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L858가족회와 대책본부는 23일 김현희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858기 희생자 유족회게 드리는 말씀
본인 현희는 평생을 유가족과 함께 서로 도우며 살아가기를 노력하겠습니다. 97.12.23 김현희"

1987년 11월 29일 중동 근로자와 승무원 등 115명을 태운 채 미얀마 안다만해역 상공에서 사라진 대한항공(KAL) 858편의 폭파범으로 알려진 김현희가 자신을 경호했던 당시 안기부 직원과 결혼하기 직전인 1997년 12월 23일 희생자 가족 4명을 만나 자필로 남긴 서약서이다.

KLA858기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대책본부는 23일 오전 사건 발생 31년만에 처음으로 김현희를 명예훼손죄와 업무방해죄로 고소하면서 김현희가 20년전 가족들에게 남긴 서약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서약서는 20년만에 처음으로 공개된 것이다. 

▲ 20년만에 공개된 김현희 자필 서약서. [사진제공-KAL858가족회]

대책본부 총괄팀장인 신성국 신부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김현희가 가족들과 진상규명을 원하는 국민들에 의해 사건발생 31년만에 처음으로 고소를 당하는 역사적인 자리"라고 하면서 "이 기자회견을 위해 김현희의 서약서를 최초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신 신부는 서약서에 남긴 내용과 달리 "김현희는 단 한 번도 추모제에 나온 적도 없고 유족들이 요청한 만남에 단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 (서약서의)약속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가족들을 종북좌파로 매도한데 분노하면서 고소한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부인 자신도 처음으로 누군가를 고소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우리는 김현희가 전두환, 노태우를 위해서 만들어진 안기부의 공작원이라고 주장한다. 아니라면 김현희씨도 우리를 고소하라"고 덧붙였다.

김호순 가족회 회장은 "우리 가족들은 115명 중 누구라도 좋으니 확인할 수 있는 기체와 유품을 찾아달라고 절규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31년동안 아무 것도 찾아 준 것은 없다"면서, "김현희가 입에 올린 말은 우리 가족을 위해 살겠다고 한 것을 포함해서 모두 거짓말이다. 자기가 필요할 때마다 언론에 나와서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서도 가족들이 공개토론을 하자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김현희는 단 한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 없다. 가짜 서약서를 써서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 왼쪽부터 신성국 신부, 차옥정 가족회 전 회장, 김호순 가족회 회장, 채희준 변호사가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고소사건을 대리하는 채희준 변호사는 "김현희는 가족회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대책본부의 활동가들이 요청하는 면담을 무시하고 외면해 왔다. 매년 11월 29일 개최되는 추모회에 참석해 달라는 가족들의 요청도 오로지 무시와 외면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면서 김현희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여러 종편과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면서 가족회와 대책본부 활동가들에 대해 '친북좌파', '종북세력', '종북좌파', '민족 반역자들', '북한을 옹호하고 대변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가족들과 활동가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진상규명과 관련한 업무를 방해해 왔다"고 고소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김현희의 행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진상을 알고 싶어하는 가족들의 애절한 마음을 저열한 매카시즘적 이념 프레임으로 끌고와서 매도해 온, 상당히 질이 나쁜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지난 노무현 정부 시기 국정원이 과거사건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KAL858기 사건을 재조사하는 동안 김현희는 국정원으로부터 총 9회, 위원회로부터 총 6회에 걸쳐 면담을 요청받았지만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채 변호사는 가족들이 김현희에게 요구하는 것은 '당신이 했던 자백에는 아직도 너무나 많은 의문이 있으니 여기에 답을 해달라는 것'외에 아무 것도 아니라면서 가족들 앞에 나올 것을 권고했다. 또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직전 김현희가 88올림픽을 앞둔 시기 KAL기 폭파를 했다는 자신의 주장을 앞세워 어떻게든 한반도의 긴장을 불어넣으려고 애를 써온 사실을 일깨우면서 남북의 화해와 협력,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분노하고 이 고소사건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가족들과 대책본부는 우선 이번 고소사건에 집중하고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와 태도를 보아가면서 다음 단계의 대응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김현희 고소에 따른 기자회견문(전문)
‘김현희는 그 입을 멈춰라!’

