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터차 CSIS 한국석좌의 14일자 트윗 캡쳐.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를 자처해온 빅터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발단은 빅터차와 위성사진 분석가인 조지프 버뮤데즈 등이 12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한 북한 미사일 기지에 관한 보고서다. 이들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그들 표현으로는 ‘북한 내 20곳의 미신고 미사일 운용 기지’ 중) 13곳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황해북도 황주군에 있는 ‘삭간몰’ 외에 다른 기지들을 공개하지 않았다. 더구나 ‘삭간몰’은 2016년 3월 김정은 위원장이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참관한 곳으로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곳이다.

13일 <뉴욕타임스>가 이 보고서를 1차 소스로 하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협상 실패를 부각하려 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북한 내 미사일 기지들은 ‘거대한 기만(Great Deception)’를 암시한다”는 자극적인 제목(인터넷판)을 달았다.

북미 협상 정체에 속을 태우던 문재인 정부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CSIS에서 낸 보고서의 출처는 상업용 위성인데 한미 정보당국은 군사용 위성을 이용해서 훨씬 더 상세하게 이미 파악을 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면밀하게 주시 중인데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 대변인은 “삭간몰에 있는 미사일 기지라고 하는 것은 단거리용”으로 “스커드와 노동 등 단거리용으로 ICBM이나 IRBM과는 무관한 기지”라고 했다. “기사 중 ‘기만’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북한이 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고, “‘미신고’라고 하는 표현도 나오는데 이것도 신고를 해야 될 어떠한 협약도, 협상도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과 한미 공조 하에 감시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해당(주-삭간몰) 지역도 한미 간에 공조 하에 관심을 갖고 감시를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트윗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기지 개발에 관한 뉴욕타임스 기사는 부정확하다”면서 “우리는 토론되는 그 기지에 대해 완전히 알고 있고, 새로운 것도 없으며 정상적이지 않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단지 ‘가짜 뉴스’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팩트폭격’에 직면한 빅터차는 자칭 ‘전문가’ 답지 않게 ‘색깔론’이라는 한국에서도 한물 간 수법으로 대응했다.

14일 트윗을 통해, 그는 “한국이 어떻게 북한의 비공개 미사일 기지를 변호(defend)할 수 있느냐?”며 “‘가짜 외교(fake diplomacy)’를 위해서?”라고 되물었다. 이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읽어보라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정말로 어떻게 북한의 무기 보유를 합리화할 수 있느냐”고 강변했다.

한국 내 반응은 싸늘하다.

박지원 의원은 1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번에 좀 이상한 분들이 또 하나 나타났다 빅터차. 좀 강경하고 보수적인 건 사실인데 이분이 주한미국대사 발령났다가 잘 안되니까 이제야 화가 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빅터차는 지난해 말 주한미국대사에 내정됐다가 올해 1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낙마한 뒤, ‘반트럼프’ 대열에 가세했다.

박 의원은 “왜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대변하느냐(고 하는데), 자기(주-빅터차)는 누구를 대변하고 있나 ‘가짜 뉴스(fake news)’ 대변인인가”라고 다그쳤다.

한 외교소식통은 “빅터차도 사람이니 대사 내정됐다 잘렸으니 트럼프가 밉고 한편이 된 한국 정부도 미운 것”이고, “뉴욕타임스와 트럼프의 전쟁에 휘말린 것”이라고 일부 이해를 표시했다. 다만 “논리도 무엇도 없고, 지나치게 감정을 앞세운 트윗”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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