검증하고, 볼 수 있을 때까지 제재 해제는 없다”고 한다. 유관국 참관 하 동창리 폐기 등을 위한 실무협상을 회피하는 가운데 하는 발언이다.

다음날(11.2) 조선중앙통신은 북 외무성 미국연구소 권정근 소장의 “미국이 변화가 없다면 병진 노선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논평을 싣는다. 이에 다시 대응하듯 품페이오는 11월 4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궁극적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어떠한 경제적 완화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대북 제재 해제는커녕 ‘완화’조차도 거부한 것이다.

10월 7일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 제재 완화 및 해제, 종전 선언 등과 관련, 북이 ‘만족할 만한’ 합의를 한 품페이오 장관이 지금 와서 그 문제들을 놓고 북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품페이오의 약속 상대방, 그리고 그 불이행에 대한 북의 발언 강도 등을 볼 때 상황은 매우 심각해졌다. 이런 와중에 미국은 중간선거가 끝남과 동시, 북미고위급회담 연기를 발표(11.7)하며 합의 사항 불이행, 시간 끌기를 객관화했다. “특별한 사정”이 단단히 생긴 것이다.

2. 트럼프의 연내 합의 이행 거부, 그리고 수습 시도

1) 트럼프가 직접 밝힌 합의 이행 거부 - 한미정상회담

북미 협상의 미국 쪽 실무 최고책임자인 품페이오 장관은 약속을 어겼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하나, 트럼프 대통령뿐이다. 그가 나서야만 북미 합의 사항의 연내 이행이 가능해지고 북미 관계의 계속 진전이 보장된다.

11월 20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1월 말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한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면 북미 합의 사항 연내 이행 등 북미 관계에 대한 미국 정상의 입장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는 북미 관계의 방향성을 정하는 미국의 최종 의사표시로 간주될 것이다.

“당초 한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낙관적이었던 정부는 아직까지 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미국 측과 막판 일정 조율에 집중하고 있다(동아일보.11.24).” 이렇게 애를 태우던 미국은 11월 27일에야 “G20 기간에 한미정상회담을 할 것(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라고 발표한다. 회담을 겨우 3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11월 28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도 여러 가지 힘을 실어줘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공식 논의할 뜻을 밝혔다(중앙일보.11.28).”

그러자 11월 29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이 9월 평양 방문 당시 김정은 위원장과 동승한 무개차(지붕 없는 차량)의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한다. 대북 제재 위반 차량이라는 결론이 나면, 거기에 탑승한 문재인 대통령도 제재 위반을 추궁당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제재 완화 관련 요구를 하지 말라는 노골적인 고강도 압박이다.

11월 29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다음 날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풀 어사이드’라 규정한다. 이 형식의 회담은 보통 30분을 넘지 않는 시간동안, 배석자 없이 통역만 대동한 채 열린다. 또한, 공동성명 등 공식 공동발표가 없으며 기자회견도 없다. 회담 하루 전에 왜 기습적으로 회담의 형식을 변경했을까?

12월 1일 무역전쟁의 휴전을 합의하는 미중 정상회담을 하면서, 한편에서 미국은 중국 화웨이의 2인자 멍완저우를 캐나다에서 체포했다. 그러고도 트럼프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비슷하다. 배석자가 있고, 공동성명이 있으며, 기자회견이 있으면 트럼프는 자신의 얼굴과 육성을 드러내며 대북 제재를 강조해야 한다. 그러나 30분 비공개 대화는 추후 변명의 여지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1월 30일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시간은 30분. 배석자, 공동문서, 기자회견 등은 없었다. 청와대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비핵화만이 한반도에 경제적 번영과 영구적 평화를 가져다주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북한에 인식시켜 주도록 현행 대북 제재를 굳건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의 발표를 자세히 보자. 그들은 “대북 제재만이 비핵화의 필요성을 북한에 인식시켜주는 수단”이라고 못 박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의 촉진 수단으로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11.15)”는 논리구조를 철저히 짓밟는 것이다.

또 하나,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였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발표는 무엇인가? “우리 정부는 ‘김정은 답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부각시킨 반면, 미국은 그에 관한 언급 없이 ‘제재 이행’을 강조(조선일보.12.3)”했다. 트럼프가 직접 북미 합의사항 연내 이행을 최종 거부한 것이다. 한국정부가 “12월 중순 방한을 요청했지만 북한측이 연내는 곤란하다라고 회답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일 전했다(연합뉴스.12.2).”

2) 트럼프의 수습 시도, 합의 이행으로 이어지길

북의 의사표시는 미국에도 갔다고 봐야 상식적이다. 중간선거 이후 미국의 태도 변화에 대해 이미 북은 11월 10일 재일 조선신보를 통해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이행이 아닌 현상유지를 선호한다면 구태여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핵, 경제 병진노선 부활 가능성을 언급한 11월 2일의 논평이 연구소 소장 개인의 판단으로 써낼 수 있는 구절이 아니다”고까지 말한다. 간접적인 의사 표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최종적으로 연내 합의 이행 거부를 선언했으니 11월 30일 이후 북의 의사표현은 그보다 한층 강력해졌을 것이라 추측 가능하다.

12월 1일 트럼프는 “2차 북미정상회담은 내년 1월이나 2월에 열릴 것”이라면서 “장소 세 곳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2월로 시점을 다시 늦춘 것이면서, 장소 얘기를 덧붙여 신빙성을 높이려 했다. 북미고위급회담이 열리지 않는 등 북미 사이 협의가 닫힌 상태에서 돌출한 발언이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트럼프 나름으론 이런 식으로라도 상황관리를 시도해야 할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같은 날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미중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 앞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우정과 존중의 뜻을 밝혔다”고 전한다.

12월 3일 앤드류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들과 만났다. 2일 방한해서 3일 접촉하고 4일 돌아갔다.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만남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외교가에서는 이날 판문점에서 북-미가 정상 간 ‘친서’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한겨레.12.5).” 어디서 어디로 간 것일까? “앤드루 김이 미국 정부의 대화 촉구 메시지를 전달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중앙일보.12.5).”

12월 4일 볼턴이 “북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면서 “2차 회담은 내년 1월 혹은 2월에 열릴 것이며, 새해가 되면 곧 정상회담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억지스런 논리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 분위기를 다시 띄우기 위한 발언이란 인상이다.

12월 5일 북의 조선중앙통신이 “협상 과정에 있는 조선반도에서 물리적 위협이 조성된다면 모처럼 마련된 분위기가 흐려지고 모든 것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군사행동을 중지하여야 한다”고 했다. 12월 6일 연합뉴스가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 “내년 초 한미 독수리훈련이 유예됐다. 미군이 불참한다”면서 “미국이 북미관계 진전의 분위기 조성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한다.

12월 6일 볼턴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두면 제재 해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한다. 대북 강경파 볼턴의 말이라 특이한데, 품페이오의 발언을 더 이상 북이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서 스피커를 떠맡은 것으로 보인다. 12월 6일 미 국무부가 한미 외교장관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압박이란 표현을 제외했다. “국무부 성명에서 '압박'이란 단어가 빠진 것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5월과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북한 김정은을 만난 뒤 바로 서울을 방문했던 지난 10월 초 두 차례였다(조선일보.12.8).” 트럼프의 수습 시도라 할만하다.

북미 합의 이행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장대현 jangdh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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