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에 다녀 온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21일 "어느 정도 조건이 마련되면 개성공단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왔다"며 이번 방북 성과를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두어 차례 소개를 해주어서 개성공단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지난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참가하고 돌아온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평양에서 돌아온 다음 날인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신 회장은 "개성공단 투자기업, 영업기업, 협력기업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는 염원을 가지고 갔고, 또 그것이 어느 정도 조건이 마련되면 가능할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확신을 가지고 온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 4.27 판문점선언에서 철도·도로연결사업 외에 10.4선언 합의사업 추진이라는 표현으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에 대해 이번 9월 평양공동선언 2조 2항에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한 데 대해서도 기대를 표시했다.

20일 새벽 4시에 평양을 출발해 올라간 백두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타고 있는 삭도(케이블카) 앞에서 대화하는 신 회장의 모습이 방영된 바 있어서 그것부터 물었다.

"천지로 내려가는 길에 삭도에 앉아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눈이 마주쳐서 목례만 했는데 마치 개성공단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잠시 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또 내쪽을 쳐다보길래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삭도쪽으로 걸어 갔다. 그랬더니 대통령이 "고생하는 개성공단 회장"이라고 소개를 하고 그 자리에서 2분여 가량 이야기를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신 회장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간간히 웃기만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께서 '(개성공단)시설물들이 잘 유지보수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이야길 들었느냐'고 물어서 '지난 14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 행사에 참석해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이번에 와서도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다 똑같은 이야길 하더라'고 답했다"고 했다.

신회장은 "만나 본 북측 인사들은 한결같이 '고생이 많다. 어떻게 지내는지 다 알고 있다'고 격려를 하더라"며 허탈한 듯 허허 웃었다. 

또 "북측 인사들은 개성공단은 당연히 (다시)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남측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지난 8월)남북고위급회담에서도 제안을 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서 처음 만난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은 이번 평양 방문 기간에 수시로 마주치면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8월 13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고위급회담에서도 개성공단 정상화 의제가 다뤄졌다고 확인을 해주었다는 것. 그런데 정작 통일부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옥류관 앞에서 만난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기계 다 썩고 있다, 그거 우리가 지금 다 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금강산이고 개성공단이고 다 무너진다"고 신 회장에게 '쎄게' 한 이야기도 전했다.

신 회장은 북측에서 공장 설비들이 동파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전기도 공급하고 있다는 정도는 김 부위원장과 리 위원장 등 고위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했으나 기계를 가동하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 벽면의 현수막. '한반도 신경제지도, 개성공단 정상화로부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첫날(18일) 인민문화궁전에서 리룡남 내각부총리와 특별수행원에 포함된 17명의 경제인들이 면담할 때도 개성공단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리룡남 내각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주재해서 17명 경제인과 함께 1시간 정도 면담을 하던 중 신 회장이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 주요 3대 사업부터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리 부총리가 '그렇지 그것부터 해야지, 신경제지도는 무슨'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

김현철 경제보좌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언급에 리 부총리는 "우리도 2020년까지 목표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무너진 기초산업을 다시 복구시켜서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얹겠다는 것이라고 하면서 북에서 3대 사업을 안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결국 남측에서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있는 것(3대사업) 부터 하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리 부총리와 남측 경제인들의 면담에는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조철수 부위원장, 황호영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 등이 나왔는데, 개성공단 기업인들과 낯이 익은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총국 부총국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신회장은 전했다.

한편, 신 회장은 이번 방북기간 중 아침에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평양역까지 산책을 갔다왔는데 북측 관계자들이 알고도 특별히 제지하지 않더라며, 전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또 우리 땅을 밟고 오른 백두산에 대해서는 "과거 두번 오른 적 있는 있는 중국쪽 백두산이 급경사에 나무가 꽤 자라는 풍경인 반면 우리쪽 백두산은 급경사가 없고 토양의 차이인 지 주변 10km 정도에 나무를 볼 수가 없었다"면서 "무엇보다 우리 땅을 밟고 올라간다는데 훨씬 감동이 컸다"고 소회를 밝혔다.

20일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백두산으로 이동하는 와중에 비가 꽤 내렸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거 틀렸다'고 했는데 삼지연비행장에 내려 백두산까지 40km 남짓한 외길 도로를 '넥서스' 짚차 49대에 분승해 달리는 도중 도로 옆에 도열하듯 서 있는 침엽수림 사이로 햇빛이 비치고 삼지연 비행장을 떠날 때까지 맑은 날씨가 계속 돼 "날씨마저 우리를 돕는구나"라는 상서로운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2005년에 대집단체제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본 적이 있는 신 회장은 이번 '빛나는 조국'에서는 남측 손님들을 배려해 이념적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한 것이 느껴졌다고 하면서 "일부 수행원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때 어떻게 이런 공연을 준비하겠느냐는 걱정을 하기도 하더라"고 전했다. 

신 회장은 "대통령이 올해 8.15경축사에서도 평화가 경제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나. 우리가 늘 하던 이야기"라고 하면서 "결국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성공단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큰 의미에서 한반도신경제지도가 그려졌고 그 안에 개성공단이 포함되어 있으니 여기에서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서 결국 평화가 담보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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