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차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재단(정의연)’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가 공개 증언을 한 지 27년, 일본군성노예제 피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벌어진 전시 성폭력 문제를 고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6차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재단(정의연)’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년간 내전을 겪은 콩고민주공화국 성폭력 피해자인 타티아나 무카니레 씨는 “콩고 국민들은 전쟁무기로 사용되는 강간이 끔찍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목격한다”며 “우리 콩고 여성들은 우리가 원치 않았던 전쟁의 피해를 입으며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죄가 없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이러한 비열한 행위는 피해자들에게 평생 상처를 남깁니다. 여성들과 아이들은 강간당하고 할례를 당하며, 자신들의 아들과, 아빠들과, 아이들과 형제들이 보는 앞에서 성관계를 갖도록 강요받습니다. 그들은 죽임을 당한 자신의 남편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도록 강요받습니다. 강간을 당하며 임신을 하고 트라우마를 겪습니다. 여성들의 몸은 전쟁터가 되어버렸습니다.”

바스피헤 블레어 씨는 코소보 내전 당시 16살, 세르비아 경찰에 납치돼 집단강간 피해를 입었다. “나는 어린 시절을 잃어버렸다. 나의 마음 또한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나는 나를 납치한 사람에게 차라리 나를 죽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안 돼, 넌 살아있는 게 더 고통스러울 테니까’라고 말했다”며 “그가 말한 것처럼 나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IS에 의해 납치,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야지디족 살와 할라프 라쇼 씨의 증언도 다른 전시 성폭력 사례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다른 여자아이 5명과 함께 코초 마을에서 신잘 시 남쪽 람보시 마을로 끌려갔다. 그 후로 비극, 고통, 폭력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내 이야기는 야지디족 여성이 겪는 성노예제와 감금 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이들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은 일본군성노예제 피해 할머니들의 활동에 힘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희망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무카리네 씨는 “한국의 강인한 일본군 성노예제 생존자분들이 한국인들과 함께 보여준 용기와 역경에 굴복하지 않은 노력을 존경한다”며 “여러분이 콩고에서 자행된 만행을 겪은 우리 생존자들에게 훌륭한 롤모델이 되고 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의 목표는 우리의 목소리가 경청되고, 성폭력에 맞선 투쟁의 중심에 있는 것”이라며 “한국의 생존자분들처럼, 저희 또한 정의와 인정의 추구가 끝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쇼 씨도 “저희는 혼자 싸워서는 안 된다. 어느 정도 정의를 실현한 한국 여성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많다”며 “모든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하고, 권리를 되찾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제1회 김복동평화상을 수상한 우간다 내전 피해자인 아칸 실비아 씨는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이 조성하기 시작한 ‘나비기금’을 언급하며, “이 기금은 전쟁 희생자를 돕는 데 쓰이고 있다. 이제 전쟁 희생자들은 삶을 이어나갈 희망을 가졌다”고 감사를 표했다.

▲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 그리고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나비선언문’이 이날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 그리고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나비선언문’이 이날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이들은 “제6차 세계일본군‘위안부’ 기림일 국제행동에 함께하고 있는 우리는, 나비기금을 지원하고 연대해 온 일본군 성노예제 생존자들과 또한 세계 전시 성폭력 생존자들과 함께 손잡고, 우리도 모든 전시 성폭력 피해 여성들에게 해방을 만드는 나비가 되어 세상을 바꾸어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도, 모든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도 참 해방, 세계 모든 이들이 성별과 인종, 연령과 사상 등의 다름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평화와 모든 이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실현되게 활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땅의 모든 전시 성폭력 범죄 근절!, 함께 평화!”를 외쳤다.

이날 국제심포지엄에는 라쉬다 만주 전 유엔 여성폭력 특별보고관, 윤미향 정의연 이사장 등 2백여 명이 참석해, 전시 성폭력 생존자들의 증언을 경청했다. 

제6차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 행사는 계속된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촛불문화제 ‘함께 평화’가 열리며, 15일 낮 12시 같은 장소에서 세계연대집회 및 제1348차 정기수요시위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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