우리 KAL858기 희생자 가족회(이하 가족회)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는 종북좌파가 아니며, 종북세력도 아니며, 북한을 옹호하고 대변하거나, 이적행위를 한 적이(바가) 없다. 나아가 민족반역자들도 아니며 조작설 선동을 한 적도(바가) 없다. 더구나 국정원의 전위조직이나 전위세력은 우리에게 터무니없는 일이다.

이것이 그동안 김현희 주장에 대한 우리 가족회와 대책위의 명백한 대답이다.

주지하는바 김현희는 KAL858기 사건 이후부터 헌정사상 최초의 평화적 정권 교체인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온갖 특혜를 누려왔다.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았으나 단 보름 만에 특별사면 되었고 그것조차 단 하루의 수감조차도 없는 초헌법적인 특혜를 누렸다. 여기에 당시 안기부는 그를 대중적 스타의 지위로 각인시키기 위해 온갖 언론 조작을 감행해 왔다. 대법원 확정판결도 나오기 이전에 영화 ‘마유미’제작을 주도했고, ‘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등의 각종 고백록을 대필 작가를 동원하여 조작해내고, 각종 강연이나 신앙 간증의 명사로 내세워 115명을 희생시켰다는 항공기 테러범의 이미지를 ‘신데렐라 미녀’, ‘베스트셀러 작가’의 이미지로 화려하게 바꾸어냈다. 

반면에 우리 희생자 가족회는 미행, 감시, 억압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심지어 김현희 재판 참관도 철저히 차단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과정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세월이자 서러움의 세월이었고, 한으로 점철된 세월이었다. 

그러던 김현희는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옛 속담 마냥 국민의 정부가 출범함과 동시에 돌연 시야에서 사라진 채, 참여정부 하의 열화 같은 진상규명 요구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 우리들의 면담 요구에도, 국회토론회와 추모제 참석 요구에도, 심지어 안기부의 후신인 국가정보원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통합 15차례에 걸친 방문과 면담 요구에도 불응해왔다. 이는 ‘이 사건의 진상을 생생하게 증언해 줄 유일한 생존자로서, 또한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사면한다’는 1990년 4월 당시 최병렬 공보처장관이 발표한 사면의 취지를 완전히 저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김현희는 마치 카멜레온처럼 변신하여 다시 방송에 얼굴을 내밀었다. 공중파 방송 MBC의 특집대담을 비롯하여, 종편방송채널 TV조선과 채널A, 인터넷 방송 조갑제TV 등에 출연하여 가족회와 대책본부, 또 이 사건 진상규명 활동가들을 향해 거침없이 온갖 굴레를 씌워 공격하기 시작했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었다. ‘비열한 참여정부 청와대의 지시 하에 국정원이 경찰과 공중파 방송3사를 동원하고 가족회와, 당시 대책위, 천주교 사제단을 전위로 내세워 자신에 대해 가짜 만들기, 가짜몰이 공작을 벌여왔다’는 허위망발을 주장하는가 하면, 우리 가족회와 대책위를 ‘종북세력, 종북좌파, 북한을 옹호하고 북한을 대변하는 세력, 근거 없는 조작설 선동세력, 진실을 알면서도 진실이 싫은 자들, 역사를 바꾸려는 범죄자’라고 매도해왔다. 심지어 우리를 향해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아직 정리되지 못해 안타깝다’라는 발언으로 적개심을 노골화하면서까지 어느 특정 정파의 대변인인양 우리를 공격, 매도하였다. 

이에 우리 가족회와 대책본부는 단호히 규정한다. 김현희는 적폐세력에 부화뇌동한 70년 수구세력의 대변자이자, 분단의 그림자에 몸을 숨긴 어둠의 세력의 끄나풀이라고!

우리 가족회와 대책본부는 김현희를 우리 가족회와 대책본부에 대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한다. 아울러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우리는 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걸음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며, 우리를 공격하고 매도하여 진상규명 운동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온갖 방해세력의 책동과 도전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김현희에 대한 이번 고소는 언젠가 반드시 그의 입에서 이 사건의 진상을 실토하게 하는 우리의 바램이자 진상규명 운동의 한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2018년 7월 23일

KAL858기 희생자 가족회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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