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겨레하나는 7월 4일부터 31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시민강좌 ‘판문점선언시대를 읽는 아카데미’를 진행합니다. 다음은 지난 7월 10일 ‘판문점선언 속에 답이 있다’라는 주제로 장창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원이 진행했던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최근 북미고위급회담이 잘 진행되지 않고, 북이 다시 핵시험을 한다는 가짜뉴스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다시금 판문점선언의 정신을 생각해보는 자리였습니다.

강연 : 장창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원
정리 : 강혜진 서울겨레하나 홍보팀장

 

▲ 서울겨레하나, '판문점선언 시대'를 읽는 아카데미 두 번째로 지난 10일 장찬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이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강혜진 통신원]

판문점선언 속에 답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답이 있을까. 바로 평화의 답, 통일의 답, 그리고 민족자존과 번영의 답이 있다. 크게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이 답으로 나가보겠다.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본 후 두 번째로 판문점선언을 구조적으로 뜯어보고 마지막으로 최근 진행된 북미고위급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훼방하려는 세력들의 공작을 보며 판문점선언의 중요함을 알아보자.

10년 뒤 세계사 교과서에 이렇게 쓰이지 않을까“
2017년 한반도에는 핵전쟁위기가 만들어졌지만 다행히 평화적으로 풀렸다”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의 대북정책이었던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 대화가 아니면 쿠바미사일위기 때처럼 대북선제공격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2017년 한 해 동안 한반도는 핵전쟁위기가 지속됐었다. 몇 가지 장면을 되돌려 보자. 

첫 번째 장면은 작년 3월 키리졸브 군사훈련이다. 당시 미국의 최첨단 전략자산들이 한반도에 총동원됐다.

두 번째 장면은 북에서 공개한 2월 12일 북극성 2형 발사 영상이다. 이 영상을 통해 북극성 2형의 4가지 군사적 의미를 볼 수 있는데 탱크바퀴 사용, SLBM 기술, 고체연료 사용, 이동 궤적 급변이다. 이 기술들은 킬체인 무력화, 보복공격 능력, 빠른 군사적 대응, 미사일방어(MD) 무력화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즉, 더 이상 미국의 대북선제공격이 성공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세 번째 장면은 문제의 “totally destroy” 발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북을 완전하게 파괴해야한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 통수권자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다.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 대응한다. 군 통수권자의 말은 그 자체가 권력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9월 19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일까. 트럼프 발언 이전인 9월 15일, 북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3,700km를 날아가게 된다. 5월까지는 고각발사 하던 것을 패턴을 바꿔 정상각으로 발사한 것이다. 즉, 5월까지는 시험발사였지만 8월부터는 실전발사로 전환을 했고 발사하는 위치 또한 점점 미 본토 쪽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여기에 9월 3일에는 북한이 수소탄시험을 진행한다. 미국은 심각한 위기감과 동시에 대결이 아니면 대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마지노선에 다다랐던 것이다.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한반도, 전쟁의 위기에서 평화의 기회로

이런 상황에서 11월 29일, 북이 다시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런데 북이 이전처럼 정상각이 아닌 고각발사를 한다. 4,500km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졌기 때문에 정상각으로 발사했다면 미 본토와 가까운 해역에 떨어지게 됐을 것이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서훈 국정원장이 북의 미사일 발사각도 변경을 보며 그 행간에 숨겨진 메시지를 읽는다. 북이 긴장완화와 대화를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은 것이다.

우리는 1월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갑자기 평창올림픽 참가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작년 12월부터 서훈 국정원장과 북의 김영철 조선노동당통일전선부장의 물밑접촉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한미군사훈련 연기와 평창올림픽 선수단 참가와 같은 이야기들이 오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는 우리가 언론을 통해 본 것과 같다. 북에서 남으로 대표단과 김여정 특사를 보내게 되고 이후 남북정상회담까지 막히지 않고 진행됐다. 그리고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이 채택되었다.

