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진 교수의 옥중서간집 『끝나지 않은 야만, 국가보안법』 출간 저자와의 대화 행사가 12월 7일 저녁 7시, 계룡문고 세미나실에서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8년간 옥고를 치렀던 인도 전문가 이병진 교수가 고향 대전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병진 교수는 지난 10월에 옥중에서 쓴 편지글을 모아 옥중서간집 『끝나지 않은 야만, 국가보안법』을 출간한 바 있다.

“고향에 오니 마음이 편해져요. 속 깊은 얘기도 자연스럽게 나오네요.”

12월 7일 저녁 7시, 계룡문고 세미나실에서 저자와의 만남 형태로 진행된 자리에서 이병진 교수는 자신의 인도 유학 과정과 그곳에서 만난 북한 유학생 이야기, 두 차례 방북 과정, 체포와 수사, 수감과정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도 델리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난 이병진 교수는 자연스럽게 인도로 유학 온 북한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 교수는 북한 유학생들을 통해 그곳에서 알게 된 북한의 모습이 그동안 배웠던 북한의 모습과 달랐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1993년과 1994년 두 차례 방북을 하게 됐다. 당시는 김영삼 정권 초로 한반도 정세가 전쟁위기로 치닫던 시기였다.

특히 두 번째 방북은 미국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던 즈음이었다. 이 교수는 카터와 김 주석의 만남 소식과 합의 내용을 평양에서 바로 들었다 한다. 이후 이병진 교수는 2001년과 2009년엔 중국과 캄보디아에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인사들을 만나기도 했다.

▲ 행사 중간에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의 노래공연이 진행되었다. 이병진 교수(오른쪽)가 노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학자로서 삶과 단란한 가족이 한순간에 파괴되었다

이병진 교수가 방북을 하고 북한 인사들을 만난 것은 민족애와 통일의 열망, 학문적 관심의 발로였으며 민족 화해를 염원하는 정치학도의 자연스러운 교류였다.

인도 유학 후 경희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정치외교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던 그는 그런 만남들을 이유로 2009년 9월 국가정보원에 의해 긴급체포되었다.

평생 경찰에 몸담았던 부친의 이력과 공권력의 선의를 믿었던 그는 방북 활동에 대해 성실하게 진술했다. 그러나 그의 진술은 치밀하게 엮은 ‘간첩 활동’의 근거가 됐다. 학자로서 삶과 단란한 가족이 한순간에 파괴되었다.

국정원의 수사 과정에서 요원들이 자신보다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국정원 요원들이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국정원 요원 중에는 자신의 역할을 담당하는 ‘롤 플레이어’가 있었고, 국정원은 ‘우리 쪽 사람이 되어달라’ 회유하며, 국회의원 자리를 제안하거나 뉴라이트 쪽에서 일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것을 거절한 이 교수는 결국 ‘간첩’이 되어 8년형을 선고받았다. 만기 출소하던 2017년 9월까지 8년 동안 수사와 재판, 수감 생활을 거치며 그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야만을 경험해야 했다.

“수감생활로 무너져가고 허우적거렸을 때 서신 등을 통해 밖에서 힘을 내라는 진솔한 모습들이 큰 힘이 되었어요. 이후에는 조금씩 단련이 되더라구요.”

이병진 교수는 옥중에서도 《작은책》, 《노동자정치신문》, 《자주민보》, 《노동사회과학》, 《사월혁명회보》, 《정세와 노동》 등에 칼럼과 논문을 기고하며 지식인으로서 연구와 집필을 멈추지 않았다.

알몸검신과 서신검열 등의 비인권적 처사에 맞서 투쟁했다. 수형 중 여러 명의 학자, 종교인, 사회운동가 등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위로하고 교제하기도 했다.

▲ 김채운 시인이 책 속에 담긴 서신 한 구절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날 저자와의 대화는 대전지역 통일·인권·시민사회 단체 인사들이 이 교수를 초청해 마련되었다.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에서 노래를 부르며 축하 공연을 했고, 김채운 시인도 책의 한 구절을 낭독하며 출간을 축하하기도 했다.

한편, 이병진 교수는 지난달 30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출판기념회를 연 바 있다. 이병진 교수는 현재 국내 유일의 인도박물관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고,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명대학교에서 인도철학과 남아시아 국제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 행사가 시작 전에 진행된 저자 사인회에서 이병진 교수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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