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여운택 씨(작고) 등 4명이 일제 전범기업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을 제기한지 13년 8개월 만이다..

대법원은 ‘1965년 한일협정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2012년 5월 대법원 1부의 판단, 그를 반영한 원심의 판단을 수용하여 신일철주금이 피해자 4명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이 판결은 일제 하 강제동원(징용) 피해자로 인정되는 그 누구든 전범기업을 계승한 현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미 냉랭한 한일관계에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개인청구권 문제는 해결됐다고 버텨왔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 내각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을 운운하며 한국 정부를 겁박해왔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윤병세 장관이 이끌던 외교부와 양승태 원장이 이끌던 대법원이 ‘재판거래’까지 시도했던 핑계 중 하나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방식으로 ‘강제징용’ 재판절차를 지연하고, 외교부는 이명박 정부 때 중단된 ‘법관 해외파견’을 부활하는 식으로 상부상조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정부는 곧 총리주재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정부입장을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나아가 “정부는 이번 판결이 한일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성을 일본 측에 전달해 오고 있다”고 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담화를 통해 “이 판결은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에 분명히 반해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끼치고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쌓아온 한일 우호 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즉시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것을 포함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일본 기업의 합법적인 경제 활동 보호의 관점에서 국제 재판을 포함한 모든 대안을 고려하여 의연한 대응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30일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내에 ‘한일 청구권 관련 문제 대책실’을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교도통신>은 서울발 기사를 통해 “한국의 전후 보상소송에서 일본기업에의 배상명령이 확정되기는 처음”이라고 알렸다. “일본 정부로서는 전후 한일관계의 틀을 흔드는 것으로 판단해 반발이 불가피하고, 외교와 경제교류에 큰 영향을 미쳐 양국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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