이처럼 작년 12월부터 한반도는 남과 북이 단합해서 평화를 만들어갔다.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의 심각한 전쟁위기를 12월부터 극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과정이 곧 판문점선언의 채택과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판문점선언은 몇 가지 좋은 단어를 조합해서 나열한 것이 아니다. 판문점선언에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판문점선언은 좋은 단어의 조합과 나열이 아니다

한반도 평화를 누가 만드는가. 바로 남과 북, 두 주체이다. 남북 정상이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과 북 정상이 한반도 평화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서로 대화를 하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서 판문점선언은 세 가지 주제로 되어 있다. 첫 번째는 남북관계 개선, 그 다음은 평화적 관리, 마지막이 평화적 해결로 구성되어 있다. 남북관계의 전면적이고 획기적 개선과 발전, 군사적 긴장 완화, 전쟁 위험 해소,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합의이다.

판문점선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구조를 이해한다면 암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선언에는 서사가 있는데 남-북 정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읽어보면 쉽게 외워질 것이다.

 
▲ 장창준 박사의 프레젠테이션 내용. 이 날 강연자들과 함께 세부적인 판문점선언 내용을 분석하면서 외우는 시간을 가졌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강혜진 통신원]


대북강경론자와 가짜뉴스가 원하는 것은 허무주의와 패배주의

최근 북미고위급회담이 잘 되지 않은 것은 미국 내 대북강경론자들의 반격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6월 15일 미국의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북미 사이에 고위급회담이 열리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요구사항과 비핵화 시간표를 미국 정부가 제시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언론보도는 이보다 더 심각한데 6월 30일자 NBC 보도의 경우는 미국 정부관계자를 인용하면서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한다. 7월 2일 월스트리트 저널도 비슷한 보도를 한다. 이 보도들의 근거자료는 2018년 5월 25일자 ISIS(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에서 낸 보고서이다. 이미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작성된 보고서를 북미회담이후에 진행되는 사실처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보고서 내용 자체도 신뢰성이 떨어진다. 언론들은 북미고위급회담이 열리면 폼페이오가 비핵화 시간표를 북한에 줄 거라고 보도하기 시작하며 비핵화 시간표 프레임을 만들어냈다. 이에 대해 7월 3일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한국 언론이라고 다르진 않다. 미국언론들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서 사용하고 있다 생각한다. 7월 2일자 연합뉴스 보도 내용에는 ‘미 정보당국, 비밀 우라늄 농축. 강선발전소 주목, 북 신고가 관건’이라고 내보냈다. 연합뉴스의 내용을 받아서 중앙일보에서는 ‘강선 비밀농축시설 지하에 있다. 영변의 3배 규모’라고 낸다. 보고서에 따르면 위치도 모르는데 규모가 3배라는 증명하지도 못할 내용을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언론의 보도와 대북강경세력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허무주의와 패배주의다. 미국 내 대북강경론자들과 한국의 수구세력들은 북한과의 대화는 실패라고 계속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작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남과 북이 협력해서 한반도 평화를 주도해왔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한 번 판문점선언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가 왔다.

평화와 통일, 민족자존, 번영의 ‘만능키’, 판문점선언

▲ 장창준 연구위원은 판문점선언의 구조를 분석한 뒤 '이행'을 강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강혜진 통신원]

판문점선언은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 민족자존과 번영이 모두 담긴 답이다. 보통 우리는 통일하면 독일식의 통일을 생각한다. 하지만 남과 북이 힘을 합쳐서 분단장벽을 깨트려 나가기 시작하는 것도 통일이다. 분단을 지속시켰던 것들을 깨트려나가는, 과정으로서의 통일도 통일이지 않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판문점선언에는 통일에 대한 답이 담겨져 있다. 게다가 5월 달에 북미정상회담이 깨지려고 했을 때, 남과 북의 정상이 다시 한 번 만나 힘을 합쳐 전쟁의 위협을 막고 평화를 만들어 온 경험이 있다. 모두 통일의 과정이다.

남과 북이 주도해서 정전체제를 깨뜨리면 그것이 바로 평화다. 남과 북이 대화하고  협력하면 통일이다. 남과 북이 동아시아 평화를 선도하면 이게 바로 민족자존이며 남과 북의 철도가 연결되어 활용하면 그것이 바로 번영이다. 판문점선언 안에는 이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물론 선언을 깨뜨리려는 자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새로운 물결을 거스를 순 없지 않겠나. 판문점선언을 처음 접할 때의 벅찬 마음을 떠올리며, 선언이 잘 지켜지고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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